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생 시절, 친하게 지낸 신설동 친구 중 하나가 타로를 잘 알았다. 그 친구를 쫓아 낙성대였나 신림까지 가서 타로 구매할 때 같이 보았다. 실제로 사장님이 타로점을 보시기도 하셨고 샘플 타로를 보여주셔서 타로덱을 만져보고 스프레드 천 위에서 스프레드도 해보고 살 수 있었다. 내 인생은 다른 신설동 친구들에 비하면 맨숭맨숭 안온한 삶이었어서 당시만 해도 나는 운명에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되는 일이 없어서 암담해지니 그제서야 나도 명리 주역/육효 타로를 찾게 됐는데, 타로는 진짜 직접 보고 싶은데 도무지 실물을 보고 살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으로 보고 그 집에 판매용 물품이 없다면 며칠 기다려서라도 받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라클 하나 말고는 온라인 상 사진만 보고 푹 빠진 타로가 없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타로도 안 끌리고 아름답다는 일러스트 타로들도 어쩐지 무섭다. 유니버설 웨이트냐 스미스웨이트냐 마르세유냐 벨린 계열이냐 레노먼드(르노르망)냐도 선뜻 무엇으로 배워야 잘 맞을지 잘 모르겠고(결국 상징이 쉽다는 르노르망과 유니버설 웨이트로 시작했다. 책에 딸린 부록으로. 근데 현재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와 책이 둘다 없어져 타로 스터디가 불가능한 상황임) 예쁘다 생각한 건 굳이 말하자면 알폰소 무하 풍의 아르누보 덱들인데 그런 걸로 시작해도 되나 싶고. 옛날에는 세콜리 작가의 카드가 이뻐보였는데 요즘은 아니고 고양이 테마들도 마음에 드는 그림체가 없었다. 주역을 좋아하지만 이칭카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타로보다 8면 주사위 2개와 6면 주사위 하나로 치는 육효점이나 산가지나 척전으로 치는 주역 육효점을 더 정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만든 사람이 악마주의라는 토트카드는 어쩐지 간담이 서늘하고.

그런데 한스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보자마자 사야겠다 싶었닼ㅋㅋㅋㅋ 스스로에게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 치지 뭐.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판화 작가의 판화 작품이라는 점. 옥션 프리뷰를 다니면서 나는 판화 작품들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소장할만하다 싶어지면서 관심이 갔고, 그래서 이 타로 덱이 판화작품이라는데 큰 매력을 느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을 영화를 안 좋아해 별로 본 적은 없지만, 그 주인공을 모티프 삼아 만들면서도 눈이 잘 안 보이는 자문가에게 판화작품을 만지게 하면서 계속 자문을 받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나는 내 모세혈관들이 더더욱 망막을 가려 시력이 언젠간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보니 이런 스토리에 더 마음이 간다. 최근 동생이 김경식이 이동우에게 책 읽어주는 유튜브를 추천해줘서 마음이 따뜻해진 적이 있고 원샷한솔님 스토리 보다가 공감하거나 화나거나 빡치기도 할 때가 있다. 최근엔(벌써 재작년 여름이군) 눈이 안 보여 노란 점자블럭을 따라 걷다가 지나가는 행인들과 상인들에게 욕을 먹고 밀쳐진 적이 있다. 내가 안내견이나 백색 지팡이를 보행 보조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한 얼뜨기 취급을 받은 거겠지만 타인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섭도록 배려없는 사회가 너무 겁이 났다.
아무튼 그런 스토리들이 다 모두 마음에 들어 펀딩신청을 했다. 기대된다. 얼른 받아보고 싶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살수 있는 타로샵이 있으면 좋겠다. 정작 나는 점을 보러 다니지 않으니 ㅋㅋㅋ 남의 타로카드 볼 기회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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