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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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책이 많지 않았던 시골에서 자란 탓에 어른이 되고서야 성장기에 읽어야 한다는, 혹은 다들 읽었다는 책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직 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고전, 유명한 책에 대한 이상한 관심과 집착이 있다. 더구나 여자라서 그런지(?) 영웅들의 이야기는 더욱 멀리 느껴졌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들어만 보았지 책표지조차 본 기억도 없다. 한동안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책이겠거니 했다가 이제야 조금은 틀을 깨고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책에 대한 편견이 좋은 책에 대한 접근을 심하게 방해하고 말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원제가 '비교 열전'임을 알게 되었다. 로마의 영웅 한 명과 그리스 혹은 스파르타의 영웅 한 명을 비교 평가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권에서 아테네의 정치가이며 그리스의 일곱 현인 중 한 사람인 솔론과 로마의 정치가인 포플리콜라를 비교한 부분은 이런 식이다.
 
솔론과 포플리콜라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그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본보기로 모방했다는 것이다. (중략) 만약 솔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포플리콜라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솔론이 가장 위대하고 완전한 행복으로 원했던 것을 포플리콜라는 성취해냈으며 자신이 죽은 뒤까지 그것을 지켰기 때문이다. (중략) 솔론의 정치는 사실 초기가 더 화려했었다. 그는 어느 누구의 흉내도 내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얻지 않은 채 완전히 혼자의 힘으로 독창적이고 중요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그에 비하면 포플리콜라는 만년의 생활이 더 행복했었다. 솔론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공화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죽기 전에 지켜보아야 했지만, 포플리콜라가 만든 제도들은 그가 죽은 뒤에까지 계속 남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솔론의 전기를 다루고 그 뒤에 포플리콜라의 전기를 다룬 뒤에 두 사람을 비교하는 장을 따로 두어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고 있다. 솔론과 포플리콜라의 비교 부분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 너무 유명한 솔론보다 낯설기 그지없는 포플리콜라가 더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 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카이우스 마리우스 편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의 일인자>를 통해서 많이 익숙해져 있었기에 플루타르코스는 어떻게 평하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마리우스를 보고 있었다. 민중의 대변자로 다가왔던 마리우스를 플루타르코스는 민중들의 눈치를 살피며 인기를 얻고자 하는 인물로 그렸다. 귀족 중의 귀족인 메텔루스라는 인물은 현명하고 신중하다고 평하며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메텔루스를 걱정'했다고 말하며 마리우스는 귀족들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혈통이 좋은 귀족 출신의 영웅에 대한 평은 좋지만, 그렇지 못한 인물에 대한 평을 상대적으로 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평했을까? 그 이유로 플루타르코스라는 인물이 그리스의 보이오티아의 카이로네아에서 태어났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가의 자제로 매우 부유하게 자랐으며 대 로마제정시대에서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시기가 시작되는 때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원래의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좋은 글귀들은 인용된 문장에서 보는 것보다 원전이 왜 힘을 갖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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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5-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완독할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여태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네요. 요며칠 사이에 동네서점과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서점을 찾아가 봤더니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세 권짜리 동서문화사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만 있더라구요. 그 책엔 아쉽게도 `주석`이 전혀 없었지만 (제가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읽었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전기 부분을 살펴보니 번역 상태가 별로 흠잡을 데는 없어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동서문화사판으로 구매할까 마음먹고 있답니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가 `출신 가문`에 대해 유별난 태도를 취하는 건 그의 다른 저작에서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미 삼아 그 부분을 인용해 보고 싶네요.

* * *

우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관한 얘기로 말문을 여는 게 좋을 듯한데, 나는 훌륭한 자손을 둘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창녀나 첩과 같은 여인들과 함부로 동거하는 일을 삼가라고 권하고 싶네. 왜냐하면 아버지 쪽이든 어머니 쪽이든 태생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천한 출신에 대해 지울 수 없는 수치감을 지니기 때문이지. 뿐만 아니라 이는 일생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그것을 이용하길 원하는 자에게 곧바로 비난과 모욕의 화젯거리를 제공해 주네.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지혜롭게도 이렇게 읊고 있네.

가문의 주춧돌이 잘못 놓이면,
후손은 꼭 불행해지는 법.

반면에, 아주 보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고귀한 태생인데, 이러한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어, 후손을 적자(嫡子)로 낳기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지. 사물의 속성상, 혈통이 근본적으로 천하거나 가문을 위장하는 사람들은 늘 의기소침(意氣銷沈)한 상태에 있게 되는데,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이를 매우 적절히 선언하고 있다네.

남자란 비록 대담할지라도
어머니나 조상의 불명예를 알게 될 때는
언제나 노예처럼 되는 법.

훌륭한 양친을 가진 아이들은 물론 그 때문에 기쁨과 긍지로 가득 차 있네. 아무튼 사람들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아들인 클레오판토스가 종종 많은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항시 아테나이 사람들이 동의해 주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의 어머니 역시 원했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테미스토클레스 역시 원했고, 테미스토클레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모든 아테나이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한다네.

(중략)

우리 조상이 간과하지 않은 한 가지에 대해 말해 주겠네. 무엇인가 하면, 자손을 위해 부인에게 다가가는 남편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조금 마셨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왜냐하면 아버지가 취중에 어쩌다가 낳게 된 아이들은 술을 좋아하기 십상이고 과음을 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므로 디오게네스는 감정적이면서 정신 나간 한 젊은이를 보고,

젊은이! 자네를 가질 때 자네 아버지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네.

라고 말했지.


-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자유인의 자식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