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남에서 희망이 꽃피도록 보듬어 주자!
*영화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4.15 스캔들 이후엔 후기도 안 썼다. 알라딘 놀이터에서 놀다보니 쓰기도 귀찮았나? ㅎㅎㅎ 그래도 이 영화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끄적인다.
어제밤 독서회원들과 '크로싱'을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푸른도서관 시리즈 21번,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리남행 비행기'가 떠올랐고, 리남행을 읽었기에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더 탈북자들의 상황을 잘 묘사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신 분들이나 보실 분들은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영화를 조금 소개하자면~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엇갈림-은 참 가슴아픈 영화다. 10년 전 김태균 감독이 봤던 북한 다큐멘터리 한 장면이 이 영화의 출발이다. 꽃제비라 불리는 다섯 살,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허겁지겁 더러운 시궁창 물에 씻어 먹는 그 장면이 이렇듯 가슴 뻐근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아버지와 어머니, 열 한 살 아들 준이는 여느 북한주민처럼 가난하게 살고 있다. 쓰러진 어머니가 폐결핵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차인표)는 식량과 아내의 약을 구하려 생사를 넘나드는 중국행을 택한다. 그것은 결코 다시 만날 수 없는 ‘크로싱(엇갈림)’의 시작임을 그들은 모른다.
이 영화를 위해 4Kg를 감량했다는 차인표도 예전의 영화보다는 연기가 좋았고, 600명의 오디션 끝에 발굴해낸 준이역 신명철의 해맑고 슬픈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였다. 느티나무 옆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공을 차는 부자(父子)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다. 나중에 중국으로 향하는 차인표가 배웅하는 아들에게 ‘한번 뺏아봐라’ 하며 돌 한 개를 발로 툭 내던지자, 축구공인양 돌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정을 나누는 모습 또한 어찌나 슬픈 아름다움인지 가슴마저 뻐근했다.
‘하느님은 남조선에만 계시는 겁니다. 왜 하느님은 북조선의 인민들은 구원하지 않는 겁니까!’
라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정말 남북 분단이 안긴 비극이 소름끼치도록 절실했다. 제목 그대로 두 부자는 ‘엇갈린’다. 가슴 조이며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차라리 불행한 결말은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또한 하루라도 빠른 통일이 같은 동포의 뼛속 깊은 불행을 해결해주는 준열한 외침이라 여겨졌다.
북한은 1996년 이후,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며 북한주민들은 목숨을 건 탈북에 나서고 식량난으로 죽는 사람은 수도 없다고 한다. 비밀리에 진행된 4년의 기획 제작, 실제 탈북민 인터뷰, 방대한 자료조사, 탈북민의 시나리오 검수, 또 탈북 여정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국의 ‘요녕성’부근의 드넓은 옥수수 밭, 대규모 벌목장과 현지 기차 안 풍경 등은 중국, 몽골을 오가며 총 8천km의 대장정으로 이루어낸 화면이란다.
또한 몽골 사람들의 분위기와 생김새가 북한주민들과 닮아 북한주민이 등장하는 장면을 몽골에서 촬영해서 몽골의 ‘비이요’ 마을을 북한의 시골로 변화시켰고, 허허 벌판이던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공터는 북한의 시골장터로 변모됐다고 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예전 같으면 학생들 단체관람 시켰을 영화인데, 요즘엔 학생단체관람이 없어서 오히려 안타깝다며 학교에 건의해 볼까 의논했다.^^ 가슴 아픈, 그러나 아름다운 이 영화를 자녀들과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보다도 더 리얼한 탈북자의 실상을 알기 위해 '리남행 비행기'도 읽어보면 좋겠다!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본 새터민들이 실상을 잘 담아냈다며 칭찬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