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 우주에서 별 하나가 날아와 왼쪽 무릎에 박힌 싸냐는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남자아이 바냐는 싸냐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쉴 새 없이 다른 곳을 바라본다. 바냐의 가슴에 다른 여자들이 들락거릴 때마다 싸냐는 줄어들어 결국 자취를 감춘다. 한없이 땅만 바라보며 싸냐를 찾아다니는 늙은 바냐의 모습이 수없이 겹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사랑은 그렇게 운명처럼, 기막힌 우연의 힘으로 나타나지만 사랑을 아름다이 가꾸고 키워나가는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끝없이 되뇌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약간은 섬뜩하고 슬픈 경고를 보내는, 그러나 아름다운 책. 

싸냐는 점점 줄어들면서 그래도 줄어든 몸으로 사는 생활에서 끝없이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흔적 없어지고, 발로 걸어 갈 수는 없는  별로 떠나 버렸다. 마주 치지 않는 손뼉의 소리없는 울림만 남았다. 바냐를 미워할 수는 없다. 올페우스가 아닌 숱한 남자들이 그렇다는 걸 알기에. 싸냐만을 예뻐할 수가 없다. 그처럼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일이 얼마나 옆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알기에. 사랑은, 그처럼 어려운 관계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알라고 했으나, 이 책이 청소년을 향해 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나는 사랑이 어렵다는 걸, 정말로 아니? 라고 묻고 싶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걸 참아야 사랑이 깨지지 않는지를 조금은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럴 때 이 책을 내밀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나. 이해하기 매우 쉬운 책은 아닌 듯 싶은데. 

자, 세르비아에서는 국민작가라 하는데,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낯설다. 그의 글보다도, 그림이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그림 그리는 글 작가들에 대해 새삼 감탄하면서. 그러나 아주 솔직히 말하면, 어린왕자에 비견할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갖다 대지 않고, 그저 나름으로 예쁜 책이라 여기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