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발표한 각 계층 자녀의 서울대 사회대 입학률 연구 결과는 사회적으로 학력 세습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학력이 대물림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인 유동성이 적다는 의미이다. 이는 사회 계층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며,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놓고 고교 평준화가 쟁점의 도마 위에 올랐다. 1월 27일치 <한겨레>는 '평등권으로서의 교육권'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평준화 폐지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평준화 정책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력 세습은 부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회적인 계층 즉, 신분의 세습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신분제 사회와 현대 민주 사회의 다른 점은 비록 사회적인 하류층이 존재해도 이들이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로 중 하나가 교육이다. 그 문이 막혀있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은 갈등론적 관점이다. 사회 구조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파악하고 여타의 모든 제도들이 결국은 기득권 세력을 위해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능론적 관점으로 해석하자면 교육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으며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의 능력이 떨어져서 저소득계층의 서울대 입학률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평준화 존폐 논란이 뜨겁다. 먼저 평준화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사교육이 문제의 주원인이며 평준화가 폐지될 경우 학력 세습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학력 세습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교육 기회의 실질적 평등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며, 실질적 평등이 깨지는 원인은 바로 빈부의 격차라고 본다. 빈부의 격차가 교육 기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 기회'에는 ‘사교육'이 들어간다. 이처럼 사교육이 원인의 핵심에 있는 경우에는 고교평준화는 무관하며 평준화든 서열화든 결국 사교육이 판을 치는 한 학력 세습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비평준화 시절보다 학력 세습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즉, 평준화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이를 폐지해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선별적 교육을 하고 저소득층이 다니는 학교에 지원을 늘리는 것이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획일적이고 질낮은 교육을 강요하는 평준화는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며, 이로 인해 고소득층이 대안을 사교육에서 찾는 것이며 이론 인한 학력 세습은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는 것이다.
서로 상반되는 원인 분석과 해결책 제시에 숨어있는 논리적인 허점을 발견해 보자. 첫번째 주장에서는 원인을 사교육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공교육 내실화와 같은 추상적인 답변은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두번째 주장에서는 평준화 제도를 원인의 핵심에 두고 있다. 사교육도 평준화가 시행되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공교육이 아무리 내실화된다고 해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또다시 사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벌, 학력지상주의가 엄연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분석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답변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어느 것이어도 좋다. 원인 분석에 논리적인 허점이 없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