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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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등교 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친구들 몇몇에 둘러싸여 떠들썩한 이야기판을 벌리곤 했다. 주로 등굣길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더러는 지난 밤 읽은 책, 때로는 즉석에서 꾸며낸 이야기들이었다.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다. 지금에 와서는 참 즐거이 기억되는 추억.

  구니버드가 처음부터 친근했던 것은 구니버드 역시 친구들을 청중으로 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니버드가 몇 수는 위다. 뭐 이런 맹랑한 꼬마가 다 있나 싶을 정도다. 구니버드의 이야기는 매우 판타스틱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며, 그러면서 모두 사실이다. 거짓말을 참 천연덕스럽게도 한다 싶으면 다음 순간 그 생각을 한 독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 그래서 사실을 말하는 구니버드의 이야기는 듣는 이를 매혹한다.

  게다가 구니버드는 패션 리더이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에 충실한 옷을 입는다. 말괄량이 삐삐가 입고 다녔던 그 언밸런스한 옷차림이 삐삐에게 너무나 당연한 듯 어울렸듯이 구니버드도 그야말로 뒤죽박죽인 듯하지만 솔직하고 자유로운 옷이 너무 잘 어울려, 친구들은 구니버드의 이야기에 매혹되듯 이 아이의 옷차림에도 덩달아 빠져버린다. 구니버드는 옷이나 도시락을 통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워터타워 초등학교로 전학 온 구니버드. 워터로 만든 타워를 상상해 보면서 작가가 이름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죤 선생님(음, 선생님 이름은 비둘기구나.)은 ‘이야기’를 가르치기 위해 처음과 중간, 끝, 등장인물 등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려 애쓰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새로 전학 온 구니 버드 그린이라는 아이처럼 가까이 있는 존재에 대한 것들이다. 결국 구니버드가 나서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가르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들려주는 이야기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물론 구니버드는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말이다.

  언뜻 보면 구니버드는 제 기분에만 충실한 아이인 것 같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 아이가 얼마나 듣는 이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지 알 수 있다. 구니버드의 첫 이야기 ‘구니 버드는 어떻게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야기의 중심 내용을 뽑아내는 그 어려운 일을 단번에 해결한 본보기다.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어쨌든 소제목을 읽자마자 책 속 아이들처럼 독자도 구니 버드란 이름에 당연히 궁금증이 생기고, 얼른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어진다. 또, 구니 버드란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구니버드가 교향악단을 지휘하고, 그들이 워터타워 초등학교에 와서 연주하게 된 기막힌 사연은 무엇일까?

  말장난 같기도 하고, 마법 같기도 한 구니 버드의 이야기. 짧고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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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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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많은 동화책이 그야말로 나날이 쏟아져 나오는데, 많은 책을 읽기가 버겁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어느 정도나마 경향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푸른책들이 수백 편의 동화들 중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을 선정해 모아놓은 동화집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기호가 십인십색이기는 하지만, 퀄리티 보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일곱 편의 이야기 모두 작가가 다르고, 주제도, 장르도(굳이 세분하자면 그렇다), 문체도 다 다르다. 길지 않은 이야기는 아예 읽어주어 버리는 내 입장에서는 하루 한 가지 이야기를 읽어주면서도 매일 새로운 분위기를 심어주기에 좋았다. 
  김기정 작가의 '두껍 선생님'은 일순간에 신나는 숲 늪지로 변해버리는 학교가 마치 웨이사이드 학교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온화해서 편안한 느낌이었다. 김민령 작가의 '견우랑 나랑'은 가난과 가족의 결핍이라는 이중고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인데, 시적이면서 의미심장한 묘사가 애잔함을 더했다. 김영혜 작가의 '수선된 아이'는 왕따 당하는 아이 민화의 상처입은 자아가 수선되어 가는 과정을 다소 섬뜩하게 그려 특히 어린이 독자에게는 상당히 영향력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용포 작가의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버럭 소리나 지르고 우중충한 느낌을 주는 이웃집의 괴팍한 할아버지와 이웃의 꼬마가 소통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러나 조금은 아프게 그린 이야기다. 그래도 버럭할배는 여전히 외로울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정은숙 작가의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그야말로 스타를 향해 달리는 우리 사회의 유치하고 맹목적이며 이기적인 세태를 풍자한 이야기. 어김없이 소외되는 사람은 가뜩이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지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조영희 작가의 '책을 돌려 주세요'도 환상성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비오는 날 도서관 화장실에서 책 도깨비와 만난 진서의 짧은 여행은 그야말로 한편의 꿈을 보는 듯한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진은주 작가의 '천타의 비밀'. 발달장애를 앓는 천타가 사실은 얼마나 마음이 아름다운 아이인가를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가 잔잔히 펼쳐진다. 그 아이의 비밀은 아마 우리 모두가 만들어준 것인 텐데, 싶은 생각.
  얼마 전 수상작가 중 세 분이 참석한 세미나에 가서 이들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작품을 고민하고 쓰는지를 새삼 확인한 일이 있었기에, 작품 하나하나가 귀중하게 다가왔다. 일곱 작가와 동시에 만나는 좋은 기회, 한 권으로 여러 갈증을 해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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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감동시킨 위대한 글벌레들 - 명문장가들의 놀라운 글쓰기 비법을 공개한다 세상을 바꾼 벌레들 1
김문태 지음, 이상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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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중1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딸에게 하루 한 인물씩 읽어주었다. 우리집 책 중에 가장 부실한 쪽이 위인 내지 인물 책인 것이 알게 모르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솔직히 <실낙원>이라는 단어로만 알고 있는 밀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아보려고 시도한 적도 없어서 찔리는 느낌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이들, 정약용, 박지원, 이순신, 고흐, 다윈, 밀턴, 카슨 등에 관한 어떤 이미지라도 심어주리라 결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이 책의 문투나 전달 방식이 ‘아름답다’고 했다. 위인전이라는 형식을 들이밀지 않고, 그저 어떤 인물에 대해 특히, 책 읽고 글 쓰는 태도에 대해 단편동화 같은 느낌으로 형식으로 접근하니 무엇보다 부담감이 없었다. 물론 한 인물에 대해 지루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아도 될 만큼 짧으니 그 또한 부담감 해소에 한몫을 했다.

 

  전 시리즈인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에도 새삼 관심이 갔다. 사실 인물에 관한 책들이 긴 것은 내게도 부담이다. 멋모르고 존경이라는 말을 썼던 김구 선생에 관한 두꺼운 책을 읽다가 나마저 지레 포기한 전적이 있어서 하는 소리다. 그 책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했음에도 솔직히 지루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들이밀며 꼭 읽으라 하기가 좀 뭣했는데 이런 기획이면 참 부담 없다. 수많은 인물들을 샅샅이 이해하기란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인물에 대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만 추려서 들려주고, 더 알고 싶은 인물에 대해서 다시 연구하도록 발 디딜 자리만 만들어주어도 성공인 것이 아니겠나,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수박 겉만 핥게 될 우려가 있는 이런 식의 부담 없는 기획이 걱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나, 책 읽기가 취미가 아닌 수많은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싶다. 게다가 인물 선정이 매우 다양하고 폭넓어서 나 같은 얇고 넓은 지식을 원하는 성인들도 한번쯤 눈여겨볼만 하다.  왜 공부가 필요한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딸들을 보며 이순신 중 기억에 남는 대목.

 

  “장수는 힘이 세고, 칼싸움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힘세고 칼싸움 잘하는 건 뒷골목의 무사들도 하는 일이거든.”

  “장수와 뒷골목 무사의 차이는 뭔가요?”

  “장수는 머리와 마음을 모두 단련한 진정한 지도자야. 다시 말해 슬기롭게 머리를 쓰고, 백성과 부하를 먼저 생각하며, 몸을 던져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지. 그러나 뒷골목 무사는 자신의 힘만 믿고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거들먹거리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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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시 사마공원의 사마천 동상. 
      그의 얼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있다고 한다. 
      억울함의 호소인지, 혹은 역사 위에서 미래를 향하고 있음인지. 궁형 이후 수염이
      모두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그의 초상이나 동상에는 수염이 있는데,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라고.
 
       문자학의 대가로 유명한 곽말략의 글과 글씨로 쓰인 사마공원의 기념비문
 
       임시로 사다리를 놓고 어렵사리 올라간 곳에 사마사원이 있다. 낮에, 
       여럿이 함께가 아니면 찾아올 수 없을 폐허. 이곳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힘겨운 이들에게는 역부족.
 
       사마서원 내부.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과 조부의 무덤. 역시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사마천에게 아버지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달게 받으며 <사기>를 쓰게 한 
       원천이자 스승이었다.
  
       宮行王法. 네 글자는 궁형이 왕에 의해 내려졌다는 의미를 감추고 있다 한다. 
       모르는 이에게 법왕의 행궁이 있는 자리를 표시한 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이 낡은 문은 사마천의 후예들이 사마천의 정신을 잊지 않고자 모색한 여러 
       시도 중 하나이다.
 
       사마천의 고향 서촌에 자리한 사마천 사당 입구.
 
       風追司馬. 사마천의 정신과 행동을 본받겠다는 의미. 수천 년 전 권력자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 분석, 비판하고 옳음과 약자의 편에 섰던 사마천의 風이 
       다시 한 번 불 수 있을까?
 
       유일하게 꽤 잘 가꾸어진 유적인 사마천의 무덤. 한성시 남쪽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지천의 비탈에 세워져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사마천은 홀연 자취를 
       감추었으므로 이 무덤에 사마천은 없다. 사마천이 옹호했던 북방민족의 
       무덤 형태를 본떠 조성된 무덤은 둥그런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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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 바람단편집 3 반올림 11
김혜진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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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개인적으로 청소년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누구나의 내부에 자리한 문학에 대한 관심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어린이문학에 집중되다가, 아이가 청소년이 될 무렵부터는 청소년문학으로 옮겨간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청소년문학을 주의깊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발견한 것은 청소년문학의 빈약함이다. 소년소설이라는 또한 애매한 장르가 청소년문학을 대체하거나, 성인문학에서 독한 것들을 골라내고 난 나머지를 청소년에게 안겨주는 식이었다. 물론 무엇이 청소년문학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참으로 모호하고, 정답이란 게 아예 없기가 십상이지만.

  최근에는 청소년문학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해 보려는 시도가 여러 출판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주로 모색에 그친다. 일견 당연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므로. 주로 동화작가나 성인문학 영역의 소설가들이 청소년문학을 향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데, 애초부터 이 분야를 겨냥하고 문학수업을 한 작가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까지 유치하거나, 지나치게 깊어서 난해하거나,이기가 쉽다. 그도저도 아닌 것들은 그저 청소년기의 겉모습만 베껴낸다.

  이 책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도 크게 보면 그 범주에서 멀리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신선하고, 거북하지 않으며, 문학적이며,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관심에 천착하고 있다. 성인문학의 그로테스크함은 걸러졌으면서도 그와 비슷한 깊이로 진지하고, 표피적이거나 말초적인 부분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순한데도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정오의 희망곡'은 자신의 삶의 모자란 부분을 자식에게 이입하려는 아버지와 성적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아이의 이야기를 가벼운 터치로 매우 쉽게 전달하고 있고, '쥐포'는 군부독재와 전교조를 둘러싼 고등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어두워지지 않는 톤 조절이 돋보인다. 'Reading is Sexy.'는 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 해보기를 화두로 던지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고3인 남녀 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살짝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전개하며, '내가 왜 그랬지?'는 善에 대해,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알퐁스도데가 이미 비슷하게 다룬 주제이기는 하지만 우리 식의 해석이 재미있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그야말로 청소년기의 사랑의 빛깔에 대해 가슴 아련하게 전해주며, '학습된 절망'은 임태희답게 암울하고 시니컬하지만 의미 깊고 절제되어 있다.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은 그야말로 청소년기의 모든 이야기, 사랑, 성적, 세상과의 괴리, 도전과 실패, 희망 같은 것들이 가볍고도 묵직하게 들어 있는데 참 절묘한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그리고 각 단편마다 앞뒤에 붙은 작가 소개도 좋은 시도이다. 작가가 작품으로 말해야지 무슨 사족이냐 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이 청소년문학의 모색기라는 점을 감안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순기능이 훨씬 부각된다. 여러 의미로 기분좋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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