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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보드북)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6월
평점 :
지난 5월 17일은 권정생 작가 추모
10주기였답니다.
강아지똥이 이 세상에 태어난지 벌써 20돌을
맞아,
길벗어린이에서
유아보드북을
출간하였습니다.
크기는 유아가 편하도록 앙증맞게 작아지고,
라운딩 모서리를 가진 두꺼운 보드북으로
제작되었어요.
강아지똥은 원래 69년에 단편으로 발간된 후
96년 지금의 우리가 보는
그림책으로 탄생되었답니다.
엄마아빠가 어린시절에
읽었고 지금의 아이들이 보는, 전세대를 아우르는 책입니다.
국민 그림책이라는 호칭을 붙여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이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그림책을 볼적마다 자꾸 개똥벌레가 떠오릅니다.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 말아라 ♬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불러주렴
외로움에 허덕이며, 친구를 찾는 개똥벌레...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 그립고 외로워 부르는 노래입니다.
처연하게 누군가를 찾고 그리워하는 그 정서가 닮아서일까요?
아마도 강아지똥과 별개의 개똥벌레 노래가 떠오르는 까닭은
"개똥"이 주는 소외받고 외로운 이미지가 겹쳐서겠지요.
그러나 개똥벌레는 단순히 본인의 외로움과 고독만 담았다면,
강아지똥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존재를 초월하여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감싸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향해 이타적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런데
하필 똥 중에서도 왜 개똥일까요?
한국어의 대부분 '개'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비속어 느낌이 납니다.
그만큼 과거에, 개가 주는 의미가 아주 하찮고 낮습니다.
길바닥마다 흔히 버려지는 똥. 그 중에서도 모두가 가장 싫어하는 천한 미물의
부속물.
권정생 작가님이 그린 책속 주인공들은
항상 외롭고 소외받은 가장 밑바닥의 약자가 주인공입니다.
본인 역시 평생을 전쟁과 가난으로 불우하게 사셨지요.
작가님은
약하고 어리고 불우한,
그러한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을 따스하게 바라봅니다.
그
어떤 것도 쓸모없고 하찮지 않음을...
세상 모든 것에 태어남의 고귀한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하나의 미물일지라도 그 자체로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는 위대한 소우주라는
것을...
지금 이순간에도
세상은 계속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으로
꽃과 잎이 피고지고 한다는 것을...
강아지똥이 알려줍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위대한 사랑이
오랫동안 우리의 가슴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