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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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는 모두 로마사로 흘러들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개울이 호수로 흘러들어 가듯이, 그리고 근대사는 다시금 로마사에서 흘러나옵니다. 로마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저는 과감히 주장합니다.

- 1854년 바이에른 왕 막시밀리안 2세의 사학 강의 중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식상하고도 유명한 문구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로마가 서양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로마시대는 존속했던 시기만으로도 (제정시대만 따져도 1,500여 년, 왕정과 공화정 시대까지 포함하면 2,200여 년을 존속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의 유럽 문명의 기초를 놓았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 최강국이었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만약 로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유럽의 모습, 아니 전 세계의 모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로마는 멸망하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로마 제국에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의 저자인 김대식 교수 또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로마 제국이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이 되었으며 왜 망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지금 우리가 왜 로마 제국의 흥망을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성공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 로마 제국의 발전과 그리고 멸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우리의 미래, 앞으로 세상의 중심이 될 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세상의 중심이었던 제국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로마의 멸망으로 우리는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식 교수가 말한 로마 멸망의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후계자 임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로마 제국은 왕정도 아니고 공화정도 아닌 형태였기에 처음부터 풀 수 없는 문제를 품은 채 탄생한 것과 같았다.

지금 전 세계는 대체적으로 가장 민주적인 방법인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으며 이런 투표 방식이 정말 괜찮은 지도자를 뽑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또한 얼마 전에 무능한 지도자를 뽑아 큰 곤란을 겪은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둘째는 극심한 빈부 차이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천문학적인 부를 가졌던 귀족들과 생산적인 노동을 할 수 없었던 중산층 사이의 괴리, 그리고 중산층 대부분이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려버린 사회 경제적 붕괴는 로마의 멸망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다. 빈부의 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있지만, 이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념전쟁으로 만들며 그 격차를 유지 또는 확대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셋째, 사회 시스템이 붕괴를 꼽았다. 로마의 승리는 적군의 특징에 맞춰 펼친 전략적인 전술과 무기, 정비된 도로와 뛰어난 의술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인프라와 자원이 모두 합쳐졌기에 가능했지만 이것이 붕괴되면서 결국 로마는 멸망의 빠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이념과 실용,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합되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이념을 중시하고 공동체를 개인보다 우위에 두는 사회는 모두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금 우리는 이념을 앞세워 정쟁을 벌이려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여론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역시 많다. 우리는 로마의 역사를 통해 이런 분위기,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위험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난 이후 유럽은 1000년 동안 중세기를 살았다. 암흑의 시대가 중세 시대에만 일어나리란 법은 없다. 사회 발전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발전을 위해 싸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역행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움직임은 멸망한 제국의 역사를 좇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진다.

모든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영원한 제국은 가능할까? 로마제국처럼 변함없이 발전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들의 세상이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

실패한 역사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발전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실패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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