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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ㅣ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도 그렇고 500페이지가 넘는 책 분량도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책 내용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 그대로 영화를 만들어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할 듯 싶을 정도다. 영어 제목도 한글 제목과 똑같은 이 책은 저자 두 명 모두 경제전문지 기자출신이라고 한다. 그 중 한 명은 퓰리처 상 최종후보로도 지명되었고, 또 한 명은 골드만삭스에서 3년 동안 투자은행가로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금융계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골드만삭스와 로버트 루빈에 대해서만큼은 좀 후하게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소설처럼 전개될 듯 이 책의 첫 장부터 등장인물 소개와 주요 약어 풀이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경제용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컨트리와이드 공동창업자인 안젤로 모질로부터 JP모건의 데니스 웨더스톤 회장, AIG의 행크 그린버그 회장,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성장 배경과 성격, 업무처리 방식까지 꼼꼼히 서술되어 있는데다가, CDO, CDS, MBS, RMBS, ABX지수 등이 낯설지 않도록 그 용어의 정의는 각주로, 그 용어의 탄생 과정은 본문 내용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스탠더드&푸어스 등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기관들의 성장 과정, 그리고 금융위기 때 파산한 AIG, 베어스턴스, 메릴린치의 성장과 파산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다. 물론 이 모든 금융재앙의 씨앗이 된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의 30년에 걸친 기나긴 역사도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으며, 모기지 관련회사로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성장과정도 자세히 담겨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아메리퀘스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같은 모기지 회사들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책은 인터뷰 기사, 비망록, 이메일, 법원 증언록 등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어 있다. 그래서 금융위기라는 그 긴박한 사건들을 매우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말로만 듣고 피상적으로만 접했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 기원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아메리칸 드림이 내 집 마련과 동의어로 통용되면서 미국정부가 오랫동안 국민의 주택소유를 촉진하는 정책을 써 왔는데,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소유를 촉진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이 다양화되고 규제가 완화된 사실이라든지,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가 뒷돈을 받고 신용등급을 남발해 급성장 했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또한 공무원들은 스트레스 받으며 중대한 일을 처리하는데도 보수가 적은 반면, 패니메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더 높은 임금을 받아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거기 들어가고 싶어서 줄을 섰다든지, 2000년대에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에 근무하면서 한 달에 30만~4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서류조작, 위조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사실도 그렇다.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서로 위험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아무도 규제하거나 조정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의 저술자로 잘 알려진 찰스 킨들버거 역시 이 문제를 사전에 파악했었고 자신의 책 수정판에 이것을 언급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매우 수작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