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수상한 사람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윤성원
펴낸 곳: RHK / 알에치코리아
요즘이야 워낙 재밌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지만, <용의자 X의 헌신>과 <붉은 손가락>이 처음 국내 팬들에게 선보였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언제 다시 그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오매불망 기다려 보지만... 과연 그런 열정과 간절함이 담긴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될지는 미지수. 초기작보다 많이 약해지긴 했어도 하나의 브랜드 격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건, 분명 예전의 그 잊을 수 없는 감동 때문일 거다. 그리고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무리 못해도 반 이상은 가니까, 아쉬움은 있어도 졸작이란 느낌은 거의 없지 않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살짝 그리웠던 차에, 초기 단편작 『수상한 사람들』이 양장 개정판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드디어 만났다. 역시 가독성의 끝판왕!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일상 속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졸지에 집을 뺏긴 남자의 황당한 사연이 담긴 <자고 있던 여자>, 자신의 인생을 망친 심판을 찾아가 허망한 사실을 깨닫는 <판정 콜을 다시 한번!>,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계장. 과연 범인의 정체는? <죽으면 일도 못 해>,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살해하려 한 남자의 사연과 생각지 못한 진실이 드러나는 <달콤해야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식 인과응보라고 하기엔 당한 사람 처지에서는 정말 더럽고 찝찝한 <등대에서>, 결혼 소식을 올린 동창의 편지에 들어있던 낯선 남녀의 사진. 과연 동창의 행방은? <결혼 보고>, 코스타리카 여행길에 노상강도를 만난 부부의 이야기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각 4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7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짧은 호흡에 치밀하게 오밀조밀 짜 넣은 기승전결에 감탄하게 된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단편이니 당연히 살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다만 누군가 죽었다는 건 이미 벌어진 사실일 뿐, 그에 관한 깊은 원한이나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깊게 다루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사실 이런 오해가 있었는데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진행. 읽는 내내 너무 가볍지 않나 싶다가도, 이런 이야기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정말 있음 직한 일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손에 땀을 쥐며 범인을 쫓는 짜릿함은 없지만, 그래도 은근히 결말이 궁금한 나름 매력적인 단편이랄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나는 날, 가벼운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날, 완성도 높은 단편 소설이 궁금한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뭐든 다 읽기로 한 날, 재밌는 책이 읽고 싶은 날... 읽어 보시길 추천!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