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백년고독 > [퍼온글] 묘하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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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바
키란 데사이 지음, 원재길 옮김 / 이레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구아바라는 소설은 참으로 희안한 매력이 있다. 내용적으로는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내용에-번역적 문제는 제외하고-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맛이 있다. 이러한 묘함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풍자소설 구아바를 읽다보면 인도를 조금씩 알게된다. 전면에 나와있는 -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 그런 인도가 아닌 인도의 뒷모습이라고나 할까. 평범하지 않은 한가족을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이야기와 부패한 공무원들이 즐비하게 나온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이렇다. 어머니를 닮아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주인공은 출생부터가 야릇하다. 모자른듯도 하고 그 반대인듯도 한 주인공은 어느날 모든것을 등지고 구아바 나무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종교적인 듯 하고,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듯도 하고, 때로는 선무당같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도내에 만연하고 있는 계급차별, 성차별, 인간의 어리석움과 욕심들을 꼬집고 있다. 그러다 원숭이가 등장해서 느닷없이 아수라장을 만들다가 결국에는 이들을 소탕하기에 이르고,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감시자가 나타나 결국은 마지막을 장식하게 하는데....
인도 힌두의 신(神)중에 하누만이라는 신이있다. 하누만은 원숭이의 신으로서 원숭이들의 왕이기도 하다. 하누만(원숭이)은 그만큼 인도인들한테 친숙한 이름이다. 하누만(원숭이)은 그들의 신 이전에 그들의 친구이고, 가족이며 이웃이다. 하누만은 인도에서 바로 그런 친근한 대상이다. 인도에서 원숭이는 애완으로 키우기도 하는 매우 친근한 동물이다.
그러나 구아바에서는 원숭이들의 애물단지로 등장한다.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러오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쫓아다니고, 게다가 술맛을 들인 원숭이들은 시장이며, 길거리이며, 심지어는 집에까지 침투해 약탈을 일삼는다. 작품속에서는 더 이상 원숭이는 사람들의 친구가 아니다. 왜 작가는 이러한 원숭이들을 애물단지로 등장시켰을까? 아마도 인간의 어리석움을 풍자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자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아들과 원숭이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썩 유쾌 하지많은 않은, 그러면서 많은 것을 시사하는 "구아바"를 덮고서 두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첫째, 번역이 다른 작품들보다 썩 깔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직역을 한 듯한 느낌과 옮긴이가 혹시 원재길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매끄럽지 못함에 적지 않이 실망을 했다. 옮긴이의 다른작품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을 하면 말이다. 읽으면서 내내 내용이 끊기는 듯함을 경험해야만 했다. 두번째로 제목을 "구아바"가 아닌 원제인 "구아바과수원의 왁자지껄 대소동"으로 했으면, 그래서 좀더 차라리 가볍게 접근시켜 우수꽝스러운 풍자소설로 몰고 갔다면, 읽은뒤에 남는 여운이 더 강하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설픈 풍자드라마보다는 우수꽝스러운 블랙코미디가 오래도록 기억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