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만져 보세요 책읽는 손가락 1
송혜승 글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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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본 중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이며, 손으로 읽어 본 가장 아름다운 책 두 번째는 <나무를 만져 보세요>이다. 두 권 중 <점이 모여 모여>보다도 나중에 읽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똑같이 아름답다.  

스프링으로 된 두꺼운 재질의 이 책은 왼쪽 면에는 올록볼록하며 단순화한 그림과 점자가, 오른쪽에는 그림을 그려서 도화지에 살짝 붙인 듯한 삽화와 한 줄 글이 실려 있다. 같은 내용이 두 면에 각각 실려 있지만, 서로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것이 조화롭다. 우리 사는 세상도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토록 섬세한 그림. 또다시 손끝으로 만져보다 내 손의 무딤에 새삼 깜짝 놀란다. 손이 무디어 오는 동안 마음은 또 얼마나 무디었을까. 그걸 살며시 일깨워주는 손길과도 같은 책이다. <점이 모여 모여>의 엄정순 작가와 <나무를 만져 보세요>의 송혜승 작가 모두 시각장애를 창의적 가능성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책들을 만져보며, 나도 이분들에게 공감한다. 보통의 눈으로 볼 수 없고, 보통의 손으로 읽을 수 없는 세상을 지닌 사람들이니까. 가슴 가득한 감동으로 읽는 책. '책 읽는 손가락'은 출판의 조그만 새 지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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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모여 모여 책읽는 손가락 2
엄정순 글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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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가만히 펼쳐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점자 촉각 그림책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데, 디자인은 마치 우리 큰아이 어릴 때 많이 보았던 그런 책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손으로 살짝 만지자 그만 눈물이 흐른 것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한 장 한 장 넘기며 만져보았다. 그저 우툴두툴하기만 할 뿐 섬세한 흐름이 따라가지지 않는다. 금세 답답해져서 눈을 확 떠 본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감아 본다. 이번에는 좀 더 찬찬히 손가락 끝으로 따라가 본다. 또 눈물이 난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미안한 마음이 가득 몰려 온다. 내가 아무 감흥 없이 세상을 보며, 뭐라 뭐라 함부로 이야기할 때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 본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점자 촉각 그림책인 '책 읽는 손가락' 중 한 권이다. 펼치면 조그맣고 동그란 구멍이 하나 나 있고, '점이'라는 글자가 있고, 올록볼록한 점자가 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구르다가 오르내리다가 삐죽거리다가 춤추다가......높은 음자리표가 된다. 노래가 된다. 하모니라는 뜻이기도 하겠지, 싶다. 모든 그림과 글이 손으로 만져진다. 우리 세상이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쑥 빠져든다.  

길게 펼칠 수 있는 아코디언 형태인데, 바닥에서부터 넘기면 또 한 권의 책이 된다. 두 권이 합쳐진 한 권. 역시 점이 모여 모여 동그라미가 되었다가 별이 되었다가 결국 ㅇㅇ이 된다. 뭔지는 비밀이다. 궁금한 사람들은 사 보기. 그리고 이 책이 더 가치를 발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기도 하기. 지금까지 읽어본 중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이며, 손으로 읽어 본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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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한국사 생생 교과서 -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초등 생생 교과서 시리즈 3
이정범 지음, 유남영 그림, 김용만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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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고조선에서부터 시작하여 간단하게나마 여러 나라를 이어서 설명해야 앞뒤를 이해시킬 수 있고, 당시 중국에는 어떤 나라가 있었더라는 이야기 정도는 덧붙여야 얼개가 맞아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도 그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늘 엄마부터 한국사 공부를 좀 더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런저런 이유로 사실, 집에는 두어 가지의 한국사 책이 있다. 다섯 권짜리, 두 권짜리, 꽤 두꺼운 한 권짜리.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모든 것이 힘에 부친가 보았다. 엄마가 보기에는 너무 흥미롭게 잘 만들어진 듯한데, 그래도 아이에게는 공부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것도 대개는 여러 권으로 됐으니 읽기가 조금은 버거울 수 있다.  
<초등 한국사 생생 교과서>는 그런 여러 고민을 해결해주는 대안으로 훌륭하다. 아무래도 동화처럼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이 입장에서 공부 책으로 여기더라도 대단히 두껍지는 않은 한 권짜리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글밥이 적지 않은 데도 꽤 여백이 많아서 일단 접근하기 쉽다. 컨셉트가 애매하지 않고 정확히 한국사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어서 군더더기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구성이 좋다. 고조전, 발해, 후삼국시대 등을 간단히 짚은 것을 제외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에다 개화기,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게다가 북한까지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망라하고 있어서 더 덧붙일 것이 없다. 나라별로는 건국과 변천과정, 정치와 제도,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풍속과 신앙, 주요 인물, 연표의 구성으로 알차다.  
시시콜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아도 건드릴 부분은 다 건드리고 있고, '한국사 생생 돋보기'라는 별도 페이지에 대몽항쟁과 원나라의 간섭,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특별히 다루어 보강할 부분은 보강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밑줄 좍 한국사 노트'라고 하는 박스에는 기억해 둘만한 어휘에 대한 설명이 따로 되어 있기도 하다.  
참 신경을 많이 쓴 책이구나 싶고, 아이 옆에 두면서 수시로 읽어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주욱 읽기도 괜찮겠지만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기가 그만이다. 숙제할 때도 매우 유용할 듯.   
*권장대상 : 초등 3학년에서 6학년 (4, 5학년에게 가장 유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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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
김영민 외 지음 / 푸른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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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먼 얘기, 라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내 아이와 먼 얘기라고 해야 할까. 그간 무슨 동네 엄마들이 어떻게 교육하느니 하는 책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피해 왔다. 기질이 따라주지도 않거니와 나와 내 아이들의 여건도 허락하지 않아서이다. 비슷한 이유로 민사고나 특목고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민사고 아이들이 어떤가에도 관심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민사고 아이들이 쓴 책이다. 민사고 아이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일단의 고등학생들이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대’에 응모하고, 뽑히고, 일본에 다녀오고, 그에 관한 논문까지 쓰는, 그 사건이 중심이다. 덧붙여 일관제도라고 하는, 일본 특유의 교육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 떠나서 눈길이 표지 하단에 있는 '민사고 학생 네 명'이라는 부분에 멈춘다. 민사고 학생들이라...

 

  슬쩍 들춰보고 잘난 아이들이 잘난 이야기를 하면 덮어 버려야지 했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끝까지 읽고 말았다. 새벽 3시, 남편이 귀가할 때쯤에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민사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요즘 고등학생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더니, 아주 똑똑한 우리나라 고등학생 아이들로 좁아졌다.

 

  참, 야무지다. 이 아이들. 두루뭉술하고 누가 뭐 하자 하면 그저 우정을 외치며 우루루 몰려가던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 자신들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화합할 줄 안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유머러스하다는 말은 나로서는 대단한 칭찬이다. 유머는 지식이나 정보가 많은 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지식이나 정보가 얕은 사람에게서도 나오는 것이 아니며, 지식도 상식도 정보도 풍부하되 그걸 자기 내부에서 소화할 줄 알며,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할 줄 아는 데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점점, 이 아이들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팬이 되어 버렸다. 사고방식이 건전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세상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 문자나 메신저에 익숙하고, 쉬는 시간에도 컴퓨터를 만지는 걸 보면, 다이어리에 온갖 그림과 장난스런 말을 써대는 걸 보면, 영락없는 요즘 아이들이구나, 싶으면서도 유학을 위해 SAT를 준비하고, 학교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시간을 쪼개 도서관을 뒤지고, 나눠서 자료조사를 하고, 논문을 딱 써내는 걸 보면 참 똑똑하다 싶고! 아무튼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좋겠다.

 

  특히 영민이는 만나보고 싶은 아이다. 그 아이가 쓴 글 “수화에게 이 익숙한 소리는 세이렌의 노래와도 같았다.” “우리의 말소리는 명경지수에 던져진 돌처럼 이 엄숙한 분위기를 흩트려 버렸다.”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던진 한 마디였다.” 등이 내게 꽂혔다. 우리 아이가 이런 비유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1인 딸아이를 불러 한 번 읽어보라고 했더니, “민사고 언니오빠들 이야기를 내가 뭐하게?” 그런다. “일단 읽어 봐.” 그랬더니 들고는 가는데, 책을 도통 안 읽는 아이가 이 책이라고 읽을까 싶다.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우울한 생각을 하는 많은 어른들이 읽어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그리고 좀 멋지게 살아보려는 중학생들이 읽으면 멋진 고등학생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하지만 한 시간 자고 공부하는 일은 좀 그렇다. 쉬면서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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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연사 박물관 - 진화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박종배 그림, 이융남 감수 / 바다어린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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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무슨 행사에 끼어서 따라간 것 외에, 내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자발적으로 찾아간 첫 번째 전시회가 '러시아 자연사 박물관전'이다. 무슨 할인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끌렸는데, 그 이유는 실제 맘모스를, 그것도 아기 맘모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과연 어린 맘모스의 미라는 내게 모종의 충격이었다. 갑자기 시대의 간격이 좁아져서 신생대를 코앞에서 보는 기분.

그리고 그 기분은 <러시아 자연자 박물관>이란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진화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전시회와 발맞추어 제작된 똑 같은 제목의 책. 전시장의 시공간적 한계 때문에 마음놓고 샅샅이 훑어보지 못했거나 미처 다 적지 못해 기억에 아쉬운 점을 달랠 수 있는 바로 그 책인 셈이었다.

책은 과연 튼튼한 장정에 수많은 그림과 일목요연한 정리로 잘 만들어졌다. 전시관에서 보았던 화석, 골격, 표본들이 설명과 함께 매 페이지마다 정리되어 있고, 큰 일러스트레이션이 당시 동물을 분위기까지 재현해 놓았다.

지질시대별로 정리되어 있어 죽 넘기면 진화의 역사가 그야말로 한눈에 보이고,  각 지질시대마다 특징이 될 내용들을 길지도, 짧지도 않게 소개하여 읽는 부담이 없다. 게다가 책 말미에 세 펼침면에 걸쳐 길게 그려진 '한눈에 보는 지구 자연사 연표'는 뭔가 결정적 하나를 원하는 엄마 마음을 잘 알고 배려해준 것이리라 싶다.

긴 이름을 줄여서 '러자박'으로 부르며 아이들과 돌려가며 보느라 책이 어느새 약간 나달나달해졌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실을 내용만 알뜰하게 실어 준 점이 우리 가족에게 어필했나 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전시물 사진이 더 크게 실렸더라면 하는 것이다. 중생대관은 사진촬영이 제한되어 담아오지 못했고, 나중에 책을 통해 자세히 다시 봐야겠다 싶었는데, 일러스트도 좋지만 실물 사진이 더 크고 선명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대멸종이 그토록 여러 차례나 있었더라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인 정보였다. 지금의 환경파괴 추세라면 언제 또 대멸종이 올지 모르겠다는 오싹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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