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수의 이야기 동양사상 - 동양사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경일 지음, 황기홍 그림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동양사상을 들려주는 책 중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이야기 형식이어서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까지의 아이들 누구나가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책. 물론 쉽게 읽힌다고 하여 동양사상이 체화되는 건 아니고, 깊이 이해하려면 이 책도 여전히 모호하고 어렵기는 하다. 그나마 이 정도 쉽게 읽히는 것은 저자인 김경일 교수가 그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쭙잖게 아는 이의 설명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는 걸 여러 책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는 적어도 믿음이 간다. 갑골문을 공부해서인지 한자가 지닌 깊은 뜻을 매우 독특하고도 이해 가능하게 풀어놓은 것 역시 미덥다. 아이들이 이 책으로 노자, 장자, 공자, 묵자, 양자, 맹자, 추연, 농가, 한비자, 진시황과 이사, 동중서에 대해 어렴풋하나마 맛을 보고 머리 한쪽에 넣어둘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처럼 동양사상에 문외한인, 어려운 책을 읽기 힘들어 하는 어른들에게도 맞춤하다.

물론 이 책을 읽어도 노자는 여전히 난해하다. 개념이 너무 어렴풋이 잡혀서 '道'와 '德'은 지금도 오리무중인 채로 남아 있다. 아이들은 오히려 더 단순하고 쉽게 받아들이려나.(실제로 초6인 딸은 읽으며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책을 저술했다는 지은이 소개 대목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읽었는데, 유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문외한임을 무릅쓰고 이야기하자면, 유교적 전통 속에서 자란 사람으로서는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유가가 무리 짓기를 즐겨 남을 배척하는 문화의 근간을 이루어왔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다른 어떤 사상도 만연하면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儒'가 고대 사회의 샤머니즘적인 지식인들, 즉 무당을 의미한다고 하는 부분은 전혀 몰랐던 이야기이고,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는 유가는 무당을 멀리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적인 즐거움이 쏠쏠한 책이다.   

동양사상을 왜 알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중국에서 태어난 저 사상들이 한국과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지금 우리 생활 속에도 알게 모르게 깊이 스며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물론 유가의 영향이 너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노장이나 묵가, 농가, 법가 중 어느 하나도 우리와 유리된 것은 없다. 이 책을 통해서도 거듭 거듭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동양사상은 옛 것일 뿐 아니라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 애석한 것은 우리가 어릴 때는 동양사상이라고 해야 그저 이름을 외는 것 이상으로 이해하지를 못하고 앵무새처럼 노장-무위자연, 공맹-인의예악, 법가-한비자를 거론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책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데도 아이들은 이름조차 외지 못한 채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는, 동양사상을 향해 건너가는 편안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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