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구꾸러기

깐따님과 메피님의 글에 이어, 한때 태그쓰기에 동참했고 또한 야양청스교의 다섯번째 신도인 순5기인지라 한소리 지껄여야 할 분위기다. ㅎㅎ

깐따님은 츄리닝 바람에 목도리 둘둘 감고 산책나가 지청구 먹었다는데, 나는 따끈한 아랫목에 누워있던 아들녀석을 갈궈댔다. 바로 어제 밤에... 성장기에 그렇게도 듣기 싫어했던 엄마의 잔소리를 이제는 맘껏 쏟아내는 '잔소리쟁이 엄마'가 된 것이다. 잔소리 듣기 싫어 나도 일찌기 독립하려 했건만, 결혼 외엔 절대 독립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추상같은 호령에 스물아홉에 결혼하고야 비로소 독립(?)했다.^^

사실은 나도 남편에게 퍼부어대고 싶은 잔소리를 아들한테 하는거다. 우리 아들넘 일찌기 이 사실을 간파하고 "아빠, 아빠 때문에 내가 엄마한테 욕 먹잖아!"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도둑질은 못 한다더니, 어쩜 그리 지 애비를 닮아가는지......'으이구, 내가 못 살아!' 이러면서 내가 산다. ㅋㅋ

경제적 상황도 뭐 호기 부리며 학원 보낼 여건도 아니지만, 집에서 공부 안하는 넘 학원 간다고 하겠나 싶어... 그냥 시간 쥑이며 노는 꼴 보기 싫어도 중2까지 학원을 안 보냈다. 이제 노는 게 몸에 밴 아들 녀석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고등학교에서 심화반은 커녕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상황이 될까봐, "이제 중3 되는데 공부 좀 하지." 라고 점잖게 권면했다. 전에 태그 쓰기에서 '전설의 56점'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욘석이 그래도 중학교 입학할 때 대표로 선서하고 들어갔는데 수학 56점을 비롯하여 성적이 말이 아니다. 뭐 길게 본다면 그깟 중학교 때 점수나 전교 등수가 그리 대수겠냐 싶어 없는 여유를 부리며 봐줬다. 그래도 이참에 영어든 수학이든 해야될 거 같아 학원가서 테스트를 받고 오라 해도 감감... 1월 초에 그도 안하면 엄마한테 밥 얻어먹기 어렵겠다 싶었는지 한 날은 동생따라 학원에 갔다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냥 나 혼자 해본다고 했어." 이러는거다.

그래, 공부야 지가 맘 먹으면 하겠지 싶어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20일이 지나도 날마다 빈둥거리지 도통 공부를 안하는 거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아니면 수학문제라도 한 장씩, 그도 아니면 영어단어라도 30개씩... 이참 저참 얘기를 해도, 공부 계획을 짜보라 해도 무반응이다. 겉으론 덤덤한 척 해도 사실 엄마는 속이 탄다.

이녀석이 중 1때 자기반 카페에 남긴 좌우명이 '오늘은 편하게 내일부터' 였었다. 그땐 참 너 다운 좌우명이다 웃었지만, 이런 정신이 아들을 지배하고 일생을 저런 자세로 산다면 눈앞이 캄캄할 일이다. 내일은 죽을 때까지 내일이지 않는가! 우리 남편이 이런 정신으로 오늘을 편하게 살다보니 지금의 상황이 되었을거라 생각돼, 원형탈모가 올 정도로 심각한 테트리스를 받았던지라 그냥 웃을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들을 심하게 갈궈대기도 했다.

내가 순오기인지라 딸들은 나를 닮았으면 제 앞가림을 하고 살거란 믿음이 있다. 헌데 아들에겐 그런 믿음이나 신뢰가 생기지 않으니 문제다. 그래서 어제도 점잖은 말로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큰딸년이 대변인 노릇을 하는거다.

"애들 다 그렇지, 나도 중학교 때 저렇게 지냈고, 엄마가 나한테도 똑같은 말을 했어.

"넌, 니 목표가 있었고 거기에 합당할 만큼의 노력은 했잖아. 그래서 결과를 얻었고!"

"그건 면접용 멘트지, 나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야. 그래도 제일 나을거 같아 선택한거지" "엄마는 괜히 애를 갈구지, 그렇다고 대책을 세우거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

"환경? 환경탓하며 아무것도 안하면 뭐가 달라져? 다 자기가 노력한 결과를 얻는거지!"

"그래서 엄마 결론은 공부하라는 거잖아. 엄마는 중학생 때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어?"

"그래, 엄마는 그랬다. 고등학교 떨어지면 공장가서 돈 번다고 2차 지원도 안 했다."

"헐~ 이번에 외할머니한테 가서 엄마의 비리를 다 알아와야지"

"엄마는 치부와 비리를 다 공개하며 살잖아. 그 이상 뭘 원해?"

제 누나랑 엄마가 치열한 말싸움을 벌여도 아들녀석은 침묵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눈감아 버리고, 컴퓨터에 앉아 있던 막내가 "이제 그만하지, 그러다 진짜 싸우겠네." 라고 말리는 바람에 끝냈지만 나는 여전히 씩씩댔다.

"아니, 요것들이 대가리 커졌다고 따지고 들어? 어려선 엄마가 지존인 줄 알더니만... 자식을 낳았으면 행복하게 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박박 대들질 않나~ 니들은 부모한테 순종하고 기쁘게 해줘야 할 의무는 없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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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 딸내미 꼭 저같네요
우리 엄마가 저한테 제일 섭섭해하는 순간인데, 이 성격이 참 안죽네요

그나저나 엄마가 자식한테 하는 가장 일반적인 구박은 니아빠닮았다,군요
우리엄마도 그래요 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0:53   좋아요 0 | URL
지 애비 닮았단 말은 사실 대놓고 하지도 못해요.ㅠㅠ 그래도 눈치가 빤해서 다 알지만...우리 딸년은 꼭 지 애미 닮아서~~~~~ㅎㅎㅎ

bookJourney 2008-01-2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요즘은 아이들도 그냥 혼내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저 어렸을 때는 속으로는 꿍얼거려도 겉으로는 못대들었는데 말이지요.
제 조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한테 혼나면서 하는 말이 "내가 왜 혼나야 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설멍을 해줘야 하잖아요." 였답니다. ^^;;

순오기 2008-01-24 00:54   좋아요 0 | URL
ㅎㅎ 요새 애들 진짜 똑똑해서리...쩝!
근데 나도 우리 아버지랑 치열하게 싸웠어요. 내가 울 아버지랑 제일 닮았거든요! 씨도둑질은 못하는 그 아버지에 그 딸이죠.

깐따삐야 2008-01-2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씨도둑은 못 한다고 지애비를 닮아가지구~ 진짜 많이 듣는 말이에요.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봐야 돼, 뭐 그런 말씀은 안 하시는지?
저희집은 아들인 오빠는 내놔도 끄떡없는데 딸인 제가 항상 문제라는. -_-

웽스북스 2008-01-24 00:55   좋아요 0 | URL
우리집은 그나마 내가 좀 나은데, ㅋㅋ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냐? ㅋㅋ)

순오기 2008-01-24 01:04   좋아요 0 | URL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봐야 돼. 내가 울엄마한테 들었던 말인데, 우리딸한테 써먹으면 "난 그럴까봐 결혼 안해!" "흥, 그런 말하는 사람이 더 일찍 시집가더라. 그러니 진짜 안갈거면 그런말 하지마!"
우린 이러면서 싸워용! ㅎㅎ

깐따삐야 2008-01-24 01:03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겠어요. 우리는 누가 봐도 오빠가 더 나은 것 같아요. -_-

근데 저는 정말 저를 닮은 딸을 낳으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저를 닮은 아들을 낳으면 더더 걱정이구요. (사내자식이 저 같아서 어따 써.) 근데 결혼은 하고파요. 저를 안 닮은 남자랑. ㅋㅋ

순오기 2008-01-24 01:06   좋아요 0 | URL
난, 우리딸한테 '엄마만 닮아봐라! 어디 버릴게 하나라도 있어?' 막 이러면서 우긴다는...ㅋㅋ
결혼은 서로 안 닮은 사람이랑 만나야 하는거래요. 그래서 또 다르다고 싸우면서 싸는 게 인생이죠.ㅋㅋ

웽스북스 2008-01-24 01:08   좋아요 0 | URL
그게 아니고 제 동생은 밤새 게임만 하고요 애가 아직 철도 덜 들었고요
(내동생은 막, 우리누나는 밤새 알라딘질만 해요, 이러는거 아냐? -_-)

깐따삐야 2008-01-24 01:16   좋아요 0 | URL
우리 오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하느라 고로코롬 안 자더니만 나는 서재질 하느라 못 자구. 어느 집이고 인터넷이 문제로고! ㅋㅋ

웽스북스 2008-01-24 01:19   좋아요 0 | URL
우리엄마가 요즘 동생과 아빠와 내가 컴퓨터에 앉아있음 하는 말
PC방 같애....-_-

대화가 필요한 우리집 ㅋㅋ

깐따삐야 2008-01-24 01:33   좋아요 0 | URL
나도 밥 먹을 때 엄마 얼굴 잠깐 보구 아빠랑은 타이밍 안 맞아서 그나마 얼굴 마주하기 힘들고. 노트북 산 뒤로는 더 하네. 그냥. ㅋㅋㅋㅋ

마노아 2008-01-2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새 듣는 잔소리는 정리 좀 하고 살라는 거랑 책 좀 그만 사라는 거요. 근데 아까 책 주문 이미 넣었...;;;

bookJourney 2008-01-24 01:17   좋아요 0 | URL
음, 저랑 비슷한 얘기를 듣는군요.
퇴근하면서 책 보따리를 들고 가면 아이가 사색이 됩니다. "또 책 샀어?"라고 하면서요. "아니, 빌린 거야."라는 말에 아이가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말이지요. 가끔 엄마랑 아이랑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절 안 닮은 것 같고요 ㅠ_ㅠ

순오기 2008-01-24 01:1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애들한테 한소리 들어요. 엄마도 맨날 알라딘만 하잖아?
엄마가 우리집에서 컴터 제일 오래 차지하는거 알아? 엄마는 새벽에도 하잖아~ ^^
우리딸도 '엄마 책 사는 것만 줄여도 ... 해줄수 있잖아?'
그래, 엄마가 유일하게 부리는 지적허영이다 왜? 이러면서 또 싸우죠! ^^

웽스북스 2008-01-24 01:2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 완전 비슷해요- ㅋㅋ
엄마가 방에 들어와 한숨을 쉬고는... 내가 널 잘못 키웠나보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방이 너무 지저분해서

오늘은 청소 싹 하고 엄마한테 막 자랑했어요 ㅋ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1:44   좋아요 0 | URL
저도 청소는 대충하고 살아요. 알라딘에서 놀 시간은 있어도 다들 청소할 시간은 없잖아요. 우리가~ ㅎㅎ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도 청소로 잔소리는 못해요.^^
"큰딸~ 요즘 사람 살만한 방은 되냐?" 물어보면, "응 수일내로 살만하게 치울게~ " 이런답니다! 이것도 날 닮아서~~~~ 말 못해욧! ㅋㅋ

깐따삐야 2008-01-24 01:31   좋아요 0 | URL
크크크큭! 아... 야밤에 웃겨서 쓰러지겠어요. 순오기님네 아이들 완전 대박이에요. 정말 멋진 가족이에요.^^

마노아님은 책 좀 그만 사란 말을 들으시는군요. 저희 엄만 책은 읽어서 뭐하냐고 하세요. 읽어도 읽어도 멍청하다구. ㅠㅠ

순오기 2008-01-24 01:45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엄마가 알라딘에 지들 팔아먹는다고 난리에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08-01-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는데...순오기님은 벌써(?)부터 밀리시는 것 같다는...ㅋㅋ

순오기 2008-01-24 01:49   좋아요 0 | URL
요것들이 엄마가 최고인 줄 알더니만, 요샌 엄마의 무식이 들통나서 잘 먹히질 않아요.^^ 흥, 어림없지~~~~ 지들이 내 속에서 나왔는데 나를 이겨! 이러면서 절대 안 밀리는 용감한 엄마야욧! 그래서 또 우리 딸이 엄만 궤변쟁이라고...^^

Mephistopheles 2008-01-24 01:55   좋아요 0 | URL
계엄령을 선포해버리세요!

웽스북스 2008-01-24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지들 팔아먹는다니 ㅋ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1:49   좋아요 0 | URL
내가 팔아먹고 있잖아요. 전설의 56점부터... ^^
'엄마의 어록'이라고 만들까 하다가 너무 팔아먹는 거 같아 자제중!ㅋㅋ

웽스북스 2008-01-24 13: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회사사람들, 친구들 막 팔아먹고 있네요 그럼 ㅋㅋ

비로그인 2008-01-2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똑소리나니 애들도 그런것 아닌가요?
애들은 엄마의 거울이라잖아요.
한참 웃고 갑니다.

순오기 2008-01-25 02:29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이 그러잖아도 '엄마 닮아서 똑부러진다고~~' 원성이 자자해요.
"그래서, 뭐 잘못 된거 있어? 나만 닮아라, 버릴거 하나나 있어?"
막 이러면서 들이밀죠~~~ 내 거울이란거 진즉부터 이실직고 했어요!ㅠㅠ

무스탕 2008-01-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들 구박할때 아빠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저 전주이씨녀석들.. --+' 하며 구박해요.
저도 애들한테 구박받아요. 엄마책좀 그만사! 하고요.. ㅠ_ㅠ
아직까지는 애들을 잡고 사는데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죠. 걱정이야요.. ( ")

순오기 2008-01-24 14:08   좋아요 0 | URL
그댁은 전주 이씨군요. 저는 덕수이씨...충무공, 율곡 막 읊어대요. 뒤집어지는 건 순간이에요. 뭐 같이 뒤집어지는 엄마들 많으니 혼자 슬퍼하지 마셈! ^^

2008-01-2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