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0월에 형님댁 큰조카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결혼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가족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 여자를 사귀는 조카를 형님과 시숙님이 말렸다. 조카가 첫사랑에 배신을 당하자 마음속 깊이 상처를 입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본사는 보스턴에 있고, 집에서 컴으로 일을 처리해 주는 것인데, 봉급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을 하기전에 집을 사서 친구들에게 세를 놓았다. 그 친구중에 여자가 조금씩 접근을 했던 것이다. 이미 첫사랑에 배신을 당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봉급도 많이 받고, 거기다 집까지 사서 세를 놓았으니... 그러다 둘이 사귀게 되었는데... 우리집 남자들은 모두가 신사다. 여자한테 정말 잘 한다. 이게 문제다... 큰조카는 여자가 하자는대로 다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카는 믿었다. 절대로 자기를 배신 안 할 여자라고... 그리고 배신을 또다시 당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혼자가 될까봐... 졸업을 하고 정식으로 직장을 갖게 되자 퇴근을 하면 바로 집으로 오라는 여자 말을 듣고, 친구들을 만나지 말라는 여자 말을 듣고, 항상 다니던 태권도까지 못 나가게 하니... 여자도 조카랑 사귀면서 바로 대학을 중단하고, 일도 그만두고 바로 집안으로 들어와서 먹고자고, 먹고자고... 그러니 형님과 시숙님이 여자가 마음에 들리가 없는 것이다. 몇년을 부모가 반대를 했지만 조카는 사랑하는 여자고, 행복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할까... 알고 봤더니 여자쪽 집안에서 벌써 내 놓은 자식이었다.
시아버님이 살아계실적에 딱 한번 보고 바로 고개를 흔드셨다고 한다. 절대로 안 된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아버님이 반대를 하신 것이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부모님 몰래 약혼식을 올렸단다. 형님과 시숙님은 놀라서 말을 잃고 말았다. 우리도 소식을 듣는순간 말을 잃었다. 시어머님까지도... 나중에 시숙님이 둘을 불러서 약혼식을 올렸으니 어쩔 수가 없지만 결혼은 천천히 하라고. 그리고 여자한테 다시 대학들어가서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고 그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여자가 그랬단다. 그런데 결혼날짜까지 잡아 버린 것이다. 형님과 시숙님이 조카를 불러놓고 야단을 쳤더니 여자가 원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국에 나가기 때문에 못 간다고 했더니 시숙님과 시어머님께서 걱정말고 한국나갈 준비나 잘 하라고... 그리고 시어머님께서 내 이름으로 축의금을 내신다고 따로 보낼 필요가 없다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에 있는동안 지난 달 10월에 큰조카가 결혼식을 올렸다. 웃음이 많던 작은 조카 얼굴에 미소가 없다. 안 그래도 남편한테 형이 걱정된다고 그랬는데... 미국은 원래 결혼비용은 여자쪽에서 다 낸다고 한다. 그런데 큰조카가 비용을 다 냈단다. 그리고 결혼전에 형님이 여자쪽 부모를 만나서 내 놓은 자식이래도 딸이 결혼을 하는데 꼭 결혼식에 오라고 했단다. 형님이 며느리와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부모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식을 올렸는데... 제발 행복하게 백년해로하면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