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어본 중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이며, 손으로 읽어 본 가장 아름다운 책 두 번째는 <나무를 만져 보세요>이다. 두 권 중 <점이 모여 모여>보다도 나중에 읽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똑같이 아름답다. 스프링으로 된 두꺼운 재질의 이 책은 왼쪽 면에는 올록볼록하며 단순화한 그림과 점자가, 오른쪽에는 그림을 그려서 도화지에 살짝 붙인 듯한 삽화와 한 줄 글이 실려 있다. 같은 내용이 두 면에 각각 실려 있지만, 서로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것이 조화롭다. 우리 사는 세상도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토록 섬세한 그림. 또다시 손끝으로 만져보다 내 손의 무딤에 새삼 깜짝 놀란다. 손이 무디어 오는 동안 마음은 또 얼마나 무디었을까. 그걸 살며시 일깨워주는 손길과도 같은 책이다. <점이 모여 모여>의 엄정순 작가와 <나무를 만져 보세요>의 송혜승 작가 모두 시각장애를 창의적 가능성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책들을 만져보며, 나도 이분들에게 공감한다. 보통의 눈으로 볼 수 없고, 보통의 손으로 읽을 수 없는 세상을 지닌 사람들이니까. 가슴 가득한 감동으로 읽는 책. '책 읽는 손가락'은 출판의 조그만 새 지평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