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기님께 그리고 詩
깐따삐야님이 순오기를 위한 시로 '봄비 한 주머니'에 수록된 '여자다움'과 '자격'을 올려주었고, 또 시집까지 선물로 보내셨다. 음, 알라딘 놀이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어서다. ^^
여고시절, 교내 시 백일장에 '엄마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줍잖은 자존심으로 버티던 시절이라, 단 두 줄 쓰고는 지금까지 미완이다. 늘, 마음으론 시를 쓰고 싶어서 문학의 주변부를 얼쩡거리며, 문학공부나 시창작교실을 기웃거렸다. 그 덕에 교과서에서 본 시인 외에 수많은 시인의 이름과 시를 아는 것으로 자족했다.
시를 쓰는 것은 재주가 아니라, 사랑이고 삶에 대한 철학이 농익어야 함을 깨달음에도 아직 미완인 두 줄짜리 시를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드리고 싶다. 치열하게 사랑하지도 못하고, 아직도 인간이 덜 된 나는 그 시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움에 미루고 있던 시를 완성하기 위해 '시가 내게로 왔다' 카테고리를 시작한다. '봄비 한 주머니'에 실린 이 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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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은 말 -유 안 진-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버릴까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 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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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0년 전, 여고시절에 쓰다 만 두 줄짜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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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단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어머니는 오늘도 새벽바람 대문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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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우리를 공부시켰는데,
난, 죽었다 깨어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 모진 세월이 15년.........
지금 엄마는 그 세월의 댓가를 치루느라
뼈마디 마디 안 아픈데가 없어서 편한 잠도 못 주무신다.
난, 우리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말을 한 편의 시로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