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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은 '호기심'이고 부제가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이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10대의 사랑 성을 호기심이라는 말로 대변하는 듯이도 보인다. 이 시기의 성과 사랑을 호기심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잠깐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7할은 호기심일 터이다.
돌이켜보면, 누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그것이 때로 남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것일 수 있겠지만. 내 경우(또는 대다수) 많은 부분 호기심과 탐색으로 채워졌던 10대의 사랑이고 성이었다. 당연히 경험의 9할은 간접이었고. 그래서 더욱 사랑이나 성은 과대포장되어 나와 친구들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았다.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했다.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나 하고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 책의 일곱 편 이야기들은 생각만큼 낯설지 않았다. 마치 그때 나와 친구들 이야기를 다시 읽는 느낌. 변하지 않았던 것일까. 10대의 성과 사랑의 본질은.
중1인 딸아이에게 먼저 읽혔다. 청소년문학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꽤 많은 작품들은 실제 우리집 중1에게 그다지 먹히지 않았었기에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이에게 쉽게 받아들여졌다. 다 읽고 난 소감. "재미있었어. 대체로." 그 아이가 재미있었다고 한 말 속에는 공감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을 터이니 이 책은 실제 청소년들에게 '먹히는 책'인 셈이다.
그렇게 여기고 보니, 작가들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김리리, 박정애, 신여랑, 이금이, 이용포, 이혜경, 임태희 작가.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저마다 역량을 뽐내며 풀어낸 이야기들이다. '남친 이야기', '첫날밤 이야기', '서랍 속의 아이', '쌩레미에서, 희수', '키스 미 달링', '공주, 담장을 넘다',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남친 만들기'는 그야말로 이성에 대한 호감과 표현, 오해, 우정과 사랑 등에 대한 담백한 이야기이고 매우 현실감있다. '첫날밤 이야기'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 설정과 밀양이라는 장소, 사투리 등이 맛깔나면서도 여러 장치를 통해 그때 그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이야기로 읽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서랍 속의 아이'는 금지된 장난의 영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맛으로 읽혔고, '쌩레미에서, 희수'는 쉽게 깊은 느낌을 전달하는 스토리 전개가 호감가는 작품이다. '키스 미 달링'은 이용포 작가 특유의 시니컬하고 유쾌한 블랙코미디 풍의 느낌이 기분좋게 감겨드는 작품이고, '공주, 담을 넘다'는 성격 좋은 아이와 공부 잘 하는 아이의 대비가 재미있게 읽히며,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은 의미와 상징이 넓게 퍼져가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문학적 향기가 지나치게 짙어서 난해하거나, 아동문학과 변별되지 않는 유치함을 지닌 책들에 다소 지쳐 있었는데 적절한 톤과 무드를 지켜나가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문학의 향유자가 엄마이거나 선생임이거나 혹은 논술강사이기 십상인 요즘, 실제로 아이들이 읽어서 재미있고 즐거우며 생각할 거리를 슬쩍 던지는 책이라는 느낌에 반갑고, 권하기 거리껴지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