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아홉, 꾸역꾸역 밥을 먹다'라고 며칠전 '친절한 복희씨'리뷰에 썼는데, 이제 건망증도 꾸역꾸역 먹어대는 나이다. 건망증을 방지하려고 탁상일기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사니까, 중요한 건 안 잊는데 사소한 건 잘 잊어먹는다.

오늘 수업을 끝내고 교실 뒷정리까지 마치고 잠간 화장실에 갔다. 혹시 전화라도 올까봐 휴대폰을 가져갔다. 휴지걸이 위에 얹어 놓으며, '여기다 놨다가 그냥 나가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걸어서 6~7분 거리에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끝내서 여유있게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생각났다. '아~ 핸드폰! 학교 화장실에~~~ ' '여기다 두고 그냥 가는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못살아~~~ 그래도, 거기다 두고 왔다고 생각난 것만으로 위로를 삼아야 하나?

다시 되돌아가니 휴지걸이 위에 얌전히 앉아 있다. 확인해보니, 7분전 승연님께 온 문자가 있었다. 광주이벤트 일정 안 잡았으면 6월 첫주는 피해달라고... 헉~ 6월 첫주에 할까 생각했었는데, 일단 승연님 의견을 접수해야겠다. 연두 초록 이파리들이 뽐내는 계절이지만 5.18기념일을 피해서 잡아야 할 것 같고, 광주시청이나 담양군청의 버스투어를 이용할 생각이라 그쪽하고도 협의를 해야 하니까.... 

2월말부터 한약을 먹으며 저녁으로 선식을 먹었는데, 14일 먹고는 저녁밥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16일치 남은 걸 없애려고 지난 토요일부터 하루 세번을 먹기로 작정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 쉬게 되어 크게 기운 쓸 일도 없을 거 같아, 이름하여 다이어트에 도전하려는 의도였다. 월요일 점심까지 별 문제없이 선식을 먹고, 계속 차를 마시니까 공복감도 못 느끼고 잘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월요일 오후 4시 중학교 학운위 첫번째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게 되었다. 첫 모임인데 빠지기도 그래서 참석했으니 음식을 안 먹을 수 없잖아! 회 몇 점과 돌솥밥 한 그룻 뚝딱 해치웠다.ㅠㅠ

그래도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선식을 먹었다. 문제는 또 저녁... 영어학원에 갔다 온 민경이 손에 따끈따끈 모락모락 김이 나는 쑥떡이 들려 있다. 오다가 '와일드 보이' 모자를 만나 인사했더니, '잘됐다, 먼저 만난 사람이 임자다!'하면서 이웃에서 얻은 떡 한덩이를 앞집 할머니 드릴려고 했다면서 쥐어주더란다. ㅎㅎ 내가 이래서 다이어트를 못한다니까! 떡보인 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저 유혹적인 쑥떡을 어찌 바라만 보겠냐고요!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 아침까지 그 쑥떡을 맛나게 먹어주셨다. 그래도 점심은 다시 선식... 오전에 쑥을 뜯어와서 떡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냐고 전화로 물어오신 교수님, 저녁참에 절편을 했다면서 갖고 왔다. 쑥향을 풍기며 유혹하는 절편을 또 먹어 주셨다. 어허~~내가 이렇게 친절한 남도아줌씨들 때문에 다이어트도 못한다니까!

5일을 줄곧 선식 먹었으면 못해도 2~3Kg는 빠졌을텐데, 으흐흐~~~ 내가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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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4-10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해놓으면 기록해 놓을 수록 더 헷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디다가 기록해 놓았는 지를 찾질 못하니 말이져......ㅋㅋ

순오기 2008-04-10 18:38   좋아요 0 | URL
어디다 해 놓았는지 찾지 못한다니...ㅎㅎㅎ 웃어야하지 울어야할지...ㅠㅠ
걍 나이 먹는대로 건망증도 먹으면서 살아야겠죠!^^

비로그인 2008-04-1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 제가보낸 문자가 화장실 안에서 울렸겠군요.
다이어트 하지 않으셔도 예뻐요.
우리 그냥 이대로 만나요.

순오기 2008-04-11 02:41   좋아요 0 | URL
ㅎㅎ~ 화장실에서 부르르 떨었겠죠.^^
이벤트 때문에 다이어트 하는게 아니라 과체중이라 건강상 문제로 필히 해야돼요.ㅠㅠ

뽀송이 2008-04-1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님 덕분에 또 웃습니다.^^
다이어트 안하셔도 보기 좋으세요. 귀여우세요.^^
그나저나 저도 쑥떡 먹고 싶어요. 떡이라면 다 좋아해서 저도 심각해요.^^;;
저도 요즘들어 부쩍~ 건망증이 심해져서 걱정이예요.ㅡㅜ
물 마시러 주방에 나왔다가 "내가 왜 나왔지????" 막~ 이런다니까요.ㅡㅡ;;

순오기 2008-04-11 02:42   좋아요 0 | URL
쑥떡의 유혹...너무 무서워!
'내가 여기 왜 왔지?'이런 일은 비일비재~ㅎㅎㅎ
고혈압 때문에 다이어트 처방 받았다고요.ㅠㅠ

웽스북스 2008-04-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휴대폰 정말 잘 놓고 다녀요 저는 거의 집에 놓고다니긴 하지만 ㅎㅎ
그런데 광주 이벤트가 정말 스케일이 크군요

(역시 순오기님은 보통이 아니야 보통이.... 라고 느끼며 갑니다 ㅋㅋ)

순오기 2008-04-11 02:44   좋아요 0 | URL
지자체마다 버스투어 운영하니까 큰 부담없이 지역명소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아요. 문화유산 해설사까지 붙여주시니까...^^
휴대폰 있어도 없어도 문제가 되지요.ㅎㅎㅎ

세실 2008-04-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다이어트는 여자의 적이면서 평생 풀어야 할 숙제일듯^*^
음 한약이랑 선식 드시면 1주일내에 3킬로는 빠져야 정상인데....먹는양을 줄이는것이 젤 중요하답니다. 힘들게 5킬로 빼서 1킬로 요요오고 4킬로는 감량했습니다. 요즘 다시 도전하고 있는데 1킬로 빼기가 넘 힘들어요.

순오기 2008-04-11 02:46   좋아요 0 | URL
빼기는 힘들어도 요요는 순간이죠?ㅎㅎㅎ
건강 문제만 아니라면 이대로 씩씩하게 살텐데...고혈압 등의 가족력이 무서워서 살빼야 한다니까요!^^

하늘바람 2008-04-11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님 저도 오늘 충격받았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이영자가 저보다 날씬해보여서요. 흑

순오기 2008-04-11 06:29   좋아요 0 | URL
ㅎㅎ 하늘바람님은 이제 태은이 돌 지났으니 열심히 다이어트 하시면 날씬해질거잖아요. 첫애때 잘 해야 나중에도 날씬하지요.^^

L.SHIN 2008-04-1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저도 종종 그럽니다. ㅡ.,ㅡ......
방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늘...핸드폰을 찾아야만 합니다....ㅜ_ㅡ

순오기 2008-04-14 01:08   좋아요 0 | URL
핸드폰, 안경 찾아대는 우리 남편을 흉봤는데...벌인가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