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지은이: 이현진
펴낸 곳: 강한별
생각이 참 많은 요즘이다. 천생 집순이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코로나가 터진 후, 더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직업까지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서 식량 조달을 위해 정말 최소한의 외출만 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 이런 날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는 노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X세대였던 나의 시대는 지나고 이젠 Z세대를 지나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란 신인류까지 등장한 지금,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지난달의 추억에 잠시 전율이 일었다. 결심했다. 앞으로는 너무 열심히 살지 않으리라! 최선을 다하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충분히 내 건강과 영혼을 갈아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해왔으니 후회는 없다. 오늘은 뒤늦게 찾아온 오춘기에 심란한 마음을 도닥여 줄 책을 만났다. 이현진 작가의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아니, 어쩜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한 이 제목은 뭐람? 읽다 보니 나이도 나와 비슷한 또래 같아서 그녀의 글이 친구의 이야기처럼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회적 시선과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세운 삶에서 흉내만 냈던 모든 것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 작가. 그녀는 가볍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직시한 후, 자신의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가벼운 로망만 남긴 채 인생 대청소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의 나로 가볍게 살 것.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내가 될 것. 타인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니, 혹시 기분 상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겨도 뜻밖의 비를 만났을 것이라 여기고 털어버리자. 오후엔 맑게 갠 하늘의 따스한 햇살이 우릴 감싸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자.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에겐 오직 우리 인생에만 집중할 시간이 절실하다. 굳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나쁜 사람 아닌 게 어디냐!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나라는 사람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거다.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계획을 세우고 준비 운동하느라 진 빼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자. 좋아서 그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어떻게든 빛을 발하게 되니까. 굳어 있는 몸의 긴장을 풀고, 심호흡하며 하나, 둘, 셋
나는 늘 무언가가 되려 하면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젠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되려고 어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습관처럼 찾는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p123 중에서...
그날 하루에 해야 할 일을 'to do list'로 정리하며 완수했을 때 체크하는 쾌감은 짜릿하다. 하지만 거기엔 종종 한두 개의 실패한 일이 남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말한다. 일 잘하는 방법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지 않는 거라고. 그걸 쓸 시간에 일을 얼른 처리해 버리란다. 어찌 보면 그것도 참 맞는 이야기. 부디 이걸 잊지 말자.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내일은 버닝 아웃으로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토닥이며 안아줄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니까. 이 책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가 나로 온전히 살아가는 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인생엔 답이 없으니 그건 당연한 일. 이 책은 다만 가볍게 힘을 빼고 살아가는 삶에 관한 따스한 생각과 시행착오, 그리고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지극히 평범한 성실함과 근성이 담겨 있다. 결국, 인생이 힘들어 좀 쉬고 싶은 누구에게나 와닿은 이야기란 말씀! 하기 싫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은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생기 넘치는 우리가 되기를! 내일은 더 행복한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강한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공감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