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 반딧불의 묘 (한글자막) (2disc)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 월드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시카고 국제아동영화제 장편애니메이션 최우수상
제1회 모스크바 청소년아동영화제 아동부문 그랑프리
일본 자화상의 대가 노사카 아키유키 소설 원작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여기까지 제품 소개에서 베껴왔다. 아, 그렇구나 <추억은 방울방울>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그 감독이 다카하타 이사오였구나, 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들을 바라보는 부러운 마음이 물씬물씬 피어올랐다.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평화와 자연에 대해 민감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가들. 가만 보자, 우리 애니메이션 중에 이처럼 스며드는 작품이 있었던가... 

어젯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혼자서 소리를 죽여가며 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그야말로 가슴아픈 아름다움이 잘 스며있는 영화였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와 전쟁의 희생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그것이 아니어도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비정한 사회가 어떤 폭압을 가하는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마치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살며시 다가와 온몸을 감쌌다. 

일본 아이들도 전쟁을 견뎌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아이들도 똑같이 귀하다, 매우 당연하게도. 

어른들(위정자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왜 자신들에게 그처럼 가혹한 시련이 닥쳐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 일을 겪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고 배고프지 않아야 하고, 잠 잘자야 하는데. 귀하디 귀한 모든 어린 목숨들은 그럴 수 있는 천부권을 타고났는데, 숱한 아이들이 그 당연한 혜택에서 비껴나고 떠밀려 살아간다. 또한 전쟁은 그런 죄악의 극한이다.   

세이타는 열댓살 쯤 되는 오빠이고, 세츠코는 네 살 난 여동생이다. 2차대전 중, 공습으로 마을은 폐허가 되고, 아이들의 어머니는 폭격을 맞아 어이없이 죽어 버리고, 전쟁에 나간 아버지는 연락이 끊겼다. 아는 집에 몸을 의탁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의 낯빛은 눈에 띄게 험악해져 가고, 어느 날부터 남매는 개천 가의 굴 속에서 둘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세상으로부터 떠밀려난 아이들은 밥 먹듯이, 굶는다. 조그만 세츠코의 몸이 반듯이 누운 굴 속, 훗날을 대비해 아끼고 아꼈던 마지막 남은 돈을 은행에서 찾던 날 세이타는 아버지가 죽었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일이 과연 수십 년 전,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의 나라에서 벌어진 남의 이야기일까? 과연 전쟁이 남의 이야기일까? 이런 생각으로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 마음이 아파서. 세츠코와 세이타에게 따뜻한 흰쌀 밥 한 그릇, 맑은 소고기국 한 그릇 차려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그리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미안한 마음이다. 여전히 못난 어른의 한 명이라서.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했던 사탕통이 마지막에서야 마음에 새겨졌다. 반딧불같았던 여리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삶, 그리고 엄마 잃은 세츠코의 눈물을 멈추게 해주었던 네모난 사탕통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그 속에 담겨 있던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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