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그림 하나, 시 하나
신현림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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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는 순간

아~!!!!!!!!!!!!!!!!!!!!

오~!!!!!!!!!!!!!!!!!!!!

우와~!!!!!!!!!!!!!!!!!

그림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사진이 좀 흐리고... 잘 나오지는 않았어요.^^;;

가끔씩 잘 찍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네요.

좋은 그림들을 제가 망친 것 같아요...^^;;;

 

이 책은 정말 행복하게 즐독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 가슴에 눈물 흐르네

폴 베르르렌

 

 

 

도시에 비 내리듯

내 가슴에 눈물 흐르네

가슴을 파고는

이 울적함은 무엇인가

 

 

오, 부드러운 빗소리여

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오, 쓸쓸한 가슴에 내리는

비의 노랫소리여!

 

 

상심한 이 가슴에

이유 없이 눈물 흐르네

뭐! 배신이 아니라고?

그래, 이 슬픔 이유가 없네

 

 

사랑도 미움도 없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 아픈지

까닭조차 모르는 게

가장 큰 고통인 것을!

눈보라

신철규

 

 

이 배는 항구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악몽 속의 악몽처럼

 

 

앙상한 깃대에 밧줄로 몸을 묶고 눈보라 속에 있으면

증기선은 사나운 짐승이 되어 간다

검붉은 연기를 토해 내며

 

 

내개 보고 있는 눈보라

나를 보고 있는 눈보라

 

 

누군가 빠르게 지구를 돌리고 있다

얼어붙은 눈에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내 눈을 후벼 파는 손가락이여

내 눈 속을 파고드는 무거운 천사여

 

 

하늘을 향해 치켜 올린 말발굽처럼

목을 조르려는 손아귀처럼

우리는 딱딱한 기도에 몸을 맡긴다

 

 

증기선과 항구 사이에 매서운 눈보라가 가득하다

아들에게

김명인

 

 

풍랑에 부풀린 바다로부터

항구가 비좁은 듯 배들이 든다

또 폭풍주의보가 내린 게지, 이런 날은

낡은 배들 포구 안에서 숨죽이고 젊은 선단들만

황천 무릅쓰고 조업 중이다

청맹이 아니라면

파도에게 저당 잡히는 두려운 바다임을 아는 까닭에

너의 배 지금 어느 풍파 갈기에 걸쳤을까

나는 생각하기를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지려면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리하여 나와 모든 것을 잊었다

여행 따날 생각에 사로잡힌 때

나는 한 소녀의 눈동자를 보았는데

먼 나라는 작아지면서

그녀와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처럼 여겨졌다

 

꽃의 통곡을 듣다

고형렬

 

 

꽃의 통곡을 듣다

밖에서 누가 부르니까 꽃이 피는 겁니까

누가 찾아왔다 간다 나를 찾아올 사람들은 죽었는데

주먹을 자기 얼굴 앞에 가만히 올리고

가운뎃손가락 마디로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한다

먼 곳이다 작년의 그루터기와 얼음을 밟고 오는

그 신의 증인들일까

나는 대답을 놓쳤다 안에 주인 분 아니 계십니까

 

춘삼월

이덕규

 

 

볕 좋은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무심코 소매 끝에 붙은

마른 밥풀 한 개를

입 속에 넣고 불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멀리

들판 끝에서 알몸의

한 여자가 아른아른 일어섰다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오후

 

 

잠결에도 입 안이 달다

통곡

G. 로르카

 

 

가슴에 비수를 맞고

거리를 쓰러져 죽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로등은

얼마나 무섭게 떨고 있었던가요!

어머니

조그만 가로등이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

아세요!

새벽이었죠

굳어진 새벽 공기에

부릅떠 죽은 그의 눈을 감히 아무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심장에 비수를 맞고

거리에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우사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 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는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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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2-1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시가 적절히 어우러져서 정말 좋았어요.^^

후애(厚愛) 2016-02-13 19:02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편안한 주말 되세요.^^

mira 2016-02-1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오는 저녁에 읽으니 시가 더욱좋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6-02-13 19: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밑줄긋기로 올리면서 다시 시를 읽으면 비소리를 들으니... 참 좋았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비로그인 2016-02-1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후애(厚愛) 2016-02-14 13:31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은 책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yureka01 2016-02-1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 덕분에 또 그림 에세이로 외연과 내연이 확장되어야 할듯한 느낌이../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6-02-14 13:31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니까 제가 도움을 드린건가요? ㅎㅎㅎㅎ

저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