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머만 유튜브로 찾아볼 생각을 못했넹
나도 짐머만이 고안한 많은 방법들을 좋아한다. ㅎㅎ
엘리자베스 짐머만은 어떤 인물일까. 1910년 영국 태생인 그는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1937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 위스콘신에 있는 낡은 학교를 개조한 집에서 생활했다. 50년대 중반에 그곳에 스쿨하우스 프레스라는 회사를 세워 당시에는 귀했던 순모 실과 줄바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짐머만이 줄바늘을 발명한 것 같지는 않다. 그가 태어난 해에 이미 줄바늘을 광고하는 회사가 있었다.) 뉴스레터를 발행해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뜨개 철학과 도안을 공유했고, 매년 뜨개 캠프를 열었으며, PBS 방송국의 텔레비전 시리즈에 출연해 뜨개를 강의했다. 91/162
1971년에 첫 저서로 『눈물 없는 뜨개』를 출간했고 이후에 쓴 네 권의 책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뜨개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9년에 세상을 떠난 짐머만을 대신해 지금은 딸 멕 스완슨과 그의 가족이 스쿨하우스 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시접을 잇지 않아도 되는 톱다운 스웨터와 아이코드를 고안한 사람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이라고 하면 뜨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이코드(i-cord)의 i가 idiot(바보)의 약자라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짐머만은 막대 바늘로 뜨개를 하다 우연히 얇은 끈 모양으로 나오는 아이코드를 발견하고는 그 이름을 바보 끈(idiot cord)라고 지었다.
그가 고안한 EPS(Elizabeth Percent System)는 가슴둘레에 여유분을 준 키넘버만으로 내 몸에 맞는 스웨터를 만드는 방법인데, 각 부위의 치수를 일일이 재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획기적인 공식이다. EPS는 뜨개계의 혁명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뜨개인이 사용하고, 나 역시 톱다운 심리스 스웨터를 뜰 때는 이 공식으로 사이즈를 계산한다. 계산기를 두드리기는 게 귀찮은 나는 EPS를 활용한 계산법을 엑셀 함수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공개했는데, 이따금 익명의 사용자가 자신의 콧수와 단수, 키넘버를 입력한 흔적을 볼 때마다 다능인으로서의 내 능력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아 뿌듯해지고는 한다.
세상에는 옳은 뜨개 법도 틀린 뜨개 법도 없다. 가장 좋은 뜨개 법은 내게 어울리는 뜨개 법이다. 실과 어울리고, 도안과 어울리고, 당신이 뜨려는 모양을 잘 살리는 뜨개 법이다.*
* "Ski Sweater in Color Patterns," 같은 책, 52쪽.
뜨개를 아주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애써 뜬 스웨터가 줄거나 색이 바라거나 닳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렴한 실을 찾아 헤매는 일은 썩 현명하지 못하다. 좋은 마음가짐과 좋은 실로 잘 뜬 스웨터는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왜 재료에 돈을 아끼려 하는가?*
* "The Opinionated Knitter," 같은 책, 4쪽.
만들기는 만들었지만 자신이 처음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발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겸손하고도 신중한 그의 성품이 unvent라는 단어에서 드러난다.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일화를 『눈물 없는 뜨개』에서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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