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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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의 일을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서나 영상을 통해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그것이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여건이기에 인류 문명은 지금도 끊임없는 편리를 위한 생활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처럼 이런 생활들이  인간에게 얼마큼의 행복감을 가져다 줄까? 하는 생각은 별도의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예견을 예상했듯 미래의 일어날 수도 있는 가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가 지은 연도를 생각해보면 당시의 이 생각은 그저 코웃음이나 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이런 생활들의 비슷한 부분들이 현재 우리 생활들 먼 미래에서 볼 수도 있는 장면이란 생각엔, 그의 어떤 선견지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섬뜩해짐을 느낀다.

 

 시대는 A.F 7세기.

 

A.F는 포드 기원을 말하는 것으로 T형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세계에서는 남녀 간의 상호적인 감정 교류도 없고 그저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에, 성인이 하나 -이것이 정상인 세계다.

카노프스키를 한 난자는 움트고, 발육하고, 분열한다. 8개에서 96개까지 나오게 되는 세상, 이곳에서는 즉 96명의 인간이 태어나는 격이 되며, 사람들은 감정의 고통도 육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도덕적인 책임이 있지도 않고, 이렇게 태어난 사람들조차 구분 되어 일명 등급에 따른 신분을 갖는다고나 할까?

 

이들은 자신들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 외의 밖에서 사는 사람들(우리 지구인들이 겪는 출산, 결혼, 삶에 대한 영위...)을 야만인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레니나 란 여인과  소심한 남자 버나드는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해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소마'라는 약품을 수시로 먹이고  수면요법을 통해 인간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주입시키는 이 세계를 벗어나 '문명인'이었던 린다를 만나게 되고, 린다가 낳은  아들 '존'을 만나게 된다.

 

레니나와 버나드와는 반대로 여전히 신세계를 그리워하던 린다와 존은 '문명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 허가를 받으면서 존이 느끼는 멋진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변화된 모습들이 보인다.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 중에 하나는 병 없고 고통 없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꾸준히 약 개발이나 치료요법이 새롭게 드러나고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영생불멸의 삶은 아직까진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위와 같은 세상, 당국에서 알아서 일도 주고 병도 고쳐주며, 심지어 기분까지 해결해주는 약을 주는 세상,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란 자체도 없는 세상, 당국은 안정이 필요하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자신들만의 당위성을 내세우고는 있는 이런 세상에서 존은 오히려 문명국이 아닌 야만인 같단 생각을 하게 되고 '소마'의 처방을 반대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진 현재의 상황을 뿌리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왜?

그럴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존과 그의 엄마란 존재 자체가 낯선 존재로 비치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다고 해서 행복한 세상,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하는 물음을 책에서는 던진다.

 

복제 시스템의 개발을 어떤 의미에선 인간이 정복하고자 하는 병의 세계를 들어가게 하는 한 방법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어떤 정당치 못한 범위에서 허용한다면 부작용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경고, 그리고 진정한 인간이 인간답게 누릴 수 있는 멋진 신세계란 과연 어떤 세계를 말할 수 있는지, 작가의 틀에 짜인 답답함마저 주는 암울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분은 영 좋지만은 않다.

 

때론 허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이 현실에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일련의 어떤 발전 상황들을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인지라, 어쩌면 오히려  지금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태어나고 아프고 병들고 정과 사랑을 느끼는 이 세상의 모든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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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맨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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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간이 된다 된하면서도 애를 태우더니 드디어 빛을 보게 됐네~

 

말로만 듣던 각종 상을 휩쓴 책이라서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었다.

이 작가의 작품으론 두 번째다.

첫 작품으로 만난 것이 관심 있게 보아왔던 나오키 수상작이라서 선뜻 집어 들어 읽기 시작한 작품이 '달과 게'다.

 

어린이의 성장소설로서 분위기가 밝지는 않았던 책이었는데, 이번엔 반전의 맛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단숨에 읽어나갔다.

 

이야기는 두 줄기로 나뉘어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회상과 교차되는 형식으로 그려지는데, 주인공인 히메카와 료를 중심으로 그의 동창생인 고등학교 동창 3명과 함께 꾸려나가는  아마추어 밴드를 중심으로 이끌어 나간다.

 

동료 중에 드럼을 쳤던 히카리와 애인사이면서 그녀의 여동생 게이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 히메카와는 히카리가 임신했단 소식, 그리고 중절에 동의하는 서면에 사인을 하면서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의 이야기가 같이 전개된다.

 

어린 시절 자신보다 두 살 위의 누나가 방에서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이 된 사고 이후 자택에서 요양하면 죽을 날을 기다렸던 아버지의 임종, 그 이후 결코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수수께끼가 히카리의 죽음과 맞물리면서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를 생각하면서 들여다보게 된다.

 

제목 자체가 랫맨-

과연 뭐지? 하면서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같은 동일한 어떤 것을 볼 때와 들을 때 각자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동일한 현상이라 할지라도 각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과 견해를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 바, 저자는 바로 이 점에 대한 것을 추리소설로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누나의 자살 뒤의 범인이 누구였을지에 대해 깨달아 가는 히메카와의 생각과 히카리의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그곳 현장에 있었던 각 사람들의 생각과 본 시각을 통해 저마다의 해석을 달리 함으로써 벌어졌던 사건의 종결의 완성까지, 어머~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작품이다.

 

 

같은 물체도 사람의 인식 속에 어떤 확신을 갖느냐에 따라, 더 이상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고정관념을 쉽게 바뀔 수가 없게 되는 위의 그림 랫맨을 통해 끝의 그림이 사람과 같이 있느냐, 동물과 같이 있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한순간에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절묘한 묘사들이 추리의 맛을 느껴보게 해 준다.

 

반전에 이은 반전이 주는 맛을 오랜만에 읽은 터라 인간의 내적 심리안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의식들의 변화를 통해 한 곳에 심증을 굳히면서 그쪽을 몰아가는 타성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접할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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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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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짧은 로 소설을 소설대로 고유의 색깔을 지닌 글을 써온 이외수 작가의 글 개정판이다.

등단 10년을 넘기면서 작가가 그동안 썼다 찢었다 한 원고지를 찾아낸 미발표 글들과 그림, 그리고 작가의 특허인 짧은 글들을 추려내서 미발표된 작품들을 모아서 펴낸 <말 더듬이의 겨울 수첩> 과 최근 집필한 글들을 함께 출간한 책이기에 이외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할 책이다.

 

이 책에는 기존의 작가가 생각해 온 글들도 낯이 익지만 젊을 시절의 고생했던 일들, 배고픔, 교직 생활하면서 겪었던 현실과의 괴리, 생각하는 젊은이 이외수의 생각과 모습들을 볼 수 있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 도시 풍경들, 감성마을에서 전해오는 글들로 가득하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한 고독과 인간 자체에 대한 존재감들이 기존에 대했던 글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친숙 하기도 하도, 저자의 외롭고 고달팠던 젊은 날의 글들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춘천 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걷기까지의 인생의 한 단면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사색과 그로 인해 문학으로 태어나는 작품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소설이면 소설, 우화면 우화, 에세이면 에세이의 구분 없이 호응을 얻게 되는 그의 글들이 아마도 이런 젊었을 적의 경험이 토대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를 느끼게 된다.

 

투병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여전한 필력을 자랑하는 왕성한 활동, 작가의 고민과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경험을 통한 완숙미의 길을 접어든 작가의 글이 여전히 유행의 흐름을 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기존에 익숙한 글들도 들어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생각까지, 고루고루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고, 여전히 작가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생각의 전환을 뒤집는 글들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글들로 가득 찬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아서 나온 책이라 한 문장이 두 번씩 수록되어 있어 편집과 교정 부분에서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옥에 티다. (p88과 p 96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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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미노 공부법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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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 보니 어느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몰입을 한다 해도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세상이다.

부모 된 입장에서는 이미 살아온 시간이 있기에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내 자녀들에게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고 그러다 보니 공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사항일 것이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둔 엄마들, 특히 유치원서부터 시작된 부모들은 자연히 아이들을 비교하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에서부터 점차 드러나는 성적에 대해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도 이미 부모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되다시피 한다.

 

그렇다면 초, 중학교 때까지 곧잘 하던 학생들이 고등부에 올라가면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력은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저자가 한가지 문제의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위의 물음에서 시작해서 나온 것이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중학교까지만 공부 잘하는 얕은 공부’, ‘고등학교부터 공부 잘하는 깊은 공부’, ‘과목별 깊은 공부법’ 등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미노-

흔히 도미노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론에 덧대어 나타내는 공부법에 대한 저자의 글들은 우선적으로 너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말부터 시작해  도미노 공부법을 통해서 좀 더 내게 맞는 공부법과 부모 된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녀의 관심도를 고루고루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주위 학생들의 말을 빌리자면 중등부까지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수업의 진도가  고등부로 올라가면서 수업의 진도와 공부의 밀도 차가 엄청 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치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느낌이 초. 중등 부였다면, 그래서 벼락치기 정도의 공부가 통했다면 고등학교서부터는 계단의 폭이 한꺼번에 두세개씩 한 번에 올라가야 한다는 느낌, 그래서 중등 공부법대로 습관을 유지해서는 성적이 오르지 않더란 얘기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일 수 있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공부의 필요성, 필요를 느꼈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차근차근 실천해 볼 수 있게 알려주기에 이미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성적을 올리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고 싶은 학생들에겐 상당한 도움이 될 듯싶다.

 

한 개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면 저절로 다음의 도미노 물결이 일듯이 자신에 맞는 공부법에 대한 자신의 성향(자기주도적인지, 그렇지 않은지...)을 참고해 봄으로써 시험에 대비한 자세, 오답노트에 대한 이용 등을 참고해 보면 좋다는 저자의 글에는 한 걸음 한 걸음부터 시작해 본다면 분명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학생의 입장이나 부모 된 입장이나 온통 대한민국은 공부의 열풍이 쉽게 가시질 않는 사회임을 생각해 볼 때 내 자녀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공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학생 자신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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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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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화 모양의 나라를 기억하는가?

아니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여행지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라고 불리는 나라-

이런 이름이 탄생하기까지 겪어온 격동의 세월은 익히 우린들이 알다시피 '로마사'란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알게 모르게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치 세계관과 독자적인 발차취는 유럽권의 모든 나라들을 아우르게 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생각된다.

 

로마사에 대한 책들은 많이 나온 터라 알고 있는 책만 해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자 매력을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팍스로마나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들에 따라서 어떻게 로마를 바라보게 되는지는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가장 흥미를 느끼고 읽었던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였다.

첫 1쇄 출간을 기다리면서 완전체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내 나이도 함께 했지만 여전히 책들을 볼 때마다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심히 부러울 때도 있었다.

여성의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성의 필치처럼 자신의 시각에 덧대여서 그려진 로마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취재한 연구나 글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이런 대작 하나쯤은 나왔으면 싶다 하는 것을 두고두고 생각했었다. (나증엔 실망스런 말을 하는 바람에 좋은 이미지가 줄었지만...)

 

그런데 이 책에 이은 이번에 접한 책, 또한 시오노 나나미의 글과 비교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드는 책 발간이 벌써부터 손에 흥분으로 가득 찬 나머지 땀 범벅이다.

 

유명한 가시나무 새의 저자, 콜린 매컬로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이 책은 원서로만 7권에 이르는 대작이라고 한다.

 대작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저자의 노력에 근거한다.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하니 필생의 역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은 현재 우리나라 책으로 3권이 출간이 된 상태로 첫 1권인 로마의 일인자를 읽은 느낌은  기대 이상을 줬다는 사실이다.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흥망사의 경우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정치적인 면이나 군사적인 면에서나 모든 독자들이 고루고루 읽어가기엔 딱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내 경우엔 로마가 건국되고 왕정과 공화정, 그리고 제국이란 아름을 건설하기까지 군대용어와 군 단위, 그리고 온통 전쟁 이야기들이라서 때론 흥미를 유발하면서 읽어나간 부분도 있지만 조금은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게도 한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확실히 '소설'이라는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뛰어난 감각의 필치를 보여준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라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무리가 없으며(누구든지 쉽게 쉽게~~)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되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전 시대를 건너뛰어 넘은 기원전 110년을 첫해로  시작한다.

그라쿠스 형제가 죽은 후에 시작되는 로마의 분위기는 마르쿠스 마누키우스 루푸스와 스푸리우스 포스투미우스 알비누스 집정기부터 시작된다.

 

카이사르의 조부가 되는 율리우스 가이우스 카이사르와 마리우스, 그리고 술라가 이 1권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엮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팩션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용했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렇지만 영리하고 자신의 뜻이 뚜렷한 자라도 뒷배경의 힘이 없다면 쉽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이런 점을 상기해두고 세 사람의 완전한 합체 형식의 구상을 이어가면서 마리우스와 술라가 어떻게 로마란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초석을 깔아두었다는 것이 1권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같이 집어 들어가면서 다시 정독했다.

시오노 나나미가 간략하게 마리우스의 가문 이야기라든가 결혼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이나 두세 단락으로 그치고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시기와 투쟁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이 책에는 가문 자체가 명망은 있지만 가문의 재산 여력 면에서는 힘이 있지 못하는 율리우스 카아사르 집안,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신진 세력으로, 군인 출신 답게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라티움 출신이란 한계와 이탈리아 촌놈으로 멸시당하는 사람들이란 좀 더 친절한 작가의 상상력의 배경이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인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조금씩 메우는 이야기의 전경이 흥미롭게 펼쳐진다는 것이 달리 다가왔다.

 

거기에다 코르넬리우스 집안이란 가문의 이름은 있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술라가 가진 것은 미남에 속하는 외모만 간직했다고나 할까? 이것도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의 묘사 부분들이 읽어나가는 데 수월함을 준다.

 

세 사람은 서로가 같은 목적과 또 다른 갈림길을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도모한다.

명민한 자신의 첫째 딸을 마리우스에게 시집보내는 율리우스와 오래 해로한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하고 어린 신부를 맞이함으로써 자신의 정계 진출에 힘을 얻으려는 마리우스, 여기에 의붓어머니와 애인을 살해함으로써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게 되는 술라가 율리우스의 둘째 딸과 결혼하게 되는 과정은 역사 속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문학이란 이름하에 소설이 지닌 강점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들이 아닌가 싶다.

특히 술라의 살인 계획은 '로마 서브 로사'의 한 시리즈에서 본 장면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낄 수 있기에 스릴이 넘치는 조마조마한 심정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를 보면서 당시의 전경들을 상상해 보는 맛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남자라면 한 번쯤은 갖게 되는 야망과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과감성 있는 남성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당쟁의 이익과 자신의 가문 발전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손잡고 나아가는 광경까지 넓혀보게 되는, 더러는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려고 했던 정도전도 생각나게 하는, 그래서 아주 오래전의 역사적인 사실들에 작은 부분들을 파고 들어가 나름대로 살을 이어붙여 이야기를 구성해 쓴 작가의 창작열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자신의 일대 역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가 그려보는 로마라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보수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힘과 그것에 대한 폐단을 직시하며 새로운 구상으로 로마를 다져나가려는 신진세력의 선두자 마리우스란 자의 통찰력, 거기에 술라가 생각하는 뜻은 마리우스와 어떻게 다른지, 2.3권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또 하나 읽을거리가 풍부한 이유는 당시 살던 로마시대의 거리라든가 먹을거리의 구성, 온갖 난잡한 파티를 여는 장면들과 신전에 흰 황소를 데려다 의식을 치르는 세밀한 묘사 부분들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런 부분들에서 건축이면 건축 면에서 어느 정도의 할애를 했다면 이 책에서 보이는 수부라의 묘사 장면들은 훨씬 유연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세상의 제일 일인자를 꿈꾼다.

그것이 시대가 원했든 자신이 원했든지 간에 역사 속의 한 인물로 남아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그 만이 가진 독보적인 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마도 마리우스와 술라가 그렇지 않나 싶은데 아직 확실히 1권에서는 술라가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일을 도모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행동들이 보이진 않지만 마리우스만은 다르게 다가온다.

통일이 되기까지의 로마를 중심으로 그 주위에 있는 이탈리아의 속 동맹국가들의 차별적인 정책을 제대로 바라보는 마리우스의 견해는 그런 점에서 당시의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작가의 생각이 깊게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10년도 채 안 되는 지난 세월 동안 로마와 이탈리아 병사 3만 명 이상의 고귀한 목숨을 무참히 희생시킨 장본인들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고작 자기들의 사리사욕이나 채우기 위해. 역시 돈이다. 돈, 돈, 돈. 하지만 권력 역시 중요했다. 권력을 무시하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 어느 쪽이 수단이고 어느 쪽이 목적인가? 아마도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너 이 형편없는 사람들 중 어디에 위대한 인물이 있단 말인가. 쇠망해 가는 로마를 다시 성하게 할 자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p61

 

여기에 덧대어 유구르타의 처지는 힘없는 나라가 격을 수밖에 없는 한계와 처절한 비애감, 거기에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비열함을 보는 장면에선 권력이란 무엇인가?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자들에게 있어 그들이 생각하는 최우선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들을 더욱더 갖게 만든다.

 

로마를 중심으로 침략해 오는 이민족들과의 싸움, 그러면서도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게 되는지의  여정들이 곧 펼쳐질 텐데 부디 완역본으로 온전한 한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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