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지런한 주부라면 해가 바뀌기 전에 마늘을 까서 보관하지만, 주부보다는 알라딘 놀이터를 더 즐겨찾는 순오기다보니 자꾸만 할일이 미뤄진다. 그래도 설 쇠기 전엔 마늘을 까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1월 일요일 아침에 두어 시간 걸려 마늘을 다 까놓고 혼자 뿌듯해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 요 마늘도 너무 늦게 까서 싹이 길게 나온 것들도 있다. 주부 새내기 시절엔 몰라서 마늘을 몽땅 썩혀 빈껍질만 남아 버린적이 있었다. 이렇게 살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거지만, 살다보면 알면서도 게으름 피우다 버리는 것도 많다. 음, 마늘을 다 까놓으니 반찬할 때 일이 수월해서 좋더라! ^^

우리 한국사람들은 마늘 먹는다고 남의 눈치보거나 구박받을 일 없겠지만, 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그게 좀 문제가 되는가 보다. 1958년생 목포 사람으로 미국에 살면서 SOLO라는 청바지 브랜드로 사업에 성공한 '김동찬시인'이 쓴 마늘이란 시가 생각나서 사진과 같이 올린다. 예전에 사회교육원 시창작반에 다닐 때, 고향에 왔다고 강연하러 와서 만났고 내가 정기구독하는 '열린 시조' 편집인이기도 하다. 또 LA에서 내 친구목사가 관리하는 대안학교라 할 수 있는 '젊음의 집Green Pastures Academy)'에 후원하고 졸업식에 갔다와서 쓴 글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 글이 실린 책을 보고, '어~ 이거 내 친군데!' 싶어 인터넷으로 그 친구와 쪽지 나누다 국제전화까지 걸려 와 한참 수다 떨었던...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다섯 사람만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이 실감났다. 내가 아는 사람 없다고 맘 놓고 사는 '광주살이'가 사돈에 팔촌에, 알지도 못하던 동창남편(고재종시인)까지 다 연결되더라. 그래서 결론은, '어디 가서도 아는 사람 없다고 남한테 못할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불끈! ^^

   
 

 마늘      -김동찬- 

우리들이 갖고 있는 향기 하나가
다른 사람에겐
지우개로 박박 문질러
후욱 불어버리고 싶은
악취일 수 있다.
비누칠해 깨끗이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생선 냄새처럼
당신의 향기가 내 몸에 배인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돼지고기를 구울 때처럼
살짝 마늘 몇 개를
더 올려놓는다.
그러면 당신은 말하겠지
코리언은 마늘 냄새가 지독해요.

감기에 걸렸다고
정력에는 그것이 최고라고
만병통치까지 끄집어내며
시도 때도 없이 풍겨내던
내 고향 친구 녀석의
마늘 냄새가
문득, 잃어버린 내 향기인가 싶은
아메리카의 저녁 한 때
도대체
무엇이 나를 끌고 다니며
이토록 지치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
꼭 알고 싶어서
마늘 한 쪽을
눈물을 흘리면서 먹어 치웠다.

 
   
*나비님의 페이퍼에 고무되어(누구는 신비주의 혹은 신기주의 하면서 베일에 싸이는데) 나는 남들이 알리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인연까지 다 들추어 내며 페이퍼를 쓴다. ㅎㅎ 이게 바로 아줌마의 수다라는 거겠지만... ^^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2-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내가 20,000 이벤트 할까 했는데, 오늘 벌써 차버렸다.
오늘 144, 총 20000 방문
요것이 뭔 일일까? ㅎㅎ 나비님 때문인가?

세실 2008-02-1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74, 총 20030 방문
빠른 속도로 늘어나시네요~~~ 벌써 174분? 대단하십니다.
마늘 전 친정에서, 시댁에서 빠놓은거 가져다 먹습니다. ㅎㅎ
삼겹살 먹을때 마늘 구워먹으면 참 맛있죠~~
시 좋으네요.

순오기 2008-02-10 18:46   좋아요 0 | URL
보통은 바쁜 며느리와 딸을 위해 빻아주는거를 가져다 먹더군요.ㅎㅎ
저는 그렇게 해줄 시어머니도 안 계시고 친정엄마도 멀리 계셔요.
하긴 나는 노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니까...^^

웽스북스 2008-02-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마늘을 못까고, 못먹고, 냄새를 못맡아요
(그러면서도 마늘빵이나 매드포갈릭은 좋아하는 -_-)
특유의 톡쏘는 매운 냄새 때문인데, 마늘 양파 파를 죄다 가까이 두지도 못해서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ㅜㅜ

전 아마 빻아놓은 마늘만 사다 쓰게 될듯 ;;

순오기 2008-02-10 17:11   좋아요 0 | URL
아~~ 그래도 주부가 돼서 음식하려면 마늘이 필수에요 필수! ㅎㅎ
마늘빵은 맛있죠? ㅎㅎㅎ 요즘은 돈이 해결해주기도 하죠.^^

bookJourney 2008-02-1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에는 마늘을 까두지 않았어요. 저장용 마늘 샀을 때 바로 아파트 베란다 선선한 곳에 펼쳐두고 며칠을 말린 후에, 양파망 같은데 나누어 담고, 베란다 그늘에 두었더니 ... 아직까지도 말짱해서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까서 쓴답니다. (일주일 정도 사용할 것은 한 번에 까기도 하지만요 ^^)

* 오늘 227, 총 20083 방문 ~ 순오기님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숫자네요 ^^

순오기 2008-02-10 17:36   좋아요 0 | URL
어머~ 아무리 저장마늘이라도 설 지나면 싹이 날텐데 괜찮단 말이죠? 보관을 잘 했나봐요~~~ 며칠 쓸 거 까놓으면 할 일이 없는 듯해요.^^
볼거리도 없는데 방문자 수만 늘어나 있으면 미안하던데...ㅠㅠ

마노아 2008-02-1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새해 되기 전에 마늘 까는 풍습이 있는 거야요? 오옷, 처음 알았어요!
오늘 1, 총 20238 방문

순오기 2008-02-11 04:06   좋아요 0 | URL
ㅎㅎ풍습이라기보단, 늦어도 설되기 전에 해야만 마늘을 건질 수 있단 거죠.
설 지나면 날이 푹~ 해지니까... ^^

2008-02-1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11 04:08   좋아요 0 | URL
어머낫~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즐거운 알라딘 놀이터라 감사해요!

산사춘 2008-02-11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무이가 까고 아부지가 빻아서 얼려놓으신 마늘을 냉장고에서 훔쳐왔습니다.
그 수고로운 일을 하신 순오기님께 박수마당 한 판을... 짝짝짝~!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8-02-11 04:36   좋아요 0 | URL
ㅎㅎ 춘님~~~~ 실은 그게 훔쳐오는게 아니라죠!
그분들의 사랑과 수고가, 또 속아주심이 우리를 살게 하지요~~~ ^^

프레이야 2008-02-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엄마가 마늘을 까라고 하면 참 싫었던 기억이 나요.
손에 냄새도 나고 손톱밑도 아리고 그러면서요..
전 지금 다 까놓은 마늘에 다대기까지 사서 먹지만
순오기님은 대단하세요^^

순오기 2008-02-11 18:18   좋아요 0 | URL
바쁘면 사서 먹어야죠~ ^^
나는 노는 시간이 많으면서도 게으름 피워서 꼭 싹이 난다죠! 헤헤~

전호인 2008-02-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마늘 찧는 일을 합니다.
항상 찧는 일은 저의 차지랍니다 ㅎㅎ
건강한 한해 되시고 행복하세요 ^*^

순오기 2008-02-11 18:19   좋아요 0 | URL
아우~ 마늘을 콕콕 찧어주는 전호인님, 너무 멋지시다~~~~~
행복하시고 즐거운 마늘 찧기 계속 하세요!! ^^

향기로운 2008-02-1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99, 총 20436 방문 제 담에 방문하시는 분이 200번째에요^^;; 저도 마늘 얼마전에 다 깠어요^^;; 에휴~

순오기 2008-02-11 18:20   좋아요 0 | URL
님의 댁에서는 마늘에서도 마구 향기가 날 거 같은~~~~ ^^

뽀송이 2008-02-1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설은 잘 보내셨어요?
마늘까는 거 정말~ 내키지 않지요.^^;;
저는 재미난 드라마보면서 아들들하고 같이 까요.
녀석들~ 뭐 한 열개도 못까고 포기하지만 말입니다.ㅡㅡ;;
전 요즘 묵은 마늘 다 먹고 조금씩 사다먹습니다.^^
말끔히 다 까놓은 놈으로요.^^

순오기 2008-02-11 18:22   좋아요 0 | URL
후후~ 아들 녀석들 여남은 개 깠으면 된거죠.^^
고 녀석들 이 담에 제 각시가 마늘 깔때 잘 도와줄려나? ㅎㅎㅎ

책향기 2008-02-1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몇년전에 케이블TV에서 마늘 까는 기계 광고하는거 보고 하나 샀는데 손으로 까는것처럼 깔끔하게 되진 않더라구요. 마늘 까는거 정말 싫어요....-.-

순오기 2008-02-12 04:55   좋아요 0 | URL
기계보단 손으로 하는 게 훨씬 좋은 게 많아요.
마늘 까는 건 다들 싫어하는구나!ㅎㅎㅎ

깐따삐야 2008-02-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호인님처럼 마늘을 빻는 임무를 맡고 있어요. 저희 엄마는 마늘을 정말 많이 쓰셔서 자주 빻아야 되요.

순오기 2008-02-12 04:56   좋아요 0 | URL
ㅎㅎ 착한 깐따님은 마늘도 잘 빻는군요! 이런 츠자 별로 없을낀데... ^^

마늘 2008-07-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늘을잔뜩 까놓기는했는데 빠을일이 걱정이네요 빻는기계 어디서 삽니까좀 알려주세요

순오기 2008-08-01 07:26   좋아요 0 | URL
저는 마늘 빻는 기계 안 써봐서 모르는데 어쩌죠?
그냥 절구에 넣고 콕콕 찧어댑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