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맛 - 미식의 나라, 스페인을 가다
권혜림 지음 / 버튼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디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싶었을까?

먹는 것으로 좋은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것으로 무엇을 하든지 '먹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무려 1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양과 달리 읽는 중에는 그 분량의 압박이 거세지 않게 무척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말한 것처럼 주인공이 무엇을 먹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커다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돈키호테는 '보통 양고기보다 소고기를 더 많이 넣은 요리와 소금을 넣어 잘게 다진 고기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토요일에는 베이컨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를, 금요일에는 납작한 콩 요리를, 일요일이면 새끼 비둘기 요리를 곁들여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지출했다'라고 한다.

세상에 먹는 것에 재산의 4분의 3을 쓰다니...

그렇게 돈키호테가 여전히 존재하는 스페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음식일 것이다.

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그것을 통해 돈키호테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다.

<스페인의 맛>을 읽으면서 돈키호테를 통해 머릿속으로 보았던 스페인 음식을 눈으로 다시 즐겨볼 수 있었다.

작가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영화 <줄리 & 줄리아>를 본 적이 있다.

이 작가처럼.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여인. 남편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에 살게 된 한 여인은 프랑스 음식에 매료되고 음식을 배우고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긴다. 그 글은 책이 되어 전해졌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국의 한 도시에 사는 젊은 여인이 그 책에 나온 요리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진다. 이 영화처럼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저자는 스페인의 맛을 책으로 쓰고 싶어 한다. 스페인에서 온 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정기적인 스페인 쿠킹 클래스를 갖고, 음식문화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맛>에서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은 바로 '타파스'였다. Tapas는 한 잔 술의 안주로 제공되는 소량의 음식을 말한다. 그 타파스가 무척 먹어보고 싶었다. 몇 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는 스페인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고, 더군다나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우 먹어 본 음식은 하몽이 들어 간 샌드위치와 먹물 빠에야 그리고 샹그리아 정도였다. 이번에는 스페인을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이 책에 소개된 스페인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스페인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돈키호테>를 같이 읽은 독서모임 회원들과 한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곳에서는 양한 종류의 타파스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스페인 맥주와 함께 세 종류의 타파스를 함께 먹었다. 갑자기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마늘향이 가득한 감바스에 빵을 찍어 먹으며, 그리고 향기로운 맥주를 마시며 다음 여행으로 다시 스페인을 꿈꾼다. 그때는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리라.

<스페인의 맛>은 음식에 대한 유래와 함께 작가의 경험 그리고 레시피까지 담긴 책이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갈리아노스는 오늘날의 가스파초 만체고, 토르타 데 가스파초와 같은 요리라고 한다. 돈키호테가 말한 가스파초는 가스파체라라고 하는 팬 위에 사냥한 비둘기와 토끼고기, 마늘, 양파, 빵, 향신료로 만든 뜨끈한 수프다. 스페인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로스, 돼지 뒷다리고 만든 생햄, 하몬, 올리브오일, 그리고 빠에야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의 대부분은 낯선 그곳의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 낯선 스페인의 음식이 이러한 책을 통해 경험하고픈 왠지 반가운 음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