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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 ADHD, 아스퍼거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데보라 레버 지음, 이로미 옮김 / 수오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의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함께 공유해야 할 책!
나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
첫째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던 이웃집 아이 엄마가 갑자기 내게 어린이집 체육복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이미 구입한 체육복이 아까우니 내 아이에게 입히라고 준 것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어린이집을 바꾼 걸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 사실 우리 애가 다른 애들과는 좀 달라서…….” 말을 줄이는 아이 엄마의 표정에서 나는 어렴풋하게 곤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묻지 않고 어디 다른 데 알아본 곳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신경 장애 전담 영유아 어린이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보내볼까 한다고 대답했다. 진즉에 알았더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푸념하기도 했다. 아이의 사정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조차 매번 번거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힘든 건 아이가 아니었을까.
ADHD, 아스퍼거 증후군, 학습장애, 불안장애 등 오늘날 5명 중 1명의 아이가 각종 신경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에 대한 이해도와 시스템이 현저히 부족하다. 진단을 받고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기관을 찾기까지 너무 많은 역할과 책임이 부모에게 치우쳐져 있다. “비전형적인 자녀를 둔 것은 간혹 낙관적인 태도로 긍정할 수 있지만 이와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은 거부당한 느낌, 공포, 운명과의 투쟁, 고립, 우울입니다”던 리타 아이헨슈타인의 말처럼, 그런 과정 속에서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의 부모는 소외당하거나 ‘비정상’이라는 낙인에 철저히 내몰리게 된다.
양육 활동가이자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의 저자인 데보라 레버 역시 ADHD, 자폐 스텍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아들 애셔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그녀도 아들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 소위 ‘부적응 아이, 문제 아이’로 불리며 교사와 학교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여러 번 전학을 다니고, ‘실패한 부모’라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며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러는 동안에 아이 마저 ‘네가 잘못했다’, ‘예의가 없어’, 심지어 ‘정말 못됐구나’ 와 같은 비난의 메시지를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아야 했다. 이렇듯 신경학적 ‘다름’이 ‘결핍’으로 평가받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이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의 진단명이 아닌 아이가 타고난 대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이라는 틀에 맞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양육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라
본격적으로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일단 우리는 ADHD를 비롯해 각종 신경증에 관한 정보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정확히 어떤 증상을 보이고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고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DHD의 경우, 과잉행동 외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성향이 따른다고 한다. 가령 집중력 결핍, 헛된 공상, 산만한 행동, 충동성, 급한 성미, 끊임없이 방해, 둔한 눈치,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유독 교실, 즉 단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의외로 영재성도 신경증 중에 하나로 꼽는다. 영재아동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게 영재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곧잘 ‘다른 아이들보다 내 아이가 잘났다’는 말로 이해하는데, 정작 아이는 본질적으로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고 불안감도 큰 데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이들의 정서 발달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외에 읽고 쓰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부터 계획과 정리, 추상적 사고와 기억, 주의 집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습차이, 쉽게 쓰고 말하는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 장애도 대표적인 신경증 중의 하나다. 또 언어 발달과 지능은 정상이지만 사회성 기술과 의사소통에 대소 자폐 성향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 역시 이에 해당한다.
“ADHD가 있는 사람은 그들 자신을 바꾸라고 주문받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삶에 필요한 기술을 조금씩 익히도록 요구받을 뿐 학습으로 남들과 다른 점을 바꾸라고 요구받는 일은 없다. 그러나 ADHD 아이들은 무조건 바꾸라고 요구받는다.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 / 57p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진단이 곧 해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행동치료사, 정신과 의사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가야 할 길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까지 독특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계속 넘어야 하는 힘겨운 장벽은 너무도 많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공식적인 구조와 절차로는 작업 치료, 학업 지도, 심화 프로그램, 약물 치료 등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구조는 이들 부모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이용할 수 있는 보험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데 미흡하다. 혹여 아이에게 맞는 교육 기관을 찾는다 해도 문제점은 있다. 만약 대략 여섯 명의 아이들이 신경다양성을 가졌는데 그들이 제각각 가진 어려움이 다르고, 충동이 다르고, 행동상의 문제도 다르다면 한 명의 교사가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춰 개별화 교육을 하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지원, 자원, 노력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책이 그저 불평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양육에 필요한 사항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불평하는 것은 같지 않다. 수많은 부모가 신경학적으로 비전형적인 아이를 키우면서 그들이 당면한 현실과 씨름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인정하고 직시하지 않으면 이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힘든지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우리의 경험을 검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 81p
그렇다면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와 부모들과 함께 성장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일단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표준 양육 방식, 즉 교육과 영양, 사회생활, 개인적 기질과 특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영역의 면면을 점검하고 제한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한다. 특히 내 아이의 미래는 ‘~해야만 한다’고 기대하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아이에게 기대하던 것이 현실과 맞지 않아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것은 무엇인지, ‘~하게 보여야만 하는데’라는 생각에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를 바란다. 또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조언하며 자료를 나눠주는 따뜻하고 안전한 사람들의 모임은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의 부모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배우자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단체를 찾아 참여해보기를 추천한다.
그간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아이이고 무엇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는 어떤 부모인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헛되이 써왔다고 고백한다. 그녀도 아이를 키우다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려놓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을 불안정한 방식으로 양육하고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아이들의 행동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 아이의 비전형성 때문에 절절매며 남들에게 사과하려 애쓰기보다 아이를 든든하게 지지할 줄 아는 부모가 되자고 독려한다. 평소 공공장소에서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의 체면을 세우는 일보다 아이의 상태와 감정을 먼저 생각하려 하고, 어떻게 대꾸하고 행동할지 미리 예측해 연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누군가가 어떻게 우리 가족이 이토록 좋은 상황에 이르렀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애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우리가 가족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을 찾아 나섰다”라고. 무엇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생각도, 다른 사람이 애셔를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의 양육 방법을 어떻게 바라볼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내려놓았다. 미래엔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 현재의 삶을 진실하게 살고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에 감사하며 살기 시작했다. / 37p
“3A, 즉 인정해주기(Accept), 품어주기(Accommodate), 편들어주기(Advocate).”
실제로 처리속도장애는 나아질 방법이 없는 분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정하기’다. 받아들여야 한다. 엘런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신발을 신고 문밖까지 나가기까지 10분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면 훨씬 더 침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짜증낼 이유도, 아이가 기죽을 이유도 없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도 긍정적이면서도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 181p
핵심은 아이가 거리낌 없이 질문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연결해볼 기회를 갖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자신을 가로막는 걸림돌과 성공 전략을 생각해내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이 연관 지어 생각할 줄 알면 다음에 다가오는 것이 무엇이든 대처할 준비를 훨씬 잘 갖출 수 있다. 어느 부분에서 아이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지 말해주자. 노력과 향상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해주자. / 387p
로즈 그린의 『아이의 대역습』이란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할 수 있었다면 잘 했겠지요.” 아이들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은 나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며 다만 지금 당장 달라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뿐이다. 결국 양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은 어떤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처럼, 다른 부모들처럼’이 아닌, 아이의 다름을 존중하고 타고난 대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집중할 것. 이 책이 내게 주는 메시지를 두고두고 기억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