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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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화 모양의 나라를 기억하는가?

아니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여행지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라고 불리는 나라-

이런 이름이 탄생하기까지 겪어온 격동의 세월은 익히 우린들이 알다시피 '로마사'란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알게 모르게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치 세계관과 독자적인 발차취는 유럽권의 모든 나라들을 아우르게 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생각된다.

 

로마사에 대한 책들은 많이 나온 터라 알고 있는 책만 해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자 매력을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팍스로마나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들에 따라서 어떻게 로마를 바라보게 되는지는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가장 흥미를 느끼고 읽었던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였다.

첫 1쇄 출간을 기다리면서 완전체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내 나이도 함께 했지만 여전히 책들을 볼 때마다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심히 부러울 때도 있었다.

여성의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성의 필치처럼 자신의 시각에 덧대여서 그려진 로마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취재한 연구나 글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이런 대작 하나쯤은 나왔으면 싶다 하는 것을 두고두고 생각했었다. (나증엔 실망스런 말을 하는 바람에 좋은 이미지가 줄었지만...)

 

그런데 이 책에 이은 이번에 접한 책, 또한 시오노 나나미의 글과 비교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드는 책 발간이 벌써부터 손에 흥분으로 가득 찬 나머지 땀 범벅이다.

 

유명한 가시나무 새의 저자, 콜린 매컬로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이 책은 원서로만 7권에 이르는 대작이라고 한다.

 대작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저자의 노력에 근거한다.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하니 필생의 역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은 현재 우리나라 책으로 3권이 출간이 된 상태로 첫 1권인 로마의 일인자를 읽은 느낌은  기대 이상을 줬다는 사실이다.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흥망사의 경우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정치적인 면이나 군사적인 면에서나 모든 독자들이 고루고루 읽어가기엔 딱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내 경우엔 로마가 건국되고 왕정과 공화정, 그리고 제국이란 아름을 건설하기까지 군대용어와 군 단위, 그리고 온통 전쟁 이야기들이라서 때론 흥미를 유발하면서 읽어나간 부분도 있지만 조금은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게도 한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확실히 '소설'이라는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뛰어난 감각의 필치를 보여준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라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무리가 없으며(누구든지 쉽게 쉽게~~)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되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전 시대를 건너뛰어 넘은 기원전 110년을 첫해로  시작한다.

그라쿠스 형제가 죽은 후에 시작되는 로마의 분위기는 마르쿠스 마누키우스 루푸스와 스푸리우스 포스투미우스 알비누스 집정기부터 시작된다.

 

카이사르의 조부가 되는 율리우스 가이우스 카이사르와 마리우스, 그리고 술라가 이 1권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엮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팩션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용했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렇지만 영리하고 자신의 뜻이 뚜렷한 자라도 뒷배경의 힘이 없다면 쉽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이런 점을 상기해두고 세 사람의 완전한 합체 형식의 구상을 이어가면서 마리우스와 술라가 어떻게 로마란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초석을 깔아두었다는 것이 1권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같이 집어 들어가면서 다시 정독했다.

시오노 나나미가 간략하게 마리우스의 가문 이야기라든가 결혼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이나 두세 단락으로 그치고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시기와 투쟁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이 책에는 가문 자체가 명망은 있지만 가문의 재산 여력 면에서는 힘이 있지 못하는 율리우스 카아사르 집안,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신진 세력으로, 군인 출신 답게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라티움 출신이란 한계와 이탈리아 촌놈으로 멸시당하는 사람들이란 좀 더 친절한 작가의 상상력의 배경이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인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조금씩 메우는 이야기의 전경이 흥미롭게 펼쳐진다는 것이 달리 다가왔다.

 

거기에다 코르넬리우스 집안이란 가문의 이름은 있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술라가 가진 것은 미남에 속하는 외모만 간직했다고나 할까? 이것도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의 묘사 부분들이 읽어나가는 데 수월함을 준다.

 

세 사람은 서로가 같은 목적과 또 다른 갈림길을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도모한다.

명민한 자신의 첫째 딸을 마리우스에게 시집보내는 율리우스와 오래 해로한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하고 어린 신부를 맞이함으로써 자신의 정계 진출에 힘을 얻으려는 마리우스, 여기에 의붓어머니와 애인을 살해함으로써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게 되는 술라가 율리우스의 둘째 딸과 결혼하게 되는 과정은 역사 속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문학이란 이름하에 소설이 지닌 강점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들이 아닌가 싶다.

특히 술라의 살인 계획은 '로마 서브 로사'의 한 시리즈에서 본 장면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낄 수 있기에 스릴이 넘치는 조마조마한 심정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를 보면서 당시의 전경들을 상상해 보는 맛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남자라면 한 번쯤은 갖게 되는 야망과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과감성 있는 남성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당쟁의 이익과 자신의 가문 발전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손잡고 나아가는 광경까지 넓혀보게 되는, 더러는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려고 했던 정도전도 생각나게 하는, 그래서 아주 오래전의 역사적인 사실들에 작은 부분들을 파고 들어가 나름대로 살을 이어붙여 이야기를 구성해 쓴 작가의 창작열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자신의 일대 역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가 그려보는 로마라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보수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힘과 그것에 대한 폐단을 직시하며 새로운 구상으로 로마를 다져나가려는 신진세력의 선두자 마리우스란 자의 통찰력, 거기에 술라가 생각하는 뜻은 마리우스와 어떻게 다른지, 2.3권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또 하나 읽을거리가 풍부한 이유는 당시 살던 로마시대의 거리라든가 먹을거리의 구성, 온갖 난잡한 파티를 여는 장면들과 신전에 흰 황소를 데려다 의식을 치르는 세밀한 묘사 부분들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런 부분들에서 건축이면 건축 면에서 어느 정도의 할애를 했다면 이 책에서 보이는 수부라의 묘사 장면들은 훨씬 유연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세상의 제일 일인자를 꿈꾼다.

그것이 시대가 원했든 자신이 원했든지 간에 역사 속의 한 인물로 남아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그 만이 가진 독보적인 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마도 마리우스와 술라가 그렇지 않나 싶은데 아직 확실히 1권에서는 술라가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일을 도모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행동들이 보이진 않지만 마리우스만은 다르게 다가온다.

통일이 되기까지의 로마를 중심으로 그 주위에 있는 이탈리아의 속 동맹국가들의 차별적인 정책을 제대로 바라보는 마리우스의 견해는 그런 점에서 당시의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작가의 생각이 깊게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10년도 채 안 되는 지난 세월 동안 로마와 이탈리아 병사 3만 명 이상의 고귀한 목숨을 무참히 희생시킨 장본인들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고작 자기들의 사리사욕이나 채우기 위해. 역시 돈이다. 돈, 돈, 돈. 하지만 권력 역시 중요했다. 권력을 무시하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 어느 쪽이 수단이고 어느 쪽이 목적인가? 아마도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너 이 형편없는 사람들 중 어디에 위대한 인물이 있단 말인가. 쇠망해 가는 로마를 다시 성하게 할 자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p61

 

여기에 덧대어 유구르타의 처지는 힘없는 나라가 격을 수밖에 없는 한계와 처절한 비애감, 거기에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비열함을 보는 장면에선 권력이란 무엇인가?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자들에게 있어 그들이 생각하는 최우선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들을 더욱더 갖게 만든다.

 

로마를 중심으로 침략해 오는 이민족들과의 싸움, 그러면서도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게 되는지의  여정들이 곧 펼쳐질 텐데 부디 완역본으로 온전한 한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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