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09》
글쓴이: 권정현
펴낸 곳: 자음과모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새소설 시리즈에서 오랜만에 신간이 출간됐다.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소설 시리즈'라는 찰떡같은 소개처럼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새소설 시리즈. 한동안 트리플 시리즈만 줄줄이 출간되어 새소설 시리즈는 장기 휴간 상태에 돌입한 걸까 걱정했는데, 가뭄의 단비처럼 오랜만에 출간된 신간 소식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새소설 시리즈 9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2017년에 혼불 문학상을 받은 권정현 작가다. 이번에 처음으로 인연이 닿은 작기라 더 기대하며 읽기 시작.
주인공 민은 어느 새벽 우연히 보았던 검은 모자 쓴 여인에 사로잡혀 있다. 칠흑 같은 새벽 헌옷수거함 옆에서 민의 집을 올려다보던 섬뜩한 여인. 노이로제 수준으로 치닫는 민의 불안감이 처음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전후 사정을 알게 되면 민이 느꼈을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모차를 잠시 비우고 공원 화장실에 간 사이, 목이 부러진 채 죽어버린 아기. 굳게 믿었건만 점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남편. 너무 갑작스럽게 맞이한 또 한 번의 가슴 아픈 이별.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양아들. 뭔가 찝찝한 느낌을 주는 묘령의 여인까지. 민이 진실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뿌옇게 깔린 안개는 더 짙어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는데... 심장이 쫄깃해지는 추리를 펼치다가 마지막에 경악하게 되는 소설이랄까?

믿기 힘든 현실 앞에 민이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아니 차라리 미쳐버린 게 낫지 않을까 수없이 갈등하며 마음을 졸였다. 솔직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아직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 답답할 노릇.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행복이란 겉모습 속에 어떤 사연과 진실이 도사리고 있을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서늘한 불안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알려고 하면 알수록 더 처절하고, 어쩌면 모르는 게 나았을 누군가의 치부를 알게 된 느낌이랄까? 민의 시점에서 시작해 한 바퀴를 빙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순간,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님을 깨닫고 허탈한 당혹감에 휩싸였다. 민은 대체 누구일까? 그렇다면 검은 모자를 쓴 여인은? 그리고 그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간 것인가!
자음과모음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