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성격 급한 사람 ㅋㅋ

성격 급하신 분들은 여기서 바로 차트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차트 공부하셔도 이해 못 합니다.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차트에 대한 상식도 잘못된 편견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저 자리를 알게 되기까지 2년 걸렸습니다. 초보 개미가 이해할 확률은 단언하건대 제로입니다. 지금은 기본적 분석을 설명하는 시간이니, 기업 분석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공부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세요.

70/2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퇴생 시절, 친하게 지낸 신설동 친구 중 하나가 타로를 잘 알았다. 그 친구를 쫓아 낙성대였나 신림까지 가서 타로 구매할 때 같이 보았다. 실제로 사장님이 타로점을 보시기도 하셨고 샘플 타로를 보여주셔서 타로덱을 만져보고 스프레드 천 위에서 스프레드도 해보고 살 수 있었다. 내 인생은 다른 신설동 친구들에 비하면 맨숭맨숭 안온한 삶이었어서 당시만 해도 나는 운명에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되는 일이 없어서 암담해지니 그제서야 나도 명리 주역/육효 타로를 찾게 됐는데, 타로는 진짜 직접 보고 싶은데 도무지 실물을 보고 살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으로 보고 그 집에 판매용 물품이 없다면 며칠 기다려서라도 받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라클 하나 말고는 온라인 상 사진만 보고 푹 빠진 타로가 없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타로도 안 끌리고 아름답다는 일러스트 타로들도 어쩐지 무섭다. 유니버설 웨이트냐 스미스웨이트냐 마르세유냐 벨린 계열이냐 레노먼드(르노르망)냐도 선뜻 무엇으로 배워야 잘 맞을지 잘 모르겠고(결국 상징이 쉽다는 르노르망과 유니버설 웨이트로 시작했다. 책에 딸린 부록으로. 근데 현재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와 책이 둘다 없어져 타로 스터디가 불가능한 상황임) 예쁘다 생각한 건 굳이 말하자면 알폰소 무하 풍의 아르누보 덱들인데 그런 걸로 시작해도 되나 싶고. 옛날에는 세콜리 작가의 카드가 이뻐보였는데 요즘은 아니고 고양이 테마들도 마음에 드는 그림체가 없었다. 주역을 좋아하지만 이칭카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타로보다 8면 주사위 2개와 6면 주사위 하나로 치는 육효점이나 산가지나 척전으로 치는 주역 육효점을 더 정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만든 사람이 악마주의라는 토트카드는 어쩐지 간담이 서늘하고.

그런데 한스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보자마자 사야겠다 싶었닼ㅋㅋㅋㅋ 스스로에게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 치지 뭐.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판화 작가의 판화 작품이라는 점. 옥션 프리뷰를 다니면서 나는 판화 작품들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소장할만하다 싶어지면서 관심이 갔고, 그래서 이 타로 덱이 판화작품이라는데 큰 매력을 느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을 영화를 안 좋아해 별로 본 적은 없지만, 그 주인공을 모티프 삼아 만들면서도 눈이 잘 안 보이는 자문가에게 판화작품을 만지게 하면서 계속 자문을 받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나는 내 모세혈관들이 더더욱 망막을 가려 시력이 언젠간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보니 이런 스토리에 더 마음이 간다. 최근 동생이 김경식이 이동우에게 책 읽어주는 유튜브를 추천해줘서 마음이 따뜻해진 적이 있고 원샷한솔님 스토리 보다가 공감하거나 화나거나 빡치기도 할 때가 있다. 최근엔(벌써 재작년 여름이군) 눈이 안 보여 노란 점자블럭을 따라 걷다가 지나가는 행인들과 상인들에게 욕을 먹고 밀쳐진 적이 있다. 내가 안내견이나 백색 지팡이를 보행 보조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한 얼뜨기 취급을 받은 거겠지만 타인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섭도록 배려없는 사회가 너무 겁이 났다.
아무튼 그런 스토리들이 다 모두 마음에 들어 펀딩신청을 했다. 기대된다. 얼른 받아보고 싶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살수 있는 타로샵이 있으면 좋겠다. 정작 나는 점을 보러 다니지 않으니 ㅋㅋㅋ 남의 타로카드 볼 기회 자체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음, 저들이 곧 내 스웨터를 따라 하겠군. 괜찮다. 그들에게서 돗바늘 마무리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으니까. 이건 정보 교환일까, 표절일까. 어쨌든 나는 뜨던 스웨터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심리스 스웨터를 만들었다. 두 개의 뜨개 조직을 솔기 없이 합치는 방법인데, 이음새가 너무 감쪽같아서 거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 "Seamless Sweaters," Knitting Without Tears, 1995, 65쪽.



 

천하의 짐머만도 심리스 스웨터를 디자인할 때 1부터 10까지 자기 힘으로만 고안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짐머만 정도의 명성이라면 이런 에피소드를 굳이 밝히지 않아도 심리스 스웨터가 짐머만 고유의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으리라. 그런데도 그는 돗바늘 마무리라는 아이디어를 생면부지의 두 여인에게 얻었다고 부러 밝히고 있다. 짐머만의 닮고 싶은 점이 많지만, 이런 인격적인 면모를 가장 닮고 싶다.
96/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짐머만 유튜브로 찾아볼 생각을 못했넹
나도 짐머만이 고안한 많은 방법들을 좋아한다. ㅎㅎ

엘리자베스 짐머만은 어떤 인물일까. 1910년 영국 태생인 그는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1937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 위스콘신에 있는 낡은 학교를 개조한 집에서 생활했다. 50년대 중반에 그곳에 스쿨하우스 프레스라는 회사를 세워 당시에는 귀했던 순모 실과 줄바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짐머만이 줄바늘을 발명한 것 같지는 않다. 그가 태어난 해에 이미 줄바늘을 광고하는 회사가 있었다.) 뉴스레터를 발행해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뜨개 철학과 도안을 공유했고, 매년 뜨개 캠프를 열었으며, PBS 방송국의 텔레비전 시리즈에 출연해 뜨개를 강의했다.
91/162

1971년에 첫 저서로 『눈물 없는 뜨개』를 출간했고 이후에 쓴 네 권의 책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뜨개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9년에 세상을 떠난 짐머만을 대신해 지금은 딸 멕 스완슨과 그의 가족이 스쿨하우스 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시접을 잇지 않아도 되는 톱다운 스웨터와 아이코드를 고안한 사람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이라고 하면 뜨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이코드(i-cord)의 i가 idiot(바보)의 약자라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짐머만은 막대 바늘로 뜨개를 하다 우연히 얇은 끈 모양으로 나오는 아이코드를 발견하고는 그 이름을 바보 끈(idiot cord)라고 지었다.

그가 고안한 EPS(Elizabeth Percent System)는 가슴둘레에 여유분을 준 키넘버만으로 내 몸에 맞는 스웨터를 만드는 방법인데, 각 부위의 치수를 일일이 재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획기적인 공식이다. EPS는 뜨개계의 혁명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뜨개인이 사용하고, 나 역시 톱다운 심리스 스웨터를 뜰 때는 이 공식으로 사이즈를 계산한다. 계산기를 두드리기는 게 귀찮은 나는 EPS를 활용한 계산법을 엑셀 함수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공개했는데, 이따금 익명의 사용자가 자신의 콧수와 단수, 키넘버를 입력한 흔적을 볼 때마다 다능인으로서의 내 능력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아 뿌듯해지고는 한다.

세상에는 옳은 뜨개 법도 틀린 뜨개 법도 없다. 가장 좋은 뜨개 법은 내게 어울리는 뜨개 법이다. 실과 어울리고, 도안과 어울리고, 당신이 뜨려는 모양을 잘 살리는 뜨개 법이다.*




* "Ski Sweater in Color Patterns," 같은 책, 52쪽.

뜨개를 아주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애써 뜬 스웨터가 줄거나 색이 바라거나 닳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렴한 실을 찾아 헤매는 일은 썩 현명하지 못하다. 좋은 마음가짐과 좋은 실로 잘 뜬 스웨터는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왜 재료에 돈을 아끼려 하는가?*




* "The Opinionated Knitter," 같은 책, 4쪽.

만들기는 만들었지만 자신이 처음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발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겸손하고도 신중한 그의 성품이 unvent라는 단어에서 드러난다.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일화를 『눈물 없는 뜨개』에서 읽은 적이 있다.

95/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다 1949년에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적극적으로 대미 수출 정책을 폈는데 그때 수출 1등 품목이 아란 스웨터였다. 뜨개가 산업이 된 건 이때부터다. 뜨개 전문 인력을 구성해 제각각으로 뜨던 사이즈를 표준화하고, 일정한 완성도를 갖춘 스웨터를 다량 생산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켈트 문화의 숨결이 담긴 이 고상한 스웨터를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는 놓치지 않았다. 크리스찬 디올이다. 《보그》와 《하퍼스 바자》에 소개되면서 파리를 시작으로 점차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아란 스웨터는 1960년대 미국에서 대유행한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J. F. 케네디였다. 그의 할아버지 고향이 어디였는가? 아일랜드다. 미국에서 아이리시 아메리칸이 겨우 목소리 내고 살게 된 시점에 그가 고향에서 온 전설의 스웨터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었으리라.

78/162

"평양시 보통강 구역 105층 류경호텔 앞에 있는 공예 미술 창작 기관으로, 주로 자수와 뜨개질 기술을 연마하는 곳입니다."

기자가 제목에 뜨개질 연구소를 넣은 건 실수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뜨개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아픈 대목은 뜨개‘질’이다. 평양 수예 연구소가 자수와 뜨개질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라면, 기사 제목에 "알고 보니 자수 연구소"라고 쓰지 않고 굳이 "알고 보니 뜨개질 연구소"라고 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기자가 접미사 ‘질’의 뉘앙스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84/161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행위를 일컫는 명사를 찾으려면 ‘질’을 뺀 낚시를 검색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같이 낚시질하러 갈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낚시인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행위에 더는 질을 붙이지 않는다.

니팅 카페에는 뜨개를 비하하는 분위기 때문에 서글프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이런 반응이 가장 두드러졌던 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을 때였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충숙이 저가형 코바늘로 수세미를 뜨는 장면을 지적하며 봉준호 감독이 뜨개 문화를 비하했다는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제법 많은 댓글이 달렸고, 댓글의 상당수가 이 글을 옹호했다. 나는 봉준호 감독이 뜨개 문화를 비하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뜨개 문화를 비하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85/162

누군가 ‘질’을 붙여 깎아내리려고 하는 그 행위를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실천하려는 이들도 있다. 관계 맺기의 시작은 호명이라고 했다. 니그로가 아니라 아프리칸 아메리칸, 벙어리장갑이 아니라 손모아장갑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공감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뜨개질에서 ‘질’을 뺐으면 한다. 뜨개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 행위의 이름은 뜨개로도 충분하니까.
87/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