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책의 마지막장을 다 읽고서 저자의 감사의 말보다 역자의 말이 더욱 궁금했다. 59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도 그렇지만 주석이 달린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검색을 해가며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되었던 수 많은 페이지들을 역자는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나하는 생각과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무지 어려운 책이에요.자기가 아는게 많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지 문장 하나에 책 서너 권이 들어 있는 건 예사고, 단어도 어려운 것만 골라서 써요. 그래서 다른 책보다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려요." 라고 말하며 역자는 히친스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글을 읽고는 갑자기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내느라고 몇일동안 고생했던 것이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것처럼.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고 그리고 번역을 끝낸 보람을 느낀 저자나 꾸역꾸역 다 읽어 낸 독자나 박수를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안과 자랑스러움의 박수를 보냈다.

 

물론 어려웠다. 특히 배배꼬인 듯한 문장들은 두번을 연거퍼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연필을 대고 천천히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되기도 했고 모르는 인물들과 사건들 책들이 나올 때는 캄캄한 어둠속을 두 손을 휘휘 저으면서 방향도 잃고 길을 헤메는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찾아가며 밑줄 그어가면서 한 챕터 한 챕터 읽어가는 와중에 만난 놀랄만한 이야기들은 나를 키득거리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얼른 알리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히친스의 놀랄만한 통찰력과 위트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든지 곳곳에서 빛이 났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의 우리나라에서도 존경받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불멸의 지위에 오른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의 생애가 너무 짧게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나이까지 이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존 케네디는 도덕적 장애자이자 정치적 재앙이었을 뿐만 아니라,대통령으로 재임하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십중팔구 정신적으로도 경기에서 실격당한 선수와 같은 존재였다.

 

 케네디 일파의 평판을 유지해주는 것은 이제 추종자들의 감상적인 의지뿐이다.그들은 박수를 치면서,기운이 다해 깜박거리고 있는 팅커벨이 사라지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 아이들이 요정을 믿는다고 외치는 것은 용서해줄 수 있지만,그 앳된 목소리가 노망난 목소리로 바뀌면 조금 불길하다."


케네디대통령을 위한 은밀한 '작전'은 우리가 그저 가십으로 전해 듣던 것들의 이면까지도 보여주고 있었다. 가문의 엄청난 재산으로 참전기록의 강조하고 언론의 아첨과 매수함으로 가능해진 케네디의 이미지. 사라진 녹음테이프 4개의 녹취록에는 아마도 메릴린 먼로,주디스 캠벨 엑스너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하는 것들은 재미도 주고 미국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블리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에 대한 서평과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에 대한 서평은 책을 좋아하는 한 독자로서 흥미롭게 읽혔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신변잡기를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는 그가 서문에서 밝힌 대로 미국적인 사고방식의 필수적인 요소인 바로 다양성을 보여준다. 그는 그 자체로서 즐거운 것,우스꽝스러우면서 동시에 깊은 의리를 지닌 것,또는 단순히 원래부터 흥미로운 것 등 주변에 모든 것들에 대한 신선한 시선과 물음이 그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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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