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이현진 지음 / 강한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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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지은이: 이현진

펴낸 곳: 강한별

 

 

 

생각이 참 많은 요즘이다. 천생 집순이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코로나가 터진 후, 더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직업까지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서 식량 조달을 위해 정말 최소한의 외출만 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 이런 날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는 노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X세대였던 나의 시대는 지나고 이젠 Z세대를 지나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란 신인류까지 등장한 지금,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지난달의 추억에 잠시 전율이 일었다. 결심했다. 앞으로는 너무 열심히 살지 않으리라! 최선을 다하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충분히 내 건강과 영혼을 갈아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해왔으니 후회는 없다. 오늘은 뒤늦게 찾아온 오춘기에 심란한 마음을 도닥여 줄 책을 만났다. 이현진 작가의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아니, 어쩜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한 이 제목은 뭐람? 읽다 보니 나이도 나와 비슷한 또래 같아서 그녀의 글이 친구의 이야기처럼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회적 시선과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세운 삶에서 흉내만 냈던 모든 것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 작가. 그녀는 가볍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직시한 후, 자신의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가벼운 로망만 남긴 채 인생 대청소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의 나로 가볍게 살 것.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내가 될 것. 타인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니, 혹시 기분 상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겨도 뜻밖의 비를 만났을 것이라 여기고 털어버리자. 오후엔 맑게 갠 하늘의 따스한 햇살이 우릴 감싸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자.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에겐 오직 우리 인생에만 집중할 시간이 절실하다. 굳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나쁜 사람 아닌 게 어디냐!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나라는 사람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거다.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계획을 세우고 준비 운동하느라 진 빼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자. 좋아서 그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어떻게든 빛을 발하게 되니까. 굳어 있는 몸의 긴장을 풀고, 심호흡하며 하나, 둘, 셋

 

 

 

 


 

 

 

나는 늘 무언가가 되려 하면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젠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되려고 어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습관처럼 찾는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p123 중에서...

 

 

 

그날 하루에 해야 할 일을 'to do list'로 정리하며 완수했을 때 체크하는 쾌감은 짜릿하다. 하지만 거기엔 종종 한두 개의 실패한 일이 남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말한다. 일 잘하는 방법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지 않는 거라고. 그걸 쓸 시간에 일을 얼른 처리해 버리란다. 어찌 보면 그것도 참 맞는 이야기. 부디 이걸 잊지 말자.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내일은 버닝 아웃으로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토닥이며 안아줄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니까. 이 책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가 나로 온전히 살아가는 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인생엔 답이 없으니 그건 당연한 일. 이 책은 다만 가볍게 힘을 빼고 살아가는 삶에 관한 따스한 생각과 시행착오, 그리고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지극히 평범한 성실함과 근성이 담겨 있다. 결국, 인생이 힘들어 좀 쉬고 싶은 누구에게나 와닿은 이야기란 말씀! 하기 싫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은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생기 넘치는 우리가 되기를! 내일은 더 행복한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강한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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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순간 사게 되는 1초 문구 - 당신의 수익을 끌어올릴 1초 문구의 힘
장문정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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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는 순간 사게 되는 1초 문구

지은이: 장문정

펴낸 곳: 블랙피쉬

 

 

 

물건을 사러 가면 뛰쳐나가고 싶은 매장과 편하게 오래 머무는 매장이 있다. 과한 친절이든 무신경한 처사든 이동하는 발걸음마다 졸졸 쫓아오는 점원이 있는 곳은 다시는 가기 싫다. 반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 딱 필요한 정보를 주는 점원이 있다면 그 매장에서는 괜히 더 소비하게 된다. 역시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야 뭐든 성공할 수 있는 법! 장사의 홍보와 매출 증진의 핵심인 마케팅. 그 분야의 고수는 전한다. '입은 쉬고 글로 팔아라'.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사람들은 이제 비대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말로 설득하기란 점점 하늘의 별 따기란다. 듣고 보니 그렇다. 전화로 음식 배달하는 게 고역이었던 사람들이 음식 배달 앱이 나타난 후 얼마나 쾌재를 불렀던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경계를 허물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지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비법이 이 책에 담겼다. 『보는 순간 사게 되는 1초 문구』. 마케팅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 보시길!

 

 

 

작가가 아낌없이 풀어준 다양한 팁 중에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를 적어 보자. 상품 언어는 상품의 얼굴이다.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보는 걸 선호한다. 어려운 단어를 편하고 친숙한 단어로, 평범한 단어를 특별한 느낌을 풍기는 단어로만 바꿔도 매출은 급상승한다. '아메리카노'보다는 '투샷 아메리카노'라고 했을 때 매출이 더 높다. '머리에는 생각 없이 보는 대로 각인된다.' 요즘 소비자는 점점 직관에 의존하는 상황이니 직관 언어에 주목하자. 직관 언어란 사유나 추리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말하는 대로 들리고 보는 대로 받아들여지는 문구다. 일차원적으로, 쓱 봐도 척 잡히게,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하고 현장 언어로 만들 것! 애칭만 잘 만들어도 히트 상품으로 이어지니, 상대의 머릿속에 딱 각인될 발랄하고 친근한 애칭을 만들어 보자. 오프닝 문구는 신문 1면의 사진과 같으니, 클릭하고 싶어 안달하게 만들려면 오프닝 문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신박한 마케팅 노하우와 관련 법규 및 주의해야 할 점 등등 이 책은 마치 마케팅 계약을 맺은 고객을 관리하듯 독자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다른 데서는 말하시면 안 돼요...'라며 나한테만 알려주는 듯한 알찬 소스들! 글을 잘 쓰는 건 분명 큰 재주다. 이젠 그 글재주로 마케팅을 통해 어느 분야에서나 빛을 발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물론 처음부터 척척박사처럼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내놓긴 어렵겠지만, 앞에서 이끌어주는 멘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더 잘 팔고, 비슷한 일을 해도 더 많이 버는 비법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굳이 대학교에서 전공으로 삼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열 글쓰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끊임없이 연습해 보자. 『보는 순간 사게 되는 1초 문구』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블랙피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알찬 특강 듣는 기분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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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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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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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상한 사람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윤성원

펴낸 곳: RHK / 알에치코리아

 

 

 

요즘이야 워낙 재밌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지만, <용의자 X의 헌신>과 <붉은 손가락>이 처음 국내 팬들에게 선보였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언제 다시 그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오매불망 기다려 보지만... 과연 그런 열정과 간절함이 담긴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될지는 미지수. 초기작보다 많이 약해지긴 했어도 하나의 브랜드 격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건, 분명 예전의 그 잊을 수 없는 감동 때문일 거다. 그리고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무리 못해도 반 이상은 가니까, 아쉬움은 있어도 졸작이란 느낌은 거의 없지 않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살짝 그리웠던 차에, 초기 단편작 『수상한 사람들』이 양장 개정판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드디어 만났다. 역시 가독성의 끝판왕!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일상 속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졸지에 집을 뺏긴 남자의 황당한 사연이 담긴 <자고 있던 여자>, 자신의 인생을 망친 심판을 찾아가 허망한 사실을 깨닫는 <판정 콜을 다시 한번!>,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계장. 과연 범인의 정체는? <죽으면 일도 못 해>,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살해하려 한 남자의 사연과 생각지 못한 진실이 드러나는 <달콤해야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식 인과응보라고 하기엔 당한 사람 처지에서는 정말 더럽고 찝찝한 <등대에서>, 결혼 소식을 올린 동창의 편지에 들어있던 낯선 남녀의 사진. 과연 동창의 행방은? <결혼 보고>, 코스타리카 여행길에 노상강도를 만난 부부의 이야기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각 4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7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짧은 호흡에 치밀하게 오밀조밀 짜 넣은 기승전결에 감탄하게 된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단편이니 당연히 살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다만 누군가 죽었다는 건 이미 벌어진 사실일 뿐, 그에 관한 깊은 원한이나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깊게 다루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사실 이런 오해가 있었는데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진행. 읽는 내내 너무 가볍지 않나 싶다가도, 이런 이야기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정말 있음 직한 일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손에 땀을 쥐며 범인을 쫓는 짜릿함은 없지만, 그래도 은근히 결말이 궁금한 나름 매력적인 단편이랄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나는 날, 가벼운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날, 완성도 높은 단편 소설이 궁금한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뭐든 다 읽기로 한 날, 재밌는 책이 읽고 싶은 날... 읽어 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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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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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지은이: 로버트 판타노

옮긴이: 노지양

펴낸 곳: 자음과모음

 

 

내년이면 나이의 앞자리가 또 바뀐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빨리 흘렀는지,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면 싱그러운 청춘이라 좋았고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만, 요즘은 인생에 관해 더 고민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듯하다. 이렇게 일만 하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을 거라는 불안감. 내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함을 인정해야 하는 안타까움. 하루하루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 때론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직은 놓을 때가 아니란 생각에 또 일어서곤 한다. 하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딱 한 줌밖에 없다면... 나는 이렇게 살아온 인생을, 지금 이 순간을, 그리고 모래시계처럼 빠르게 줄어드는 내 생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서른다섯, 젊은 소설가가 남긴 죽음과 삶의 이야기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곧 꺼질 듯 위태롭게 깜박이는 생명 앞에서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두개골의 왼쪽, 귀 뒤쪽에서 불쑥 느껴지곤 했던 알 수 없는 통증과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의사는 작가에게 뇌종양을 선고한다. 정밀 검사를 하고 실제 확률을 계산한 결과 작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략 1년. 서른 중반, 죽기에 이르지 않은 때가 어디 있겠냐마는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나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 그간 꿈만 꾸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거나 마음껏 망가지기도 하지만, 작가는 남은 시간 동안 이제껏 살아왔던 대로 살기로 한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산책하고 위스키를 홀짝 마시고 단골식당에 한 번 더 가고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영화와 책을 찾아보고 평생을 업으로 삼았던 글쓰기를 하려 한다. 과연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하기는 할까? 하필 왜 나여야 하냐는 처절한 원망과 분노 하나 없이 담담하게 남은 날을 살아내는 작가의 모습은 다가올 죽음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에게서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잠깐의 일탈,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 2시간의 영화 감상 등, 알게 모르게 무수히 이어졌던 그 행위가 이제 곧 끝이라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가는 꺼져가는 자신의 삶을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이제 도망갈 수 없는 상태로 표현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혹은 나아가고 싶지만... 더는 허락되지 않는다며 꽉 막힌 벽을 마주해야 했을 때의 그 심경. 날을 거듭할수록 쇠약해지는 작가의 모습에 눈시울을 적셨지만, 이 글은 단순히 눈물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소중함과 아무리 평범할지라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좋든 싫든 결국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귀하단 걸 깊이 실감하며... 앞으로 나아갈 날도 중요하지만, 오늘을 행복하고 후회 없이 살자고 다짐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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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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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09》

글쓴이: 권정현

펴낸 곳: 자음과모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새소설 시리즈에서 오랜만에 신간이 출간됐다.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소설 시리즈'라는 찰떡같은 소개처럼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새소설 시리즈. 한동안 트리플 시리즈만 줄줄이 출간되어 새소설 시리즈는 장기 휴간 상태에 돌입한 걸까 걱정했는데, 가뭄의 단비처럼 오랜만에 출간된 신간 소식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새소설 시리즈 9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2017년에 혼불 문학상을 받은 권정현 작가다. 이번에 처음으로 인연이 닿은 작기라 더 기대하며 읽기 시작.

 

 

 

주인공 민은 어느 새벽 우연히 보았던 검은 모자 쓴 여인에 사로잡혀 있다. 칠흑 같은 새벽 헌옷수거함 옆에서 민의 집을 올려다보던 섬뜩한 여인. 노이로제 수준으로 치닫는 민의 불안감이 처음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전후 사정을 알게 되면 민이 느꼈을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모차를 잠시 비우고 공원 화장실에 간 사이, 목이 부러진 채 죽어버린 아기. 굳게 믿었건만 점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남편. 너무 갑작스럽게 맞이한 또 한 번의 가슴 아픈 이별.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양아들. 뭔가 찝찝한 느낌을 주는 묘령의 여인까지. 민이 진실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뿌옇게 깔린 안개는 더 짙어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는데... 심장이 쫄깃해지는 추리를 펼치다가 마지막에 경악하게 되는 소설이랄까?

 

 

 

 



 

 

 

 

믿기 힘든 현실 앞에 민이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아니 차라리 미쳐버린 게 낫지 않을까 수없이 갈등하며 마음을 졸였다. 솔직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아직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 답답할 노릇.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행복이란 겉모습 속에 어떤 사연과 진실이 도사리고 있을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서늘한 불안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알려고 하면 알수록 더 처절하고, 어쩌면 모르는 게 나았을 누군가의 치부를 알게 된 느낌이랄까? 민의 시점에서 시작해 한 바퀴를 빙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순간,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님을 깨닫고 허탈한 당혹감에 휩싸였다. 민은 대체 누구일까? 그렇다면 검은 모자를 쓴 여인은? 그리고 그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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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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