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너와 내가 친구로 지낸 지 벌써 27년이구나.
어릴 적에 만나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지.
독서실에도 함께 가고, 밥도 함께 먹고, 시내도 함께 나가고, 영화도 함께 보고, 장난도 많이 치고 할매가 집을 비울 땐 우리집에서 함께 자고 성인이 되어서 술도 마시고 찻집에서 수다도 많이 떨었지.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워었지.
내가 힘 들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너.
그런데…….
이제 너와 나 여기까지가 인연인가봐.
처음 미국으로 들어갈 때 너를 부둥켜 앉고 울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미국 들어와서 서로 편지도 많이 주고 받았었지.
편지 말고도 통화도 많이 했었구.
그러다 어느날 너의 편지가 끊기고 말았지.
난 걱정이 되어 집으로 전화했을 때 어머님이 그러시더군.
직장 때문에 언니랑 서울로 올라갔다고.
그래서 난 걱정을 접고 나한테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5년동안 너한테 연락이 없었어.
난 5년동안 집으로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내고 메일을 보내고 했었지.
난 직장일이 바빠서 나한테 연락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4년전에 5년동안 나한테 연락을
안 한 이유를 알게 되었지. 이유를 듣고 많이 서운했었다. 친구야.
4년전에 한국 나갔을 때 A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네가 나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
내가 A친구에게 5년동안 소식 없던 친구가 왜 나를 찾는데 물었더니 직장일 그만두고 대구에 내려와 있다는 말과 남친이 생겼는데 데이트하느라고 친구들을 외면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지금은 남친과 헤어져서 다시 친구들을 찾는 너라고 말이야. 어이가 없었고 할말을 잃어던 나였어.
그래도 너와 함께 한 추억들이 생각이 나서 A친구한테 너의 연락처를 받고 전화를 했지.
5년만에 다시 만난 너였는데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더구나. 왜일까......
5년동안 너 많이 변했더구나.
너의 말은 다 옳고 나의 말은 옳지 않다는 너. 그리고 작년에는 사랑하는 울 조카들한테 사랑도 주지도 말고 정도 주지 말라는 너의 말에 화가 나고 충격을 받았단다. 사돈댁 아이들이라고 남이니 잘 해 줄 필요도 없다는 너의 말... 언니가 배 아파 낳았지만 형부 피를 더 많이 받은 조카들이라고 정을 끊으라는 말...... 우리 가족 사정을 다 아는 네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거니? 외롭게 자란 난데..... 나에게는 언니와 조카들이 얼마나 소중한 가족인데..... 사랑도...... 정도 끊으라는 너의 말.... 그리고 만약에 너의 언니와 오빠 조카중에 대학 등록금을 대 준다면 가족인 오빠네라는 말..... 너의 언니가 낳은 조카는 조카도 아니라는 너의 말....... 너 정말 독하구나. 차갑구나. 내가 받았던 깊은 상처를 아는 네가 뭐라고 그랬니? 별 것 아닌 상처데 왜 잊지 못하냐고 그랬지? 너한테는 별 것 아니지만 나한테는 큰 상처였어. 만약에 내가 받은 상처들을 네가 받았다면 이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대학 못 나온 친구들과는 대화도 안 된다구? 친구야 누가 널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니? 알고싶구나.
4년전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넌 나의 말은 하나도 귀담아 듣질 않더구나. 모두가 너의 말이 옳다고 우기는 너와는 대화를 할 수가 없었어. 서로 다시 편지를 주고받고 하자고 헤어졌지만......또다시 연락을 끊어버린 너였어. 직장일로 바쁘다고 해서 난 이번에는 정말 믿었단다. 그런데 아니더구나. 이번에 새로 사귄 남친 때문에 또 연락을 끊어버린 너..... 그런데 연락을 끊은 건 너였는데 잘못은 나에게 있다는 너. 내가 먼저 연락을 끊었다고 화를 내는 너. 언제부터 친구를 돈으로 생각했니? 이제 내가 너에게는 돈으로밖에 안 보이는거니? 이외에도 너한테 받은 상처가 많지만 더 이상 적지 않을래. 내가 이렇게 적어봤자 넌 모두가 나의 잘못이라고 할 친구니까. 이제 그만 할래. 더 이상 너한테 상처 받고싶지 않구나. ‘친구’라는 말도 오늘로 마지막이야. 네가 짐작했듯이 이 편지는 이별 편지란다. 27년을 친구로 지내 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

예전에 보낸 편지와 사진들은 소중하게 잘 간직할께. 너와 함께 한 좋은 추억들도...... 절친한 친구와 이별한다는 게 이리 힘이 드는구나. 전에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 예전의 너의 모습으로 돌아올 줄 알았어. 그래서 기다렸는데.....너와 통화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정리를 하기로 한거야. 나를 위해서 너와 이별을 해야할 것 같아. 너를 놓아줄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한테 부탁하나 할께. 꼭 들어 주길 바래. 더 이상 너의 언니한테 상처 주지마. 남도 아닌 친동생한테 그런 말 들으면 얼마나 속상하고 상처가 깊으셨겠니? 속으로 많이 우셨을거야. 더 이상 그러지마. 제발 부탁이야. 신랑 사랑 듬뿍 받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친구야~ 너를 많이 사랑 했었다..... 예전에 너한테 좋은 시를 골라서 보냈는데 기억나니? 마지막으로 너한테 보내는 시를 찾아봤어. 건강하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 / 조신형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우정을 맛볼수
있는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런 하늘 빛과 같은 거짓없는 속삭임을
나눌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들림없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으로
대할수 있는 변함 없는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우리 서로에게만 전할수 있는
욕심 많은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전보다 부지런한 사랑을 전할수 있는
한결 같은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즐거운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주칠 수 있는 즐거운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차가운 물한잔 줄수 있는 여유로운 친구이고 싶고...
9월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 있는 친구이고 싶고...
10월에는
가을에 풍요로움에 감사할 줄 알고
우리 이외의 사람에게 나누어 줄줄 아는
마음마저 풍요로운 친구이고 싶고...
11월에는
첫눈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열중하는 낭만적인 친구이고 싶고...
12월에는
지나온 즐거웠던 나날들을 얼굴 마주보며
되뇌일수 있는 다정한 친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