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달콤한 □□ 보름달문고 26
이민혜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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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반으로 나누어 한쪽에서는 6학년 사내아이 일진이가 화자로 등장하고, 책 전체를 뒤집어 읽으면 같은 반 지혜가 화자로 등장하는 표지의 책이 된다. 180도로 뒤집어 볼 수 있게 앞뒤(뒤앞)의 표지가 두 개이고, 이야기도 두 개라서 두 권을 합쳐놓은 책이다. 한 권에 두 이야기가 차례대로 들어가도 되련만 굳이 두 권의 책을 앞뒤로 붙여 놓은 까닭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독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두 이야기를, 두 아이를 봐 달라는 뜻일까? 어느 한 아이를 앞에 세울 수 없었던 작가의 배려일까? 아무튼 매우 색다른 책이다. <냉정과 열정>은 각각의 책으로 나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어놓았다고나 할까. 

두 딸의 엄마인 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살구색 주조의 표지를 향한 채 책을 넘겼으나 그쪽이 일진이 이야기였다. 아하~ 이런 선입견. 그러고 보니 바탕은 살구색이고, 인물은 파란 옷을 입고 있다. 하늘색을 배경으로 붉은 색을 입고 선 인물이 지혜인가? 아니다 그렇게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편가르기 하자는 이야기가 아닐 테니까. 어쨌든 일진이 이야기 쪽의 삽화는 푸른색 주조이고, 퍼즐 맞추기를 하듯 세상을 이해해 가는 일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또 지혜 쪽 이야기의 삽화는 진한 붉은 색 주조로 선인장이나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스스로를 감추는 지혜의 내면을 상징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만큼 두 아이는 다르다. 일진이는 엄마,  새아빠와 살며 방학에 시골에서 도예방을 하는 아버지를 방문하는 생활을 한다. 세상이 부조리한 걸 느끼면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아마 뽀뽀를 일삼는 엄마, 다정한 새아빠의 영향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지혜는 매일 서로를 괴롭히며 이혼은 하지 않는 친부모 밑에서 폭력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지혜는 사람들과 섞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두 집 모두 매우 익숙한 풍경을 연출한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야기하는 소외현상은 부모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힘든 부모들은 동반자를 향해 고통을 호소하고, 해소되지 않는 자신의 피해의식을 아이에게 전가한다. 그러고 늘 이야기한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산다."고. 아이들은 일진이나 지혜처럼 어른들의 위선과 이기를 정확하게 꿰뚫어보지만, 다만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이 해결책이 아니라 더 큰 분란을 초래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햄스터에 대해 지혜와 일진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내게 가슴 서늘한 경종이 되었다.

"나는 얌전한 햄스터는 싫고 사나운 성격을 가진 게 더 좋아. 왜냐하면 사나운 게 더 오래 살거든."
"사나운 게 더 오래 산다고?"
"당연하지. 얌전한 건 괴롭힘만 당하다 일찍 죽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만약 얌전한 햄스터가 착한 햄스터와 살았다면 사나운 햄스터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거야." 

처음에 가볍게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상큼한 소설로 읽으려 시작하다가, 마음이 많이 무겁고 가라앉았다. 지혜와 일진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노력하며 화합해 가는 모습이 눈물겹기도 했다. 요즘들어 속내를 알 수 없는 큰아이의 마음도 저럴 것인가, 싶었다. 아이들의 마음에도 우리와 같이 삶의 모든 편린이 다 들어 있을 것인데, 굳이 한 방향으로만 밀어부치는 것이 아닌가 반성도 되었다. 일진이 지혜를 받아주고, 다가가고, 도와주려 하고, 받아주고, 다가간 것은 작가가 보여주는 관계 맺기의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가 구사하는 말투는 매우 간결하고 톡톡 튀듯이 가벼운데, 읽을 수록 깊은 곳으로 가는 느낌이 있다.  큰아이는 책을 읽고나더니 가볍게 시작하더니 '기억' 운운하면서 점차 어려운 이야기로 간다며, 5학년이 되는 동생이 읽기는 어렵겠다고 했다. 둘째에게는 큰 소리로 앞 부분을 읽어주었다.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예상대로 "무지 재미있"단다. 학교에서 짝을 바꾸는 부분이 나오자 "우리랑 똑같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겠지만 어른인 내게도 여운이 남는 책이다. ㅁㅁ에 무엇을 넣어 볼까.

 

권장대상 :초등고~중학저,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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