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할머니 - 중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1990 칼데콧상 수상작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7
에드 영 글.그림, 여을환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책 책장부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세상 모두의 늑대에게 바친다.
그 좋은 이름을 빌려
우리의 어두운 면을 또렷이 그릴 수 있으니."

 

이 말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이 바로 첫장의  흐릿하고 어두운 그림입니다.
어떻게 보는 시각에 따라 늑대로 보이거나, 혹은 등이 굽은 꼬부랑 할머니로 보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악은 절대 본성을 쉽게 드러내며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일상의 가까운 지인이나 친절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같은 동화의 원형을 취한 <빨간 모자> 그림책이 있는데요.

로베르트 인노첸티 일러스트의 <빨간 모자>라는 그림책은 빨간모자의 현대판 현실을 재구성하여, 아이들에게 뻗치는 마수의 공포와, 안전하지 않은 현실을 드러냅니다. 겉으로 친절함을 위장하지만, 늑대와 사냥꾼, 그리고 소녀 주변 환경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위험과 불행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그 어떤 곳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 바로, 외면할 수 없는 슬픈 현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늑대할머니>에서도 늑대는 탐욕스러운 본성을 숨긴체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할머니의 모습으로 위장합니다. 가장 안전해야할 집안 공간에서, 늑대가 특히 침대속까지 들어온 것은 굉장한 공포입니다.
특히 지켜줘야할 어른들조차 없이 아이들에개 위험이 직면하면 상황은 굉장히 심각해집니다.  

  

보통 그림책 전래동화에서는,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신성하고 초월적인 권능자가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절대자로부터 구원을 받고, 고통은 궁극의 판타지로 보상받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게 동아줄이 그러하였고, 어머니를 잃고 호랑이에게 쫒기는 아이들은 결국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됩니다.

 

그런데 중국판 <늑대할머니>는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이 매우 다릅니다.
구원자는 바로 아이들 자신입니다.

세자매는 내면의 용기와 지혜로 이 난관을 헤쳐나갑니다.
지혜로운 아이들은 늑대의 본성을 꿰뚫어봅니다.
탐욕스럽고 추악한 늑대의 약점도 발견합니다.

그리하여 다윗과 골리앗처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적과의 싸움은 판이 뒤집힙니다
강하고 오만한 늑대는 영원히 살고자하는 탐욕에 빠져 결국 자승자박 파멸에 치닫습니다.

 

 

이 책은 뻔한 권선징악의 단순한 플롯이지만,  그 내용이 주는 무게와 깊이는 상당히 큽니다.
선악의 모호성, 그리고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현실을 되짚고,
내면의 용기와 지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세상 모두의 늑대에게 바친다.
그 좋은 이름을 빌려
우리의 어두운 면을 또렷이 그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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