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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40
로렌 차일드 지음,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들어가면 혼자서 방을 쓰니까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 동화책을 읽으며 공감할 독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일 거다.ㅋㅋㅋ 엄마들은 적어도 3~4남매는 됐으니 각자의 방을 갖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나는 5남매로 바로 위 언니와 같이 방을 썼다.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 정 든 것도 방을 같이 쓴 덕일게다. 다행히 언니가 결혼을 일찍 하는 바람에 고1때부터 혼자서 방을 쓰는 행운을 누렸다.^^
찰리와 롤라 시리즈와 클라라스 빈 시리즈로 세계의 독자들을 맘대로 쥐락 펴락 하는 로렌 차일드의 작품이다. 이 책은 글씨들이 춤을 추고, 그림들도 제멋대로 배치돼 클라리스 빈 가족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클라라스 빈은 늘 북적북적하는 대가족 속에서 산다. 기본적으로 식구가 많은데 잠깐 다니러 오는 사람까지 늘 시끌시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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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오빠는 자기 방이 있는데, 클라리스 빈은 바보 귀뚤이 동생과 한방을 쓰는 게 불만이다. 얼마나 싫었으면 금을 그어놓고 발가락 하나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언니랑 나도 싸웠을 땐, 서로 자기쪽으로 건너오지 말라는 유치한 선언을 하곤 했었다.ㅋㅋㅋ애들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유치한 정서까지 통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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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을 가진 언니 오빠는 북적이는 속에서도,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자기 맘대로 방을 꾸밀수 있다는 게 한없이 부러운 클라리스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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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진 클라리스 빈이 가끔은 할아버지와 동무해 드리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대부분 혼자서 조용히 지낸다. 엄마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면 욕조에 몸을 담그고, 향내나는 촛불도 켜놓는다. 외국어를 배운다고 열심을 내면서. 엄마가 하는 덴마크 말, '이거 되드트라트 아프예 알레삼멘'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ㅎㅎㅎ 애들 키우다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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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묘기를 부리며 법석을 떠는 클라리스 빈, "그렇게 법석을 떨려면 마당에 나가서 해!" 라고 소리치는 엄마는 생전 심심할 틈도 없지만, 집구석에서 온갖 난리부르스를 추는 클라리스 빈을 봐줄수 없나 보다.ㅋㅋㅋ 하지만 마당에 나와서도 옆집녀석 때문에 내맘대로 할 수가 없다. 결국 심통을 부린 클라리스 빈, 아빠한테 한소리 듣는데 곁에서 낄낄거리는 동생 머리에 스파게티를 부어 주시고~~~~ 큰 말썽을 부려 세 시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는 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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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라리스 빈은 벌 받는게 신난다. 드디어 혼자 조용하고 평화롭게 쉴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내 방이 갖고 싶었으면, 벌을 받느라 혼자 차지한 방에서 행복을 느낄까? 클라리스 빈, 나도 오붓한 내방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은 서재가 된 거실을 차지하고 살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