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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남행 비행기 -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21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2월
평점 :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작가상을 수상한 김현화의 '리남행 비행기'는 탈북자 봉수네 가족이 역경을 헤치고 리남행 비행기를 타는 과정까지 담고 있다. 봉수네 가족이 꿈의 리남에서 새터민이라 불리는 삶에 희망이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책을 펼치면 잠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도록 흡인력이 대단한 청소년 소설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알만큼 알게 된 북한주민의 실상이 한 눈에 펼쳐지며, 퀴즈에서 접했던 북한말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시어머니, 오그랑이, 난날상, 짝패동무, 때식, 닭알, 별찌 등을 우리말과 짝지어 보는 것도 좋다. 한때 반공교육으로 북한을 괴뢰라 부르며 마치 뿔난 도깨비를 연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로 '레드 컴플렉스'를 극복했고, 이제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따뜻한 가족애와 인간애에 멈칫 놀라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자유로운 소통이 막혀있는 현실의 거리감이, 가까운 이웃이나 형제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봉수와 금만의 우정이나 영도삼촌의 따뜻한 성품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러한 따뜻함도 잠시, 영도삼촌을 땅에 묻은 봉수아버지는 탈북을 결심한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친정엄마를 보고 떠나는 봉수엄마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내 자식이 잘 살기만 바라는 부모 마음이 가락지 하나로도 찌르르 전해온다. 어둔 밤 얼음을 딛고 두만강을 건넌 봉수네는 삵쾡이처럼 먹이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온갖 역경을 겪는다. 인간의 악함과 추함이 드러나는 안내원 애꾸눈이나 인신매매를 일삼는 중국인들, 기회만 되면 배신하고 이익을 채우는 인간들의 악함이 여실이 드러난다. 세상이 이렇기만 하다면 무슨 희망이 있을까?
만나야 될 사람은 꼭 만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일까? 마지막엔 일말의 양심을 느낀 애꾸눈이나 봉수네 돈을 훔쳤던 꽃제비인 양호조차도 사람의 정을 보여준다. 위기의 상황에서 만난 김정옥 목사나 중국인 할아버지의 도움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에 잠시 위안을 받는다. '그래, 사람이 악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 따뜻한 인간애는 세상 어디에서나 통하는 거야~ 그리고 양심이 살아있다면 사람이라 할 수 있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봉수네 가족의 탈북과 리남행을 밀도있게 그리며 위기와 긴장을 이완시키는 작가의 필력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어린 봉화의 천진함에 웃으며 가족이 함께 견디고 희망을 잃지 않은 그들의 리남행에,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고 뜨거운 사랑이었다. 태국으로 갈 수 있는 막바지에 중국공안들에게 잡힌 할아버지는, 달려오는 가족에게 들리도록 공안에게 돌아서서 처절하게 외친다.
"안된다. 오지마라. 애비야~ 가만히 있어! 얘야, 제발 가만히 있어 다오. 애비 마지막 소원이다. 다시 돌아가는 건 나 하나로 족해. 영도랑 기다리마. 넌 가족들 데리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열심히 걸어가라. 알아들었니? 열심히 걸어가란 말이다."
가족사랑의 절정을 보여주는 할아버지의 절규는 기어이 눈물을 쏟게 했다. 아~~ 봉수네 가족의 리남행이 성공하여 행복하게 살아야만 할아버지와 영도삼촌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텐데...... 봉수네 같은 새터민들이 살만한 세상이라 느낄 수 있게 우리가 진정으로 보듬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