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첫사랑처럼 가슴 떨리는 말이 있을까! 첫사랑, 첫사랑하고 웅얼거리다 보면 금세 마음이 어린 날, 세상의 색이 지금과는 달라 보였던 때로 달음질친다. 나이 들어가면 첫사랑의 추억도 새삼 새로운 법이어서 얼마 전에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과 만났다. 과연 이금이 작가의 작품답게 옹기종기 엮어진 이야기들의 그물이며, 마치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보는 듯한,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한 살아 있는 풍경과 심리 묘사가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명불허전.  

이혼 후 재혼한 아버지와 새로운 엄마,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된 6학년 동재는 전학 온 연아에게 마침내 첫사랑을 느끼고, 마음앓이를 하게 된다. 급격한 삶의 변화, 심리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춘기 소년을 둘러싼 소담하고도, 특별한 이야기. 어린이 탤런트인 강력한 라이벌에게서 연아를 쟁취해낸 동재의 사랑이 어찌나 아슬아슬한지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건만 어린 사나이의 첫사랑은 결국 추억으로 남는다. 그럴 줄 알았다. 첫사랑이니까. 처음 하는 사랑이 성공적이기가 쉬울 리 없으니까. 첫사랑은 둘이 나누는 시간보다 혼자 애태우는 시간이 훨씬, 훨씬 많으니까. 

책을 읽으며 사실감이 강한 만큼, 깜짝 놀라기도 여러 번 했다. 초등학생들의 연애가 생각 이상으로 스케일이 크고, 사귀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이 너무 복잡다단해서이다. 다 읽고 나서, 중3과 초6인 두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은 첫사랑과 어느 만큼의 거리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지나갔을까? 목하 열애 중인 걸까? 혹은 가까운 곳에서 곧 있을 만남을 준비하고 있을까? 혹은 더 멀리 있을까? 축하? 해 줘야겠지? 그게 언제든? 나는 언제 첫사랑을 했던 걸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 1학년 때?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어쩌면, 어쩌면 첫사랑은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렸다 시나브로 말라 버리는 것처럼. 내 딸들의 첫사랑이 로미오, 줄리엣처럼 치명적이지도, 투르게네프 첫사랑의 주인공 청년처럼 가슴 에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인 것이리라. 이금이 작가의 메시지처럼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니까. 어떤 사랑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참, 말랑말랑하고, 풋풋하고, 그러면서도 잔잔히 깊어지는 이야기. 다양한 각도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사랑 하나에 집중해 읽는 것도 또 다른 맛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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