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 바람단편집 3 반올림 11
김혜진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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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개인적으로 청소년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누구나의 내부에 자리한 문학에 대한 관심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어린이문학에 집중되다가, 아이가 청소년이 될 무렵부터는 청소년문학으로 옮겨간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청소년문학을 주의깊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발견한 것은 청소년문학의 빈약함이다. 소년소설이라는 또한 애매한 장르가 청소년문학을 대체하거나, 성인문학에서 독한 것들을 골라내고 난 나머지를 청소년에게 안겨주는 식이었다. 물론 무엇이 청소년문학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참으로 모호하고, 정답이란 게 아예 없기가 십상이지만.

  최근에는 청소년문학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해 보려는 시도가 여러 출판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주로 모색에 그친다. 일견 당연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므로. 주로 동화작가나 성인문학 영역의 소설가들이 청소년문학을 향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데, 애초부터 이 분야를 겨냥하고 문학수업을 한 작가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까지 유치하거나, 지나치게 깊어서 난해하거나,이기가 쉽다. 그도저도 아닌 것들은 그저 청소년기의 겉모습만 베껴낸다.

  이 책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도 크게 보면 그 범주에서 멀리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신선하고, 거북하지 않으며, 문학적이며,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관심에 천착하고 있다. 성인문학의 그로테스크함은 걸러졌으면서도 그와 비슷한 깊이로 진지하고, 표피적이거나 말초적인 부분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순한데도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정오의 희망곡'은 자신의 삶의 모자란 부분을 자식에게 이입하려는 아버지와 성적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아이의 이야기를 가벼운 터치로 매우 쉽게 전달하고 있고, '쥐포'는 군부독재와 전교조를 둘러싼 고등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어두워지지 않는 톤 조절이 돋보인다. 'Reading is Sexy.'는 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 해보기를 화두로 던지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고3인 남녀 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살짝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전개하며, '내가 왜 그랬지?'는 善에 대해,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알퐁스도데가 이미 비슷하게 다룬 주제이기는 하지만 우리 식의 해석이 재미있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그야말로 청소년기의 사랑의 빛깔에 대해 가슴 아련하게 전해주며, '학습된 절망'은 임태희답게 암울하고 시니컬하지만 의미 깊고 절제되어 있다.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은 그야말로 청소년기의 모든 이야기, 사랑, 성적, 세상과의 괴리, 도전과 실패, 희망 같은 것들이 가볍고도 묵직하게 들어 있는데 참 절묘한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그리고 각 단편마다 앞뒤에 붙은 작가 소개도 좋은 시도이다. 작가가 작품으로 말해야지 무슨 사족이냐 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이 청소년문학의 모색기라는 점을 감안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순기능이 훨씬 부각된다. 여러 의미로 기분좋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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