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기 쉬운 50가지 아크릴화 나의 작은 갤러리
마크 대니얼 넬슨 지음, 김다은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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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도 없이 사는 생활이 이어진다. 오늘이 어제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은 서로 다른 곳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다.

여행, 글쓰기, 그리고 그림 그리기.

그 중에서 실제로 이루어질지 나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부분이 그림 그리기다.

쉽게 도전해보지 못한 그림 그리기는 언제나 이룰 수 없는 먼 꿈처럼 남아있었다.

특히 가장 그려보고 싶은 그림은 유화였다.

유화물감을 본 적도 없는 시골 소녀였던 나는 그림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도전은 계속 미루고 있었다.

비록 그토록 그려보고 싶던 유화는 아니지만 그와 아주 비슷해보이는 '아크릴화'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그것도 '혼자' 책만 보고 해 볼 수 있는 책이 있었다.

'나의 작은 갤러리 그리기 쉬운 50가지 아크릴화'

책은 아크릴화의 재료와 기법, 아크릴 물감 고르기, 붓 고르기, 그리고 팔레트는 어떤 것을 쓰면 좋은지 등 아주 기초부터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림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그림을 따라 그려보게 해준다. 색을 어떻게 쓰는지, 물감을 어떻게 섞어쓰는지, 그라데이션의 표현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앞 부분부터 따라하다보면 점차 아크릴화와 친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여름의 한 복판에서 학생용 아크릴 물감과 붓 두 자루를 샀다. 그리고 사무실에 쓰고 남은 포맥스 조각도 찾았다.

이것들을 이용해서 책에 나온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다.

책에 나온 그림을 따라 그려 일하는 책상 앞에 테이프로 대충 붙여두었다.

실제로는 처음 해보는 붓질이라 서툴다. 하지만 사진은 조금 더 멋지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조금 붙은 자신감은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키스 해링'의 그림에 도전하게 했다.

일단 키스 해링은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아주 즐거운 그림이 대부분이어서 서툰 붓질로도 얼추 따라그려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그림이다.

물론 내가 그려서 더욱 좋다. 아직은 아주 기본적인 그림들만 그려보았지만 이 책의 다음 챕터에 나오는 기본 넘어서기에 나오는 다양한 터치법, 세밀하게 묘사하기 등을 배워볼 생각이다.

이 책과 함께 유튜브를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유튜브로 직접 아크릴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무념무상의 행복한 시간이 되고, 그림으로 내 공간을 장식한다는 기쁨은 덤으로 주어져 더욱 좋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유튜브로 보여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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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 늘 같은 곳을 헤매는 나를 위한 철학 상담소
마리 로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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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꾸준히 반복하는 일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단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중에서

<책 속의 이야기>

'더 이상 망가질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겠어.'

친구들과 클럽에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생활을 하던 당신은 어느 날, 문득 더 이상은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오늘부터는 요가를 하고, 밀가루는 멀리하고,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사를 하며 술 대신 야채주스를 마시며 새벽에 일어나 조깅도 하고 명상도 하기로 다짐을 한다. 더 이상은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컨트롤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주일이 끝나는 주말 클럽에 갔고,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참담하다.

'이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한 게 언제라고......'

이 에피소드는 이 책의 세 번째 챕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방에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무얼까?

"실수는 누구가 할 수밖에 없어요. 다만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선(good)'이다. 선에 도달하려면 '덕'을 실천해야 한다. 덕을 갖추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 이 덕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덕은 경험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단 한 번의 경험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이 쌓였을 때 드러난다.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는 그 단계를 거치면서 세계와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법을 배운다. 경험은 결코 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유동적이다. 끈기 있게 삶을 단련하는 과정이 바로 경험이다. 그러므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고 계속 발전해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덕은 앎과 행동 사이에 있다.

내가 꾸준히 반복하는 일은 무엇일까?

귀찮아하기, 뒤로 미루기, 움직이지 않기, 생각만 하기.

나는 앎과 행동 사이가 멀었다.

그러니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꾸준히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

사람마다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에게 무엇이 행복인지, 그리고 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이 책은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추천해준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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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이 뽑은 에어프라이어 맛보장 요리 - 요리 만능키 에어프라이어로 새로운 키친 라이프 시작 700만이 뽑은 요리
만개의 레시피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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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가 세상에서 제일 큰 고민일 때가 있다. 김치찌개? 그건 월요일 저녁에 먹었고, 고등어조림? 그건 화요일에 먹었다. 오랜만에 닭볶음탕? 그것도 먹은 지 일주일이 겨우 조금 넘었다. 그렇게 고민이 될 때 난 '만개의 레시피' 앱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딱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오는 요리에 대한 여러 가지 레시피를 훑어본다. 같은 요리라고 해도 넣는 재료가 다르고 조리하는 방법 또한 조금씩 다르다. 일단 우리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든 레시피를 픽하고 추가로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펴본 후 저녁에 먹을 요리를 만든다.

내게 '만개의 레시피'는 그렇게 이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쳐 검색을 해보지 않은 요리가 바로 에어프라이어로 하는 것들이다. 이유는? 우리 집에는 요즘 다 있다는 '에어프라이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어느 집에나 다 있다는 그 편한 에어프라이어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들었다. 조금 큰 마트에 가면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 하겠다고 벼르는 나는 속으로 '절대 사지 않을 거야'를 외치는 품목이기도 하다. 기구를 사두고 쓰지 않고 박아 둔 것들이 한 둘이 아니기에.

하지만, 이 책은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에어프라이어'를 가지고 뭘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거지? 일단 책으로 알아만 보자는 심사로 훑어보았다.

우선, 저녁 시간 가장 많이 만들게 되는 술안주. 가장 많이 먹게 되는 삼겹살과 통닭. 그것의 대용품으로 썩 훌륭해 보이는 두 가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1. 삼겹살에 허브소금을 뿌리고, 에어프라이어에 종이 포일을 깔고 200도에서 20분간 구워요.

2. 뒤집어서 15분간 더 구워요.

3. 다시 뒤집어서 통마늘을 넣고 15분간 더 구워요.

이게 다다. 전체 요리시간 50분. 근사한 요리가 탄생했다. 일단 책으로 보자면.

간장 닭 날개 구이는 이것보다는 조금 복잡하지만, 그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1. 닭 날개는 씻어 우유에 10분간 담가요

2. 가볍게 헹궈 물기를 제거한 후 어슷하게 칼집을 내요.

3. 큰 볼에 소스 재료를 넣고 섞은 뒤 닭 날개를 넣고 버무려 10분간 재워요.

4. 에어프라이어에 종이 포일을 깔고 닭 날개를 담은 뒤 180도에서 15분간 구워요.

5. 뒤집어서 10분을 더 구워요.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한 더욱 다양한 요리들이 이 책에는 들어있다. 술안주& 야식부터 각종 구이, 튀김 반찬, 게다가 빵요리까지, 그리고 손님을 위한 조금은 럭셔리한 요리들까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라면 더욱 필요해 보이는 아이 간식, 그리고 간편한 요리를 위해 요즘 시중에 나와있는 반조리 제품을 이용한 요리 등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 있다. 이제 에어프라이어를 살까 말까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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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맛 - 미식의 나라, 스페인을 가다
권혜림 지음 / 버튼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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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디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싶었을까?

먹는 것으로 좋은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것으로 무엇을 하든지 '먹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무려 1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양과 달리 읽는 중에는 그 분량의 압박이 거세지 않게 무척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말한 것처럼 주인공이 무엇을 먹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커다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돈키호테는 '보통 양고기보다 소고기를 더 많이 넣은 요리와 소금을 넣어 잘게 다진 고기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토요일에는 베이컨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를, 금요일에는 납작한 콩 요리를, 일요일이면 새끼 비둘기 요리를 곁들여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지출했다'라고 한다.

세상에 먹는 것에 재산의 4분의 3을 쓰다니...

그렇게 돈키호테가 여전히 존재하는 스페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음식일 것이다.

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그것을 통해 돈키호테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다.

<스페인의 맛>을 읽으면서 돈키호테를 통해 머릿속으로 보았던 스페인 음식을 눈으로 다시 즐겨볼 수 있었다.

작가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영화 <줄리 & 줄리아>를 본 적이 있다.

이 작가처럼.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여인. 남편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에 살게 된 한 여인은 프랑스 음식에 매료되고 음식을 배우고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긴다. 그 글은 책이 되어 전해졌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국의 한 도시에 사는 젊은 여인이 그 책에 나온 요리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진다. 이 영화처럼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저자는 스페인의 맛을 책으로 쓰고 싶어 한다. 스페인에서 온 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정기적인 스페인 쿠킹 클래스를 갖고, 음식문화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맛>에서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은 바로 '타파스'였다. Tapas는 한 잔 술의 안주로 제공되는 소량의 음식을 말한다. 그 타파스가 무척 먹어보고 싶었다. 몇 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는 스페인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고, 더군다나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우 먹어 본 음식은 하몽이 들어 간 샌드위치와 먹물 빠에야 그리고 샹그리아 정도였다. 이번에는 스페인을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이 책에 소개된 스페인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스페인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돈키호테>를 같이 읽은 독서모임 회원들과 한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곳에서는 양한 종류의 타파스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스페인 맥주와 함께 세 종류의 타파스를 함께 먹었다. 갑자기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마늘향이 가득한 감바스에 빵을 찍어 먹으며, 그리고 향기로운 맥주를 마시며 다음 여행으로 다시 스페인을 꿈꾼다. 그때는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리라.

<스페인의 맛>은 음식에 대한 유래와 함께 작가의 경험 그리고 레시피까지 담긴 책이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갈리아노스는 오늘날의 가스파초 만체고, 토르타 데 가스파초와 같은 요리라고 한다. 돈키호테가 말한 가스파초는 가스파체라라고 하는 팬 위에 사냥한 비둘기와 토끼고기, 마늘, 양파, 빵, 향신료로 만든 뜨끈한 수프다. 스페인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로스, 돼지 뒷다리고 만든 생햄, 하몬, 올리브오일, 그리고 빠에야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의 대부분은 낯선 그곳의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 낯선 스페인의 음식이 이러한 책을 통해 경험하고픈 왠지 반가운 음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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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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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는 모두 로마사로 흘러들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개울이 호수로 흘러들어 가듯이, 그리고 근대사는 다시금 로마사에서 흘러나옵니다. 로마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저는 과감히 주장합니다.

- 1854년 바이에른 왕 막시밀리안 2세의 사학 강의 중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식상하고도 유명한 문구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로마가 서양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로마시대는 존속했던 시기만으로도 (제정시대만 따져도 1,500여 년, 왕정과 공화정 시대까지 포함하면 2,200여 년을 존속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의 유럽 문명의 기초를 놓았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 최강국이었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만약 로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유럽의 모습, 아니 전 세계의 모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로마는 멸망하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로마 제국에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의 저자인 김대식 교수 또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로마 제국이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이 되었으며 왜 망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지금 우리가 왜 로마 제국의 흥망을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성공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 로마 제국의 발전과 그리고 멸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우리의 미래, 앞으로 세상의 중심이 될 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세상의 중심이었던 제국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로마의 멸망으로 우리는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식 교수가 말한 로마 멸망의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후계자 임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로마 제국은 왕정도 아니고 공화정도 아닌 형태였기에 처음부터 풀 수 없는 문제를 품은 채 탄생한 것과 같았다.

지금 전 세계는 대체적으로 가장 민주적인 방법인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으며 이런 투표 방식이 정말 괜찮은 지도자를 뽑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또한 얼마 전에 무능한 지도자를 뽑아 큰 곤란을 겪은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둘째는 극심한 빈부 차이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천문학적인 부를 가졌던 귀족들과 생산적인 노동을 할 수 없었던 중산층 사이의 괴리, 그리고 중산층 대부분이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려버린 사회 경제적 붕괴는 로마의 멸망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다. 빈부의 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있지만, 이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념전쟁으로 만들며 그 격차를 유지 또는 확대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셋째, 사회 시스템이 붕괴를 꼽았다. 로마의 승리는 적군의 특징에 맞춰 펼친 전략적인 전술과 무기, 정비된 도로와 뛰어난 의술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인프라와 자원이 모두 합쳐졌기에 가능했지만 이것이 붕괴되면서 결국 로마는 멸망의 빠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이념과 실용,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합되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이념을 중시하고 공동체를 개인보다 우위에 두는 사회는 모두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금 우리는 이념을 앞세워 정쟁을 벌이려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여론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역시 많다. 우리는 로마의 역사를 통해 이런 분위기,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위험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난 이후 유럽은 1000년 동안 중세기를 살았다. 암흑의 시대가 중세 시대에만 일어나리란 법은 없다. 사회 발전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발전을 위해 싸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역행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움직임은 멸망한 제국의 역사를 좇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진다.

모든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영원한 제국은 가능할까? 로마제국처럼 변함없이 발전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들의 세상이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

실패한 역사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발전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실패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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