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우리 아이들 미술선생님한테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바로 김곰치의 '빛'.  가 책선물을 했더니 답례로 보내셨는데, 책이 오고 간데는 사연이 좀 있다.^^  

아이들 미술선생님은 시험 문제를 독특하게 내는데, 지문이 어찌나 긴지 미술시험은 종료시간까지 엎드려 자는 넘들이 거의 없다. 선생님이 학교 홈피에 올렸던 글에서 문제를 내는데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실화다.  이런 상황이 적응 안되는 학생들은 투덜대지만, 선생님은 우리학교로 오신 3년간 줄기차게 하셨다. 미리 프린트물을 주고 거기에서 문제를 내니까 마음을 기울여 이해하고 외운다면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그러나 100점짜리가 많이 나오진 않는단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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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학생들이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의 작품도 만들고, 명화를 감상할 안목도 키워 주신다. 특히 지식e를 보여주는게 내 맘에 쏙 들었는데, 덕분에 우리 애들은 지식e 책도 잘 보았다. 이번에도 권정생선생님을 비롯한 몇 문제를 지식e에서 출제했다. 분명한 교육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는 선생님께 감동한 순오기, 기말시험이 끝난 뒤 며칠을 고민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내 맘대로 ’엄마를 부탁해’를 찜해 놓고 한 권은 선생님이 보고 싶은 책을 선물하는게 좋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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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가 있던  12월 23일날, 우리 아들 담임샘과 또 한분의 전교조 선생님이 정문과 후문에서 피켓을 들었지만 조용히 지나갔다. 아들의 담임샘께는 12월 31일 방학하는 날 '지식e 3'을 보냈고, 민경이 담임샘께는 '엄마를 부탁해'를 보냈다. 한해동안 수고하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책 한 권으로 전하는 일은 내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이다. 

올 연말에 선물용으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10권 구입했다. 미술샘께도 키치와 같이 보냈더니, '제가 더 손해네요'라는 말 때문에 한 권 더 보낸거로 생각하셨지만, 이 책은 미리 찜해놓고 미술관련 책을 원할 거 같아 선택하시게 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으니 문자 보내기를 잘했지, 사실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선물받아야 휘리릭~ 빨리 본다는 거 다들 인정하시죠?^^  

김곰치라는 소설가,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방학이라서 내려온 큰딸한테 말했더니,
"정말 미술선생님 동생이야? 그 사람 대단하던데~" 라면서 감격했다. 김곰치로 검색하니 4권의 책이 떴고,
1999년 제 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했다고 나왔다. 김규항선생 추천도서목록에도 들어있는 책이다. 이제 김곰치 소설을 읽을 일만 남았는데 391쪽이나 된다. 이렇게 두꺼우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ㅜㅜ

알라디너 여러분, 특히 부산에 계신 분들~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에서 나온 김곰치의 '빛'에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김곰치 - 1970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1년 단편 '토큰 한 개의 세상'으로 서울대 대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푸른 제설차의 꿈'이 당선돼 등단했다. 1997년 『시와 사상』에 평론 '민중시를 위한 밤'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에 거주하며 '시 21' 동인에 참여해 '시읽기의 기쁨'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의 김곰치가 9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예수의 이야기다. 소설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애소설을 빌린 종교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가 똥 누는 이야기, 교회 다니는 여자와 교회 다니지 않는 남자 사이의 서툰 연애, 가이아 하느님, 그리고 사계절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2007년 가을 겨울, 대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예수를 그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심하고 질투많고, 잘 삐지며 애원하고, 화내고 성질부리는 연애 이야기 속 예수의 문제를 그리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는 기독교적 지식의 나열이 아닌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과정을 통해 예수라는 인물에게 과도하게 씌워진 신비화와 신격화를 없애려 한다.

작가가 그린 예수는 생물학적 완전성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예수가 매일매일 열심히 배설하는 것도 하느님의 명령을 즐겁게 따르는 일이다. 풍성하고 인간적인 모두의 친구 예수를 그려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리라이팅 바이블을 통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한 사나이에 대한 기록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는다.

  

 

 

 

 
책에 나온 김곰치 사진을 보니 미술샘과 닮았다. 빼빼한 것도 닮고 눈매와 코나 입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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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곰치님의 단백하고 정이 넘치는 글솜씨는 늘 읽어도 참 좋습니다.

순오기 2009-01-05 21:59   좋아요 0 | URL
김곰치 책을 보셨군요.
이제 보기 시작했어요.^^

라로 2009-01-0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자상한 페이퍼는 여전하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변함없으시길,,,

순오기 2009-01-05 21:59   좋아요 0 | URL
깜짝 등장한 건가요~ 아님 둥지를 틀고 계실 건가요?
무튼 반가워요~ 희망이도 많이 컷겠네요.^^

치유 2009-01-0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좀전에 칼국수 먹고 왔는데..

순오기 2009-01-05 22:00   좋아요 0 | URL
흐흐~ 칼국수~~~ ^^

마노아 2009-01-0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추억이 생겼군요. 미술 선생님도, 순오기님도 너무 근사합니다. 이렇게 멋진 선생님께 배우는 성주와 민경이도 참 복이 많아요.
김곰치님 소설을 홍보하는 글이 제 방명록에 연달아 올라온 적이 있었어요. 어떤 인사말도 없이 일방적인 홍보 글만 주르륵 올려놓아서 지웠더니 다시 올리고 지웠더니 또 올리고 연달아 며칠을 그랬어요. 꼭 스팸처럼 굴어서 지우곤 작가 이름만 기억했는데, 진정으로 책을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나봐요. 좀 촌스럽게 홍보를 했지만요^^;;;
지역 출판사에서 부러 책을 낸 그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렇게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조금씩은 더 발전하고 있는 거겠지요.
순오기님이 보내주신 책이 잘 도착했다고 인사하려고 왔다가 딴 이야기만 잔뜩 썼네요. 감동적인 실화여서요. ^^;;(저렇게 긴 문자가 오려면 몇 통에 걸쳐서 왔을까요? 그것도 신기했어요^^;;;)
책이 웹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이뻐요.
2009년에 받은 첫번째 선물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순오기님의 선물이네요. 그점도 너무너무 좋답니다. 게다가 책은 또 얼마나 멋진지요. 아, 올해는 뭔가 제가 운수대통할 것 같은 기분이 무럭무럭 솟고 있어요. 책 잘 읽을게요. 고맙습니다. (^^)(__)

순오기 2009-01-05 21:5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보내는 문자는 인터넷 이용해 shot메일로 들어왔어요.
복은 자신이 짓는 거고 본인 마인드가 불러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마노아님께 운수대통 기운을 막 보내고 있어요~~~ ^^
오늘 택배 보냈어요, 이불집 이름으로 갑니다.^^

꿈꾸는섬 2009-01-0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순오기님의 소개에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9-01-06 00:15   좋아요 0 | URL
꽤 유명한 분인가봐요~ 덕분에 저도 소설가 한 분을 알게 됐지요.^^

소나무집 2009-01-0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부러운 선생님이네요.
순오기님이 사는 동네로 이사 가고파져요.

순오기 2009-01-09 07:18   좋아요 0 | URL
멋진 선생님이죠. 이사오세요~ ㅋㅋㅋ

무니문 2010-12-0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있는 산지니출판사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 권문경입니다.
'빛' 표지를 구상하느라 머리를 쥐어뜯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표지 시안을 놓고 의견 차이로 김곰치 작가님과 막 싸우기도 했구요^^
책이 나왔을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홍보해주신 김남건 선생님 감사합니다.
'빛'을 통해 오고간 사연을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빛'을 처음 받아본 사람들은 그 두께에 다들 겁을 먹는데요,
읽다보면 '어라, 이거밖에 안남았네' 하게 된답니다.^^
내년 1월에 출간될 김곰치 작가의 환경르포산문집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순오기 2011-01-28 13:13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죄송합니다.
환경르포산문집 검색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