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이 밝으면 우리 딸은 수능 시험을 보러 간다. 어영 부영 대충 고3 엄마 노릇을 했기에 좀 미안한 마음이다. 어제는 학교에서 일찍 보내줘 점심때 집에 왔다. 도시락 반찬은 뭐냐고 묻기에, 학교 갔다와서 장보러 가야지 했더니 "고3 엄마 맞아?" 한마디 던진다. 내가 이러면서 짬만 나면 알라딘에 드나드니, 정말 수험생 엄마 맞나? 반성하는 중... 남들은 100일 기도도 한다는데, 그래서 이번 월요일 쉬는 날은 영화도 안 보고 나들이도 안 가며 조신하게 있었다.
며칠 전 이웃에서 보온도시락도 빌려다 놓았고(아니, 그 엄마가 가져왔다. 수능날 가져갈 고급 초콜릿까지 사 가지고... ) 반찬은 제가 좋아하는 장조림, 두부부침, 스팸을 부쳐주기로 했다. 워낙 나물을 안 먹는지라 싸줘도 안 먹을거 같다기에 제외시켰고 따끈한 국물은 된장국으로 정했다.
집에 올때마다 '집밥'이 맛있다는 딸을 위해 저녁엔 청국장을 끓였다. 요즘 영화 '식객'을 본 후, 만화 '식객'을 구입해 읽는 중인데, 4권에 '청국장'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오늘 우리 식탁에 오른 청국장이다. 우리 딸이 워낙 매운거를 못 먹어서 청,홍고추 대신 청,홍피망을 얹었다. 사진을 봐선 그냥 된장찌개 같지만, 맛은 좋았다!(믿거나 말거나 ^^) 다행히 버논이 친구와 저녁 먹는다며 나가서 온 집안에 청국장 냄새 폴폴 풍기며 보글보글 긇였다. ㅎㅎㅎ
큰 딸이 중학교에 가면서 시험때만 되면 꼭 '육개장'을 끓였다. 그 세월이 벌써 6년... 수능 시험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달까?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육개장을 준비했다. '식객'에도 나오지만, 순종의 대령숙수가 마지막으로 임금께 올린 음식이 '육개장'이란다. 임금은 국물 한방울 남김없이 다 드시고 통곡하셨다는... 육개장에 담긴 의미(나중에 자세히 확인하고 올려야지)가 저렇게 심오하구나! 감동하며 뭉클했던 장면이다. 만화에선 몇 편에 나오는지 아직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우리 애들에게 확인하니, 8권에 나온다고 한다.
이웃들이 시험을 잘 치라며 선물을 가져왔다. 시험에 철컥 붙으라는 의미의 엿이랑 찰떡, 에너지가 떨어질 때 먹고 기운내라며 초콜릿이랑 비타민에 금일봉까지 하사한 손길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에 우리 딸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기를 소망한다.
우리 딸이 6학년이던 2001년 10월 15일, 교육청 학생종합예술제에 운문부 대표로 나가 금상을 받았던 시가 있다. 주제가 선물이어서 아빠한테 받은 생일선물 이야기를 쓰다가~~번쩍! 삐리릭~~ 필이 와서 확 바꿔썼다는 자연이 주신 선물이다. 전국의 수험생 가정에도 따뜻한 선물처럼 뿌듯한 결과 있기를 기원하며...... 선물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