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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호랑이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9월
평점 :
권정생이 쓰고 정승각이 그린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 그림책
" 아주 먼 옛날 옛적에 호랑이 한마리가... "
전래동화에서 시작부터 호랑이가 등장하면, 서사가 굉장히 흥미진진해집니다.
왜냐하면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연급 호랑이는 굉장히 다채롭고 캐릭터의 범주가 넓습니다.
이야기 속 호랑이는 팥죽과 곶감, 떡을 좋아하지만 심지어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탐욕스럽고, 어리석지만,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영험한 산신령의 분신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속 호랑이는 특히, 선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동물입니다.
옛사람들에게 호랑이는 자연재해처럼 피할 수 없는 재앙이거나 신령스러운 존재였습니다. 예로 천연두를 호환마마라고 부르지요. 호랑이는 인간의 길흉화복에서 피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금강산호랑이는 그 신령한 산의 정기를 받아 상상 초월의 무섭고 거대합니다.
이야기는 어느 마을 작고 약한 주인공 유복이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복이는 이름처럼 어린시절 유복자로 자랐어요.
유복이는 아빠가 없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합니다.
처음 그림책에서 이 장면을 볼때, 동서남북 오방색이 거칠게 유복이의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앙의 키작고 고개숙인 유복이와 대조적으로 사방에서 색이 입혀진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덩치도 크고, 움직임도 화려합니다..
상대방을 조롱하는 비웃는 악동들의 얼굴은 기괴한 탈을 쓴 것처럼 무섭고 추합니다.
슬픈 유복이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넘실넘실 흥을 타고 형용색색 불타듯이 춤을 춥니다.
유복이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본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역적인 상황입니다.
유복이의 아버지는, 금강산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고 난후, 유복이는 더 이상 주어진 고통에 좌절하거나 피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을 조롱하는 주변아이들에게 증오의 화살을 돌리지 않습니다.
유복이는 정해진 운명과 맞서 싸우고자 합니다.
모든 고통과 상실의 주적, 바로 금강산 호랑이를 무찌르는 그 길을 선택합니다.
보통의 전래동화에서는 주인공들은 수월하게 행운을 얻거나, 우연한 기회에 더 나아가 선천적인 힘과 재능으로 위기를 타개합니다.
하지만 유복이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합니다.
굉장히 무모하지만 그 고결한 용기와 도전으로 스스로를 단련시킵니다.
독자는 어느 순간 유복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응원하게 됩니다.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가는 그 길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
유복이는 과연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요?
유복이는 고난의 여정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는 지지자를 만납니다. 후에 이 지지자의 존재가 밝혀지는데, 신비하고 옛스러운 동화의 환상적 묘미가 매우 돋보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오방색이 형용색색 등장하는 의심스러운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유복이는 자신 앞에 펼쳐지는 여정에서 인물을 만나고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지요. 그리고 진실을 뚫어보는 혜안과 용기로 시험을 통과합니다.
드디어 유복이는 그렇게 만나고자 했던 적대자 금강산 호랑이와 마주합니다.
그림책 서사의 최고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심장이 저릿해지면서 몰입하게 됩니다.
그림책 밖 테두리 밖까지 거대한 금강산 호랑이를 상상해 보세요.
실체보다, 그림책이 주는 무한 상상과 여백의 공포가 물씬 풍겨옵니다.
과연 유복이는 너무도 거대하고 강력한 금강산 호랑이를 무찌를 수 있을까요?
이제까지 목표를 향해 돌진한 유복이를 응원하며,
그 끝에는 부디 아버지와는 다른 운명을 거머쥐기를...
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