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 - 한눈에 매료시키는 컬러 매직
이호정 지음 / 라온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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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마케팅을 검색하다 발견한 우리나라 주요 카드사의 2018년의 카드 디자인이다. 언뜻 봐도 그동안의 복잡한 디자인은 사라지고 산뜻한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갑자기 잘 쓰고 있는 카드를 바꾸고 싶어진다.

이렇게 나는 또 컬러에 낚이고 있다.

우리는 범람하는 이미지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세상 속에서는 서로 튀어보자고 난리들이다. 전에는 길게 글을 써서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글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들이 블로그에 머문 시간을 보니 몇 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은 내 블로그에서 무엇을 보고 갔을까?

그 짧은 시간이라면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을 읽었다기보다는 내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과 첫 문장 정도만 보고 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요즘은 블로그보다도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보다도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많이 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만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있는 그 혹은 그녀가 올린 이미지로 그 혹은 그녀를 이해한다.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 우리는 어떤 것에 끌릴까? 아무래도 다른 것들과 다른 튀는 이미지일 것이다.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서 픽 당할 수 있는 이미지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COLOR인 것 같다.

이제는 컬러로 말을 하는 시대인 것이다. 컬러로 말을 해야 하는 이들, 특히 디자이너, 마케터, 기업가 등에게 컬러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는 적잖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컬러, 남성이 선택하는 컬러, 아이들이 과자를 고르는 기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컬러, 가격을 암시하는 컬러, 더 맛있어 보이는 컬러, 오래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컬러 등등 도움이 될 만한 많은 팁들이 있다.

또한 이 책에는 티파티, 애플, 블루 보틀 등 브랜드의 컬러 스토리부터 컬러가 가지는 치유의 능력 등이 담겨있다.

왠지 비싸 보이는 제품의 비밀은 뭘까? 바로 그레이다. 일반적인 컬러에 그레이를 더하면 탁한 느낌의 톤이 만들어진다. 이게 바로 고급스러움을 만드는 핵심이다. 보통은 명도가 높은 컬러보다는 낮은 컬러가 고급스럽고 가장 명도가 낮은 블랙이 최고급감을 나타낸다. 그레이 톤의 컬러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게다가 무광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럼 이 책을 읽는다고 컬러에 대한 감각이 생길까? 컬러에 대한 감각은 관심과 관찰에 의해서 길러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컬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고 난 다음에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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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말하기 영단어 1000 - 20일 만에 네이티브와 수다 떨 수 있는
이시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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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영어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전혀 없지만, 여행을 간다거나 혹은 국제 대회가 있어서 외국에서 온 분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자'라고 다짐을 해보건만, 딱 그 결심을 한 날로부터 일주일 정도에 그치고 만다.

작년에도 대회를 치르면서 외국에서 온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말하고 싶은 내용과 내가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에 너무 큰 강이 존재해서 답답함을 느꼈다. 이런 것도 물어보고 싶고 저런 것도 궁금한데 내가 말할 수 있는 단어는 고작 'How about you?' 정도였다.

새해가 시작되어 며칠간은 열심히 문장을 써보기도 하고 외우기도 했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흐지부지....

TV에서 자주 보던 시원스쿨~~어쩌고 하는 광고에서 보던 그 영어강사의 책은 이런 흐지부지한 나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20일 만에 네이티브와 수다 떨 수 있는 <기적의 말하기 영단어 1000>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단어 500개와 여행을 위한 단어 200개와 그리고 상황별 필수 표현 300개를 담고 있다. 매일 50개의 단어와 그 단어가 포함된 짧은 영어 문장 2개 그리고 매일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Daily Quiz로 한 chapter가 구성되어 있다. 하루에 50단어는 아무래도 쉽지는 않았다. 한 번 쭉 읽어보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50개를 암기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내용은 아니기에 인내를 가지고 매일 하다 보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많은 날을 건너뛰어 징검다리식으로 공부해서 저번에 외운 단어를 몽땅 까먹기도 했지만,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매일매일이 있어준다면 다음 여행에서는 조금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 잔돈이 필요해서 이곳저곳에서 바꿔야 했는데 그때 이 말을 써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Can you break a hundred euro bill?"

break가 지폐를 잔돈으로 바꾼다는 뜻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쁜 날들이 계속되던 3월이다. 하지만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이 책은 작고 가벼워서 핸드백 속에도 쏘옥 들어가게 생겼다. 흘깃 보고 걸어가면서 외우고 다운로드한 mp3 파일로 들으면서 공부한다면 20일 만에 네이티브와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시작이 반이지만, 매번 시작만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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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
다은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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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봄, 독서모임을 같이 하는 4명의 중년 여인네들이 2년동안 모은 돈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시작은 빈센트 반 고흐였다. 고흐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했던 우리는 고흐를 따라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3주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델프트, 오테를로, 벨기에 브뤼셀, 아비뇽, 아를,니스,그리고 파리와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다녔다.

여행을 하던 중간 중간에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고, 몇몇은 재미있게 읽어주었다. 그때의 생각은 여행을 마친 뒤 여행 기록을 남겨보자였지만 다녀오고 나서는 사는 데 바빠 그 일은 까마득해져버렸다.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여행을 추억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보지 못한 것, 혹은 다른 감성으로 한 여행을 옅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하지만, 저자가 9일간의 여행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던 '런던'에 대한 이야기가 분량이 제일 많았고, 암스테르담과 델프트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정도였기에 많이 아쉬웠다.

더욱 아쉬웠던 점은 이런 내용은 블로그 검색에도 자주 보이는 부분이기에 굳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없었던 데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여행에세이, 혹은 여행책을 내고 있다. 그저 가볍게 읽기에 좋은 부분도 있지만, 좀 더 깊은 내용을 기대한 독자들은 많은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지도 않아 딱히 필요한 책이 아니며, 그저 누군가의 추억을 살짝 들어볼 수 있는 정도에 그치다보니 더욱 아쉬움은 크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의 여행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꺼내면 내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적다. 나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재미없는 수다, 감상일 수 있다. 누군가의 가슴을 울려 그를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는 이야기라야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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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괜찮은 손글씨 쓰는 법을 하나씩 하나씩 알기 쉽게 - 악필 교정에서 캘리그라피까지, 30일 완성 손글씨 연습장!
이용선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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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글씨를 쓰게 되는(내 의지가 아니고) 일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설 명절 때도 나는 고객들에게 컴퓨터로 이미지 작업을 한 뒤 손글씨 느낌이 나는 폰트로 글을 써서 JPEG로 만들어 카톡으로 인사를 했다. 예전에 정성스럽게 고르던 카드나 엽서는 이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이미지로 대체되었고, 손에 힘을 주어 쓰던 글씨는 보기 쉽고 이쁜 글씨체는 여기저기 널려 있어 잘 고르기만 하면 된다.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이어리와 책을 읽으면서 쓰는 노트다.

다이어리에는 약속부터 읽은 책, 읽고 싶은 책, 해야 할 일 등을 적어둔다. 책의 내용을 적는 것은 주로 마구 휘갈겨 쓰는 편인데, 그것이 문제다. 나중에 독서모임에 가서 내가 쓴 글이 뭔지 읽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다이어리도 이쁘게 꾸미는 것이 유행이고 보니, 내 글씨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가 봐도 괜찮은 손글씨 쓰는 법을 하나씩 하나씩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연습에 앞서 '아무래도 손글씨가 예쁘지 않다고요?를 보았다.

1. 글자 하나하나가 떨어져 있나요?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한 마디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2. 글자 크기가 너무 작거나 크지는 않나요? 작을 때도 클 때도 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글씨다. 꼭 내 맘처럼.

3. 문장의 글자 크기가 고른가요? 그렇지 않다.

4. 자간과 행간은 너무 좁거나 넓지 않나요? 이런 걸 생각하며 글씨를 써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이랬다저랬다 한다.

5. 문장이 뒤로 갈수록 올라가거나 내려가지는 않나요? 문장은 뒤로 가면서 올라가는 편이고 맨 앞 문장은 자꾸만 더 들여써져서 밑으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6. 글씨가 너무 옅지는 않나요? 이거 하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잘 안되는 부분만 살짝 교정한다면 개성이 넘치면서도 읽기에 좋은 글씨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글씨 연습을 할 때는 '천천히, 크게, 정자체'를 유지하면 된다. 마치 처음 글씨를 배우는 아이 때처럼. 평소에 쓰는 글씨체의 두 배 정도의 크기로, 펜 촉이 조금 두꺼운 펜을 골라 정자체로 써야 한다. 글씨는 습관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이 책은 글씨를 반듯하게 보기 좋게 쓰는 작은 팁들이 많다.

모음 앞에 오는 자음(ㄱ, ㄴ, ㄷ, ㅋ, ㅌ)은 모서리를 날렵하게 그리고 세로획을 조금 길게 써준다. 모음이 아래에 있을 때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거의 같은 정도로 쓴다. 받침으로 쓸 때는 가로획을 조금 더 길게 써서 받쳐주면 안정감이 든다.

ㄹ은 가로획 사이의 공간을 같게, ㅁ은 내부 공간을 넉넉하게 쓴다. ㅇ은 완전한 원이거나 타원형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크기다. ㅇ은 생각보다 조금 작게 쓰는 것이 편안하다. ㅅ, ㅈ, ㅊ은 대각선의 획이 대칭이 되도록 쓴다. 서로 만나는 대각선은 3분의 1지점에 쓰는 것이 보기 좋다.

전체적인 글씨의 크기는 어떨까?

받침이 없는 글씨는 정사각형의 틀에, 받침이 있는 글씨는 직사각형의 틀에 들어가도록 쓰면 보기에 좋다. 띄어쓰기는 글자의 절반의 크기로 띈다. 줄이 있는 노트에 쓸 때 줄은 울타리로 보면 된다. 그 중앙에 쓰는 것이 보기에 좋다.

이렇게 매일 연습을 하다가 어느 정도 단정한 글씨체가 완성되면 이제 멋을 좀 부려보아도 좋겠다. 크기를 다르게 해서 리듬감을 준다거나 글씨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납작펜을 사용해서 글씨를 써 볼 수도 있다.

이 책의 뒷부분은 이렇게 조금은 변화가 있는 글씨체를 연습하는 데 할애한다. 플러스펜, 납작펜으로 써보는 글씨체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만의 글씨로 꾸며보는 카드와 종이가방 꾸미기 그리고 텀블러 꾸미기 등이 들어있다. 거기까지 가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좋은 습관을 다시 들인다면 가능한 일이다.

내가 욕심이 많았는지, 얼른 멋진 캘리그래피를 만들고 싶어서였는지,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정말 손글씨의 기초에 해당되는 내용이 많다. 또박또박 손글씨를 잘 쓰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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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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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이란 부제가 붙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을 읽은 뒤, 서울, 아니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기념조형물을 떠올려보았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아니 금상이 먼저 떠올랐다. 요즘 광화문 광장을 리모델링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한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지 간에 우리의 기념조형물과 광장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모아서 결정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조형물은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새롭게 우리를 돌아보는 시각을 갖게 했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후반부터 공공 기념물의 개념들은 다양하게 확장되고 발전해왔다고 한다. 그에 따라 기념 조형물의 형식과 내용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념조형물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 설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었을 때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것은 이른바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로서 기념조형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장소의 맥락과 의미에 적합하게 설치된 기념조형물의 좋은 사례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베를린이다.

저자는 베를린 기념조형물의 공통된 특성에 주목한다.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은 대부분 역사적인 기억을 품은 장소에 밀착된 느낌을 준다. 그것들은 광장의 지하에, 광고판에, 버스정류장에, 기차 승강장에, 보도블록에 있다. 그래서 도시의 일상 속에 발길 속에 있다. 또 공원처럼 조성되어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체험하고 머무를 수도 있다. 일상적인 풍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제작되고, 설치된 방식이어서 저자는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 나와있는 기념조형물 10가지 중에서 나는 특히 몇 가지에 주목했다. 독일인들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특히 기억하기 싫어하는 부분까지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사라진 책들을 기억하는, 텅 빈 도서관

1933년 5월 10일 밤 11시, 한 명 한 명 저자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책들이 불속에 던져졌다. 베벨 광장에서 불탄 2만 권이 넘는 책들.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는 '낡은 것이 불타고 있다. 새로운 것은 우리 각자의 심장의 불꽃에서 다시 날아오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책들의 화형식. 카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하인리히 하이네, 막심 고리키 등 유대인 작가들과 학자들 그리고 나치를 비판한 비유대인 저자들의 책까지 불태웠다고 한다. 바로 그 광장의 지하에 설치된 경고의 공간,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의 정사각형 투명 유리창, 그 밑 지하에는 텅 빈 직방체 공간이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 예술가 미하 울만의 '도서관'이라는 작품이다. 책들이 소실되고 저자들이 추방된 곳에서 침묵과 정적만이 남았음을 표현하고 있다. 없음으로 해서 우리가 가슴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모여주는 역설. 꼭 한 번 가서 직접 보고 싶다.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된다'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

시내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유대인 공동묘지의 석관 모양 시멘트 기둥 2711개를 세운 지상의 기념물이 있다. 이곳을 관광하는 많은 관람객이 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곳이다. 이곳은 관람객의 불편함을 요구하는 독특한 설계 방식으로 관람객이 차가운 콘크리트 블록들 사이 비좁은 길을 지나 겨우 혼자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조각난 하늘을 보며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600만 명의 유대인을 추모하는 장소이다. 뉴욕 출신의 건축가 피터 아이젠먼이 설계한 작품이다. 특히 이 추모비가 기억에 남는 것은 나치의 주요 관청이 자리했던 중심부에 설치했다는 것이다.

인간 화물 열차의 출발지, 그루네발트역의 17번 선로

1942년 6월 13일/ 유대인 746명/ 베를린-알려지지 않은 곳

1942년 6월 16일 / 유대인 50명/ 베를린-테레지엔슈타트

베를린 그루네발트역.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이 역은 베를린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을 동유럽의 수용소로 실어 나르는 일을 도맡아 했던 역이다.

'독일제국철도의 열차들을 통해 죽음의 수용소로 추방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역은 존재한다. 이곳에는 선로를 따라 186개의 주물 강철판이 이 있는데 특별열차에 대한 기록을 하나하나 소상히 밝혀 적고 있다. 이 자세한 기록은 이 장소에서 벌어진 역사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실제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추상적인 공감이나 관념적인 이해 그리고 형식적인 애도를 거부한다. 나는 이런 방식이 너무 좋았다. 우리가 염두에 두며 우리의 기념조형물을 제작했으면 좋겠다.

작은 역사들을 위한 길바닥 추모석

베를린 거리를 걷다 보면 길바닥에서 만나는 작은 동판이 있다고 한다. 간혹 이 작은 동판 옆에 꽃이 놓여있기도 하다는데 이것이 일종의 추모석이다. 작가 군터 뎀니히의 작품으로 나치가 추방하거나 살해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추모석 제작은 '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걸림돌, 장애물, 난관이라는 의미를 지님)라고 불리며 지금도 계속해오고 있다. 이 길바닥 추모석이 나치에 희생된 이들이 망각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걸림돌이나 장애물로서 의미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로 세로 10센티미터의 황금판에 '지크프리트 베르너 하우스도르프가/ 이곳에 살았음/1905년생/ 1943년 3월 1일 추방됨/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함'이라는 형식으로 적혀있다고 한다. 이 추모석들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거주지 앞 보도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조금 전에는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이 살았으며, 나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내 삶 속에서 알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익명의 희생자가 아닌 특정한 인물이 살았던 집 앞에 정확히 설치되어 역사를 구체적으로 실증하고 기억하려는 의도는 정말 멋졌다. 추모석은 작가의 수작업으로, 그 과정은 모두의 기부금으로, 추모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을 발굴하는 작업은 각 지역의 청년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 또한 우리가 받아들여도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버스 정류장에 새겨진 악의 평범성

베를린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실슈트라세 정류장을 지난다. 이곳은 경고하는 장소라는 의미의 '만 오르트'라는 단어가 큼직하게 쓰여있다. 안경 쓴 대머리의 중년 남자가 보이는데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유대인 강제 이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공무원으로 2차 대전 후 잠적했다가 십수 년 후에 붙잡혀 이스라엘에서 사형을 당했다. 그가 일했던 제국보안본부 건물이 있었던 곳 정류장에 설치했다. 아렌트는 특별히 잔혹하거나 변태적이지 않고 그저 정상적인 사람인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독가스로 죽이고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더라도 나는 그 명령을 수행했을 것이다'라고 진술한 것을 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근면하게 일했던 한 인간을 보았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범죄 행위를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우리는 이 버스 정류장에 광고판에 등장하는 아이히만의 얼굴을 보면서 평범한 인간이 '나 자신' 또한 아이히만과 다를 바 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눈 감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고 있는.

구원의 비밀은 기억 속에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혹은 감추고 싶은 역사를 얼마나 기억하고 보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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