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누구인가? - 세계지도를 완성한 역사 속 탐험가 30인의 생애와 모험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1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 지음,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매우 감동적이며, 훌륭한 지식책이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는 책이다. 본문 362쪽에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인류사에 새 지평을 연 인물 30인을 소개해 놓았다. 연대를 따라가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크게 대별되는 세 가지 테마로도 구분해 놓아 상당히 일목요연하다. 지구가 여전히 네모판이라는 생각이 유효하던 시절, 바다로 바다로 나아갔던 항해자들을 '더 멀리, 더 강하게!'라는 타이틀로 묶었고, 새로운 땅을 발견하거나(서양인 시각에서), 최초로 인간의 자취를 남기는 일에 매진한 도전자들을 '도전!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타이틀로 묶었으며, 인간의 과거와 미래로의 통로를 개척한 비교적 최근 인물들을 '역사, 발굴하거나 새로 쓰거나!'란 타이틀로 묶었다. 

970년생인 레이브 에릭손(아이슬란드인. 최초로 배를 타고 아메리카에 발을 디딘 유럽인)을 필두로 1934년 생인 유리 가가린(소련인. 최초의 우주여행을 한 우주인.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까지 30인의 도전과 성취, 실패와 영욕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인 듯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이들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인물은 최초의 달 착륙자인 닐 암스트롱 뿐이다. 더러는 긴 인생을 향유하기도 했으나 많은 이들이 탐험지에서 예상보다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참, 뭐랄까. 가슴 뜨거운 것들이 몰려왔다 사라지곤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제임스 쿡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이 찔끔거려지기도 했다. 남극대륙을 향한 미지의 도전에서 그는 선원을 하나도 잃지 않고 모두 데리고 귀향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데, 콜럼버스, 마젤란, 코르테스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탐험가들이 매우 엄격하고 잔인했음을 감안하면, 그리고 그게 너무 당연시되었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참 놀라운 사람이다. 그는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하와이 원주민에게 발포하지 말라고 부하들을 말리다 하와이 원주민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한다. 왜 세상 일은 늘 그 모양인지!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사인 린드버그는 아들의 유괴 살해 사건으로 내게 인상 깊었는데, 그의 이중생활 및 나치 독일에 호의적이었던 행적에 대해 새로이 알고 확 실망스럽기도 했다. 영화 제목으로 익히 알던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로런스, 그의 광기에도 놀랐고, 트로이유적을 발굴해낸 슐리만의 행적이 많은 부분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놀랐다. 최초의 남극점 도달자인 아문센의 영광 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 간 스콧 대령 일행의 운명에는 애잔한 마음이 일었다. 

그처럼 숱한 발견이 강대국의 식민지정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거나, 약소국을 나눠먹기하는 방편으로, 혹은 저들끼리의 경쟁의 일환으로 전락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나 이 인물들의 가슴 뜨거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단한! 

아무튼, 재미와 교양을 한꺼번에 주는 책이랄까. 주니어김영사에서 청소년교양 시리즈를 이 책으로 시작하는 듯한데, 청소년들이 모쪼록 많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단편지식으로 알고 있는 인물들 뒤에 자리한 이야기들은 사실과 진실을 구별해 보는 눈을 기르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듯하고, 비판적 시각을 키우는데도 알맞을 것 같다.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가 매우 좋게 편집되어 있으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짚어 가며 읽었더라면 더 많은 것들이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한 번 더 읽을 때는 반드시 그래야겠다. 아주 살짝, 번역이 번역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원문의 시니컬한 유머러스함을 살리려 그랬겠지만 우리말로 옮겨서는 조금 부자연스러운 대목이 있다. 그러나 상쇄할 정도의 매력과 장점이 매우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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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0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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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민초는, 정권 바뀔 때 혹은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다고 뉴스에 나올 때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 하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늘 살기 어렵기 때문에.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그리고는 관심을 꺼버린다. 특히 무슨 어려운 말로 서로 공방하는 것을 보면 '잘~한다'고 욕이나 한다.  

그래도, 책 읽으면서 욕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거기가 워낙 있는 것들끼리 디저트가지고 싸우는 곳이라(밥그릇이라고 하면 안 된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미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난 사람들인데!) 누가 옳으니, 그르니 소리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았는데, 드디어 욕이 나와 버렸다. 어느 누구를 향해서가 아니라 나라꼴을 향해서. 

권력의 중심이나 하다못해 변두리에 있는 자들 중 단 한 명도 '이기'를 버리거나 자제라도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사욕보다 나라의 꼴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없다는 말인가. 김앤장의 문제는 한 마디로 권력층의 갈 데 까지 간 모럴 헤저드에 다름 아니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이게 다 그 몹쓸 이기적 유전자 때문인 걸까? 

책에서 오고가는 돈의 액수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고발 당사자인 두 저자들에게도 의혹의 눈초리가 갈 만큼. 우리는 이런 액수를 한 번도 입에 담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 사람들은 참 잘 안다 싶다. 이 사람들은 민초가 아니구나 싶고.  

어쨌든,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나. 궁극적으로 저들이 주고받는 그 천문학적 숫자들이 근본적으로는 어디서 왔나. 굶어죽거나 몸을 파는 숱한 사람들이 그들의 뇌리에는 한 번도 떠오르지 않을 것인데, 그런 자들이 이 사회의 꼭대기에 포진하고 있구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로,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 등등의 사례을 읽으며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우리들, 소위 국가의 주권자인 우리들은 이토록, 다른 모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소외되고 이용당하고 버림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새삼스러운 절감 때문이다.   

숱한 최고위 공직자가 나랏일을 하다가, 김앤장에 취직했다가, 다시 나랏일을 한단다. 그건 정권이 아무리 바꿔도 변하지 않는다. 무슨 놈의 법이 이따위가 있지? 어째서 그런 게 가능한 걸까? 고위 공직자는 죽을 때까지 온갖 곳에서 한 달에 수천 만원에서 억대의 돈을 받아도 된다고? 누가 그런 권리를 준 것일까. 자기가 한 달에 가만 앉아서 받는 돈의 액수가 많은 사람들이 일 년을 뼈빠지게 일해야 버는 돈이라는 걸 알기는 하는 걸까? 자기가 그 사람보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인물이라는 확신이 있기는 한 걸까? 순전히 자기가 잘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무튼,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알던 이야기도 정리해 보면 새삼스럽게 배신감에 휩싸인다. 가히 초법적 존재인 김앤장은 건재할 것이고, 다른 모든 초법적 존재들도 길이 영원할 것인데. 이를 우리 민초들은 어떻게 견뎌내고 짊어져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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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8-03-1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법률사무소 김앤장』 저자 간담회가 3월 15일(토요일) 오후 2시 서교동에서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블로그에 들려서 신청해주세요. 광고성 댓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http://blog.naver.com/humanitas1/30028666122

파란흙 2008-03-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은요.^^ 좋은 책 기획 감사합니다. 급한 일로 간담회 참석을 못해서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엄마의 바다 힘찬문고 49
김일광 지음, 이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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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인연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포항 인근의 구룡포라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내 고향이다. 저자인 김일광 선생님은 포항여고에서 수학을 가르치셨던 은사의 존함과 같다. 그리고 요즘 나는 새엄마나 새아빠와 살아가는 아이들의 내면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을 리스트업하고 있다. 그런저런 인연으로 이 책을 받아보며 남다른 감회에 빠졌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와의 인연과 무관히 순수하게 책 자체의 감동 때문에 뭉클한 심정에 쌓였다. 다빈이 할머니의 지난한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바다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감싸는 넉넉함에 숙연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다빈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남은 생을 채울 수 있을까? 그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 

다빈은 새엄마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다른 이를 엄마로 받아들이기가 누군들 쉬울까. 결국 다빈의 실종 소식이 바닷가 친할머니 귀에 들어가고, 할머니는 여든 해를 살아낸 몸으로 도회지(포항일 것이다)의 다빈네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 귀가한 다빈을 데리고 바닷가로 돌아온다.  

할머니는 다빈이가 아까워 무엇을 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 시어머니도 내 딸들을 아깝다고 하셨고, 내 어린 날 우리 할머니도 나를 아깝다 하셨다. 모든 할머니의 사랑이 진하게 풍기는 이야기. 사람을 아깝게 여길 줄 아는 그 할머니들의 삶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고단했음을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자신들의 몸을 거름으로 삼아 자라는 핏줄들을 한없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다빈이 할머니의 삶은 고단하다는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로 지난했다. 열아홉살 나이에 가난함에서 벗어나고자, 한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배 밑바닥에 숨어 이틀을 항해한 끝에 도착한 곳. 거기에는 남자의 부모와 시동생, 시누들과 아이 넷이 있었다. 열아홉 나이에... 그 아이들을 감싸안으며 펑펑 울고서 그녀는 모두의 어머니로, 해녀로 60년을 살았다. 딸 넷 있는 집에 시집 와서 다시 딸을 넷이나 낳고 막내로 늦둥이 아들, 다빈이 아빠까지 낳아 아홉 자녀를 몸 하나로 길러냈다.

그 세월 동안 그녀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겪어낸 이야기가 얼마 만큼일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녀가 말려 만드는 미역 중 아홉 단은 늘 자식들에게 가는 몫이다. 똑같이 정성스러운 미역 아홉 단. 다빈이는 그처럼 좋은 할머니가 고모들의 새엄마였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새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다빈이가 집으로 돌아가 새엄마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책에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친엄마와보다도 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노력하고 마음을 열어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관계가 그냥 주어지는 관계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빈 할머니가 귀신 같이 맡는 바다 냄새가 이 책에서도 풍겨나오는 것 같다.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 마음에도 다빈 할머니의 아름다움이, 그리고 한없이 깊은 바다 냄새가 스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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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달콤한 □□ 보름달문고 26
이민혜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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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반으로 나누어 한쪽에서는 6학년 사내아이 일진이가 화자로 등장하고, 책 전체를 뒤집어 읽으면 같은 반 지혜가 화자로 등장하는 표지의 책이 된다. 180도로 뒤집어 볼 수 있게 앞뒤(뒤앞)의 표지가 두 개이고, 이야기도 두 개라서 두 권을 합쳐놓은 책이다. 한 권에 두 이야기가 차례대로 들어가도 되련만 굳이 두 권의 책을 앞뒤로 붙여 놓은 까닭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독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두 이야기를, 두 아이를 봐 달라는 뜻일까? 어느 한 아이를 앞에 세울 수 없었던 작가의 배려일까? 아무튼 매우 색다른 책이다. <냉정과 열정>은 각각의 책으로 나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어놓았다고나 할까. 

두 딸의 엄마인 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살구색 주조의 표지를 향한 채 책을 넘겼으나 그쪽이 일진이 이야기였다. 아하~ 이런 선입견. 그러고 보니 바탕은 살구색이고, 인물은 파란 옷을 입고 있다. 하늘색을 배경으로 붉은 색을 입고 선 인물이 지혜인가? 아니다 그렇게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편가르기 하자는 이야기가 아닐 테니까. 어쨌든 일진이 이야기 쪽의 삽화는 푸른색 주조이고, 퍼즐 맞추기를 하듯 세상을 이해해 가는 일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또 지혜 쪽 이야기의 삽화는 진한 붉은 색 주조로 선인장이나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스스로를 감추는 지혜의 내면을 상징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만큼 두 아이는 다르다. 일진이는 엄마,  새아빠와 살며 방학에 시골에서 도예방을 하는 아버지를 방문하는 생활을 한다. 세상이 부조리한 걸 느끼면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아마 뽀뽀를 일삼는 엄마, 다정한 새아빠의 영향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지혜는 매일 서로를 괴롭히며 이혼은 하지 않는 친부모 밑에서 폭력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지혜는 사람들과 섞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두 집 모두 매우 익숙한 풍경을 연출한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야기하는 소외현상은 부모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힘든 부모들은 동반자를 향해 고통을 호소하고, 해소되지 않는 자신의 피해의식을 아이에게 전가한다. 그러고 늘 이야기한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산다."고. 아이들은 일진이나 지혜처럼 어른들의 위선과 이기를 정확하게 꿰뚫어보지만, 다만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이 해결책이 아니라 더 큰 분란을 초래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햄스터에 대해 지혜와 일진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내게 가슴 서늘한 경종이 되었다.

"나는 얌전한 햄스터는 싫고 사나운 성격을 가진 게 더 좋아. 왜냐하면 사나운 게 더 오래 살거든."
"사나운 게 더 오래 산다고?"
"당연하지. 얌전한 건 괴롭힘만 당하다 일찍 죽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만약 얌전한 햄스터가 착한 햄스터와 살았다면 사나운 햄스터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거야." 

처음에 가볍게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상큼한 소설로 읽으려 시작하다가, 마음이 많이 무겁고 가라앉았다. 지혜와 일진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노력하며 화합해 가는 모습이 눈물겹기도 했다. 요즘들어 속내를 알 수 없는 큰아이의 마음도 저럴 것인가, 싶었다. 아이들의 마음에도 우리와 같이 삶의 모든 편린이 다 들어 있을 것인데, 굳이 한 방향으로만 밀어부치는 것이 아닌가 반성도 되었다. 일진이 지혜를 받아주고, 다가가고, 도와주려 하고, 받아주고, 다가간 것은 작가가 보여주는 관계 맺기의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가 구사하는 말투는 매우 간결하고 톡톡 튀듯이 가벼운데, 읽을 수록 깊은 곳으로 가는 느낌이 있다.  큰아이는 책을 읽고나더니 가볍게 시작하더니 '기억' 운운하면서 점차 어려운 이야기로 간다며, 5학년이 되는 동생이 읽기는 어렵겠다고 했다. 둘째에게는 큰 소리로 앞 부분을 읽어주었다.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예상대로 "무지 재미있"단다. 학교에서 짝을 바꾸는 부분이 나오자 "우리랑 똑같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겠지만 어른인 내게도 여운이 남는 책이다. ㅁㅁ에 무엇을 넣어 볼까.

 

권장대상 :초등고~중학저,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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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선율을 담은 모차르트 - 세상에 빛이 된 사람들 02 세상에 빛이 된 사람들 2
메리셀 마르티 지음, 고인경 옮김, 사비에르 살로모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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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라는 인물을 묘사할 수 있는 말이 뭘까. 그는 분명 음악 신동이었고, 불멸의 작곡가로 길이 남았다. 그의 음악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끊임없이 가게나 거리, 라디오 등에서 울려퍼진다. 그리고 어쩌다가 가만히 들으면 아름답기가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그가 작곡한 수백 곡은 한결같이 아름다워서, 그는 어쩌면 그렇게 행복에 겨운 삶을 살았을까 싶을 정도지만, 실상 그는 서른 다섯 해의 짧은 삶을 대부분 가난하게, 그리고 자신을 몰라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에 목말라 하며 지냈다. 

  모차르트는 내가 아는 유일한 음악가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그에 관한 책 여러 권이 이례적으로 집에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에서 모차르트는 '나'로 등장하여 자기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음악 교육, 연주여행, 사랑과 결혼,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 곡에 대한 해설 등이 모차르트의 입을 빌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콜로레도 잘츠부르크 주교와의 갈등이나 음악을 애호하면서도 음악가를 대접해 주지 않았던 당시의 정서, 그리고 프랑스혁명이나 모차르트가 가입해 활동하던 비밀결사대인 프리메이슨 등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다루었다. 그가 오페라 <마술피리> 속에 프리메이슨의 상징을 담았더라는 이야기는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이것들이 자세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100쪽이 못되는 비교적 얇은 책이고,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가 읽기 좋도록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이나 글의 양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알맞다. 대표적인 작품의 이름, 그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본문 속에 녹아 있어서 지식 전달이 노골적이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모차르트의 이른 죽음이 여전히 비밀에 쌓여 있고, 그가 묻힌 곳도 알지 못하며, 지금 빈에 조성된 음악가의 묘지에는 모차르트가 없다는 이야기,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곡이 죽은 이를 위해 연주하는 레퀴엠이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긴장감을 준다. 그가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새삼 가슴 아프다. 

  '천상의 선율을 담은'이라고 부제가 적혀 있는데, 이 말에 대한 설명이 본문에 충분히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춘 군더더기 없는 모차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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