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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데야 떡 타령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6
이미애 지음, 이영경 그림 / 보림 / 2007년 10월
평점 :
참 놀랍게도 이 책에 나오는 떡이 입에 낯설다. 온 가족이 떡을 좋아라 하여, 자주 사 먹어도 그간 먹은 떡 종류를 나름대로 세어 보니, 시루떡, 백설기, 수수팥떡, 꿀떡, 송편, 절편, 콩떡, 호박떡 정도인데, 그나마 이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농사 지으며 살던 우리 민족이 절기에 맞는 떡을 해 먹었음은 참 당연한 일인데, 떡 종류가 그 절기의 자연환경이나 삶의 의미에 맞을 것 또한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새롭다니.
그야말로 12달 떡 타령인 이 책은 읽으면 절로 노래가 된다. 아무리 소심한 성격도 얌전하게 읽어지지 않을 책이다. 1월 설날에 떡국 떡, 2월 대보름 큰송편, 3월 삼짇날 진달래화전, 4월 초파일 느티떡, 5월 단오 수리취떡, 6월 유두 떡수단, 7월 칠석 밀전병, 8월 한가위 오례송편, 9월 중양절 국화떡, 10월 상달 무시루떡, 11월 동지팥죽 새알심, 12월 섣달 그믐 골무떡. 에헤야 데야 꾸울떡.
이렇게 떡 하나에도 우리 조상, 우리네 백성의 소망이 예쁘게 들어있구나 싶은 새삼스러운 느낌에 마음이 뭉클하다. 우리 시어머니는 아이들 생일마다 손수 시루에 떡을 쪄내신다. 굵은 팥이 그대로 박혀 있는 시루떡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비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이다. 소망의 떡. 이렇게 우리의 떡은 하나하나가 축제이며, 소망이며, 어울려 살아가는 고운 마음이구나 싶다.
익살과 정겨움이 가득한 그림도 하나 허투루 보아지지 않고, 좋다. 어린 시절, 지금보다 겨울이 훨씬 추웠던 그때, 양력 생일이 동짓날인 나는 늘 생일에 팥죽을 먹었고, 내 그릇에는 새알심이 항상 넉넉했다. 그 노골노골한 맛이 추운 날씨와 어울려 얼마나 정다웠던가 하는 기억도 난다.
이 책도 정답다. 정다운 삶의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