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 - love is life
다이애나 리카사리 지음, 딘다 퍼스피타사리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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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이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노랑, 연한 보라, 연한 녹색, 그리고 연한 분홍빛의 마카롱이 흔들흔들 탑을 쌓고 있는 일러스트가 분홍 바탕 위에 올려진 책은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알록달록 마카롱과 함께.

사실 이 책은 운동을 하고 있는 조카에게 주고 싶다. 경쟁 속에 사는 이 아이는 아직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과 뒤섞여 끙끙거리며 견뎌내고 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려서부터 운동만 하고 커 온 그 아이에게 이 지독한 세계는 무척 힘들 것이다. 그 아이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책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글들은 짧고 강렬하다.

얼마 전 블로그 통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방문객이 평균 블로그에 머무는 시간이 2분 정도인 걸 알게 되었다.

길게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기한테만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요즘은 SNS를 많이 한다. 그 속에서 긴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의 글은 다이애나 리카사리라는 인도네시아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인데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활동을 했다고 한다. 딱 그 스타일의 문장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쁜 일러스트 배경은 딘다 퍼스피타사리라고 하는 물방울무늬와 예쁜 옷을 입은 소녀를 주고 그리는 일러스트가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이 전체적으로 '소녀소녀'하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요.

이렇게 한 페이지에 한 문장이 있기도 하고,

"너한테 이건 좀 어려울 거야."

"넌 못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해볼게요." "도전할래요."라고 말해주세요.

"해 봐, 그리고 너의 한계를 느껴봐."라고 그들이 말할 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걸요!"라고 말해 주세요.

라는 구어체의 쉬운 문장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 책은 내 손을 거쳐 조카에게 가겠지만, 나에게도 가슴이 와닿는 곳들이 많았다. 실은 나도 한 권 가지고 있으면서 위로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가슴으로 마음으로도 들을 수 있거든요.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소리의 울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함하니까요.

정말 좋은 친구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예요.

내 문제가 아닌 친구의 문제를 먼저 듣고 있으니까요.

연말연시를 지내며 몇몇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허전할 때가 있었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혹은 왜 그는 자기의 이야기만 하는 걸까? 그러면서 듣는다는 것이 뭘까? 왜 듣는다는 게 힘들까?

이 문장을 보면서 귀로만 들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마음으로 가슴으로 들어야 하고, 이해하고 문제를 공감해야 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할 수 없어요.

나 또한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설픈 기대와

왜 나를 기분 나쁘게 대하는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타인에게 친절했는지.

가장 많은 반성을 했던 문장이다.

이 말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보았던 말과 같았다. 잊고 있었지만.

"낯선 이들에게 친절해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 있다." -Be not be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 일러스트에도 한동안 눈길을 주게 된다. 일러스트에 쓰인 글이 한글과 같은 문장일 때도 있지만, 조금 혹은 많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론 어색하기도 하고, 때론 뭐 그래도 괜찮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면지에 '항상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그 밑줄에 쓰고 싶은 누군가가 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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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 -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
랄프 스키 지음, 이예원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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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음악가, 화가...... 그 모든 예술가들이 불우하게 살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이 글처럼 정신병(조울증이라고 여겨지는)으로 고통받고 짧은 생을 자살(여기에는 여러 이견이 있다고 하지만)로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는 10년 동안 화가로 활동하면서 그 짧은 생에 비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자화상을 많이 남겨 놓아 빈센트 반 고흐가 너무 친숙하게 다가온다. (피카소, 모네, 마네 등 이 화가들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는 초상화 뿐만 아니라 많은 인물화를 그렸다. <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의 저자 랄프 스키는 이 점에 착안해 고흐의 편지글을 인용해 초상화 그리기가 왜 중요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부터 파리, 아를, 생 레미 드 프로방스, 그리고 오베르 쉬를 우아즈까지 고흐가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그가 그린 작품과 글을 펼쳐놓았다.

1장 네덜란드 편에서는 밀레의 작품을 모사하면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고흐의 글처럼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트로니 스타일의 초상화를 소개한다.

(트로니는 원래 '얼굴'이라는 뜻이었다가 후에 '얼굴의 뚜렷한 특징과 감정을 드러내면서 색다른 의상을 입은 인물의 상반신 그림'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프란스 할스의 작품이 있다.)

                                                                                                                                                   
                                                                         

고흐는 '나는 풍경화가는 아니다. 내가 풍경을 그릴 때도 그 속에는 늘 사람의 흔적이 있다.'라고 말한다.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라는 말을 듣고 그의 작품을 다시 보면, 아니 그 말을 듣지 않았어도 그의 작품을 만나면 그 고뇌가 느껴진다.

고흐는 '인간'에게 관심이 많았다. 인간만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감동시킨다고 말한다. 그에게 인간을 그리는 일은 발자크나 졸라가 작품 속에서 지금까지 무시해오던 평범한 인물들의 삶을 실감 나게 써내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2장 파리에서는 고흐가 점묘법 등의 그 당시 유행하던 표현기법으로 달라진 자화상을 소개한다. 고흐는 파리에서 39점의 자화상 중 26점을 그린다.

                                                                                                                                                   
                                                                         

3장 아를에서는 모델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어 정원사, 우편배달부, 의사, 모자, 아기,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군인까지 포함된다. 물론 그 초상화에는 모델의 생각과 그 정신이 깃들어야 했음은 당연하다.

                                                                                                                                                   
                                                                         

아카데미의 인물화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더 이상 고칠 곳도 없고, 실수 하나 없이 매끄럽게 그려졌지. 그러니 '그 이상 더 잘 할 수 없다'라는 점은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런 그림은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끔 이끌어주지 못한다...... 그러면 인물이 더 이상 피상적이지 않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땅을 파는 사람이 땅을 파고, 농부가 농부답고, 시골 아낙이 시골 아낙다울 때다. '농부가 농부다워야 하고, 밭을 가는 사람은 밭을 가는 사람다워야 한다. 그럴 때 그 그림은 진정으로 현대적인 성격을 띤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예담

나는 아를에서의 작품 중에서 자신의 귀를 자른 후 그린 두 점의 자화상이 놀랍다.

자화상, 요즘에는 너도 나도 찍어서 SNS에 올리는 셀카와 같은 것일진대, 이렇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조차 우리는 셀카를 찍지 못하는데, 지금 우리의 셀카는 잘 꾸며진 모습으로 남에게 보이고 싶은 부분만 강조해서 보여주는 용도인데.

우리는 고흐가 경멸하던 아카데미의 초상화 방식으로 셀카를 찍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고칠 곳이 없게 매끄럽게, 그리고 자신의 진솔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

4장에서 고흐는 거의 자발적으로 생레미 드 프로방스의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이때 그린 초상화는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고흐가 그린 그림의 돈의 가치를 말하며(그 가치가 얼마나 될까?) 기꺼이 그렇게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을 한다.

                                                                                                                                                   
                                                                         

고흐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좋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다.'라고 여동생 윌에게 쓴 편지에서 말한다. 그는 이곳에서 정말로 좋은 초상화를 그렸다.

5장에서는 그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작품과 그의 글이 소개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있었던 47일 동안 회화 80, 드로잉 64점을 그렸다.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

여동생 윌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결국 구원을 얻지 못했을까? 이곳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작년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네덜란드에서부터 파리, 아를, 생레미 드 프로방스 그리고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여행했다.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고 그가 단지 고뇌에 찬 우울한 화가는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흐 뮤지엄에서 만난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은 다른 어떤 화가 그림의 색보다 밝고 생동감이 있었다. 그림으로 인해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고흐는 어떤 영혼의 소유자였을까?

내가 여전히 고흐의 그림과 고흐에 대한 책을 구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초상화에 대한 부분만을 따로 덜어내서 분석해 더욱 흥미로웠다. 단지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17일 동안(오베르에 있던 시간은? 5월 21일 ~ 7월 29일)이라고 한 부분과 그가 6월 27일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 점(그는 7월 27일 권총 자살을 시도했고 7월 29일 죽었다)은 의아하다. 오타인지, 작가의 착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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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도시 이야기 - 포르투, 파리, 피렌체에 스미다
신지혜.윤성은.천수림 지음 / 하나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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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가 여행을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다가 여행을 가기도 한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벌써 2년 하고도 반년 전에 독서모임을 하던 중년의 4명의 여인들이 <서양미술사>을 함께 읽다가 여행을 가기 위해 매달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2년을 꼬박 모아 우리는 고흐의 그림과 고희의 편지글이 담긴 책을 나침반 삼아 여행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오테를로, 벨기에를 거쳐 아를, 파리 그리고 고흐의 마지막 거주지였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얼마 전 청소년인 조카가 '왜 거기를 가요? 그곳이 왜 좋아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그 하얀 배경에 파란 지붕 사진이 너를 그곳에 데려가기도 하고 우리처럼 책 한 권이 그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 <리스본행 야간열차>때문에 포르투갈 여행을 가려고 한단다.'라고 답을 했다.

우리가 여행을 하기 위해 그런 핑계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지겹기만 한 일상,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곳이 아닌 그곳에 데려가고 싶어져서 우리는 한 편의 영화에 그리고 한 권의 책에 기댄다. 책으로의 여행, 영화로의 여행. 그러다 어떤 한 가지에 강하게 끌려 긴 시간의 비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포르투 왜 거기였을까?',  '파리 왜 거기였을까?' 그리고 '피렌체 왜 거기였을까?'

<세 도시 이야기>는 이런 여행에 대한 에세이다. 이 책의 작가들 - 신지혜, 윤성은, 천수림 -은 영화음악을 진행하는 이거나, 영화 평론가이거나 아트 저널리스트다. 이들은 이렇게 책을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포르투 왜 거기였을까?

포르투 왜 거기였을까를 쓴 작가는 마음이 휘청거릴 때, 피신할 곳을 찾아  햇빛이 좋은 지중해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포르투갈 리스본과 또 한 곳 포르투로 갔다. 그곳에는 와이너리가 있고, 루이스 1세 다리(에펠의 제자가 지은), 상 벤투 역의 아줄레주(광택을 낸 돌이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말로 주석 유악을 사용해 그린 도자기 타일-12년 동안 2만여 개의 타일에 그려진 그림)와  렐루 서점( 조앤 롤링은 포르투에 있는 카페 마제스틱에서 해리 포터를 집필했다. ,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을 렐루 서점에서 착안했고, 포르투 대학의 망토를 해리 포터에게 입혔다) 그리고 포트와인(백년전쟁이 만든 기막힌 포도주다. 백 년 전쟁은 프랑스 왕위를 둘러싸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우리는  잔 다르크를 기억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영국의 그토록 좋아하던 프랑스 와인을 마시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와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영국인들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활발히 교역했던 포르투갈 북부의 와인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배에 싣고 영국으로 오는 도중에 변질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은 우연-브랜디가 남아 있는 통에 담겼던 와인이 변질되지 않고 도착한-이 생겼다. 그래서 포르투갈에서 영국에 보내지는 와인에는 브랜디가 배합되기 시작했다)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작가는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위로받았을 것이다.
    
파리, 왜 거기였을까?
 
인생에서 가장 지쳐 있던 시기,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몇 개월간의 여행을 계획했던 작가는 파리로 떠났다. 이 작가는 현지인처럼 파리에서 한 달을 살아보기로 한다. 영화 평론가인 그에게 그리고 읽는 독자에게 파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프랑스 음식에 대한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보고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퐁네프 다리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것은 어떨지 생각만 해도 저절로 가슴이 뛴다. 파리를 두 번 가보았지만, 영화의 그 기분을 느끼며 걸어본 적이 없었다. 다음에 파리를 가게 되면 <비포 선셋>과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의 그들처럼 거리를 거닐어 보고 싶다. 파리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도시다. 사람들도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 소매치기가 넘쳐나고 데모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건물과 센강 사이로 어쩐지 좀 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파리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끌리는 도시다. 

피렌체 왜 거기였을까?

꽃의 도시 피렌체를 여행한다는 것을 어떨까?  
스탕달 증후군, 스탕달 신드롬(엄청난 미술품 앞에서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쓰러지는 사건)으로 알려진 스탕달은 1817년 일기에 피렌체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황홀했다. 게다가 조금 전에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무덤가에 있지 않았던가! 숭고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그 아름다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니 손끝으로 만져 보았다. 예술품과 열정적 감정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초자연적 느낌들이 충돌하는 감동의 물결이 나를 휘감았다. (중략) 온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간 듯했다. 나는 발을 내딛고 있었지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라고 썼다. 우리가 혹 피렌체에서 스탕달 신드롬에 빠져드는 것 아닐까?
    
<냉정과 열정 사이> 방부제 같은 풍경. 14세기에 멈춰져 있는 듯한 피렌체를 작가는 걷는다. 이탈리아의 언어를 완성했다는 단테의 집, 그리고 그 유명한 두오모 성당까지 과거의 유물이 가득한 피렌체도 매력적인 도시다.

현실에서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우리는 책으로, 혹은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우리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을 읽다가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세 도시 이야기> 이 책에 대한 약간의 아쉬운 점은 사진에 설명이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때로 우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사진에 설명이 달려있더라면 당장 그곳을 가기 위해 표를 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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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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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능력보다 진정한 우리를 훨씬 잘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가방이나 구두는 좋은 제품을 걸치거나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남들이 보는 눈도 있잖아요. 또 하나쯤은 갖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한 30대 직장인의 고백이라고 한다. 비싼 브랜드의 백을 매면 나도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가치소비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명품을 사는 것이 돈을 더욱 절약하는 일이고 더 가치 있는 소비'라고 여긴다. 이 말에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경우가 있다. 특히 먹고살기도 바쁘고 여유가 없을 때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요즘, 특히 소확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에는 그런 경향이 강하다.
쉬나 아이엔가의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에서는 "실용적인 기능을 하는 선택은 선택자의 정체성에 대해 큰 의미를 함축하지 않지만 그 실용적이지 않은 선택은 우리를 보여주는 지표 같은 게 된다."라고 말한다. 특히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일이 보편적인 때에는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쉬나 아이엔가는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잠재적으로든 간에 가능한 한 정확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삶을 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을까? 저자인 쉬나 아이엔가는 다양한 실험들을 들어 우리의 선택이 때로는 너무 터무니없이 엉터리임을 보여준다.
선택의 가짓수가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험을 보면, 많은 수의 선택지를 줄 때보다 (20-30) 적당한 수의 선택지(4-6)를 줄 때 실제로 선택을 하고, 자신의 결정에 더 큰 확신을 갖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더 만족해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한다.
서로 비슷한 색이어서 색들의 구분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지만 특별하게 이름이 붙여졌을 때는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색을 선택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세상 만물은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인 척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이것에 대한 용어도 존재한다. 평균 이상 효과(better-than-averagd effect)  레이크 워비곤(lake wobegon)이 그것이다. 레이크 워비곤이라는 말은 그곳의 모든 여자는 강하고, 모든 남자는 잘생겼으며, 모든 아이는 평균 이상으로 똑똑하다고 묘사했던 허구의 도시 이름에서 생겨난 용어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모두 레이크 워비곤의 자랑스러운 시민인 것이다.  스스로를 '양의 무리 가운데 홀로 있는 존재'라고 믿으며 타인은 생각 없이 순응하지만 자신을 생각을 갖고 선택한 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스스로를 비롯해서.

맥줏집에서 진행한 한 연구가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맥주를 주문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따라쟁이가 되지 않으려는'충동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맨 처음 맥주를 주문한 사람이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처음 주문한 사람은 그냥 '자기에게 정직할 것'외에는 다른 의무가 없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사람들은 '따라 하고 싶지 않다는 충동에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반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표현할 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보아줄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며 살아가지만 적어도 선택을 하고서 후회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끼어들어 방해를 하는지를 알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타인의 목소리보다. 잘 선택하는 능력은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잘 아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쉬나 아이엔가의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우리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읽어내는 데는 조금의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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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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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만 50세이 이렇게 홀로 사막의 한 가운데에 있었으면...

며칠 전 50의 생일이 지나갔다. 생일이 있기 몇 주 전부터 몸은 아프다가 말다를 반복했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가 기운이 하나도 없다가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것이었다. 이 지루한 질병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내가 발 딛고 처한 현실은 이 책의 제목처럼 '잠깐 멈춤'을 할 수 있게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질 않았다. 아픈 것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으면 일이 바빠지고 조금 한가해지는 것 같으면 다시 아프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 즈음에 이 책을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차분하게 앉아서 이리저리 정보를 구하면서 읽었어야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여성에겐 폐경기로 대표되는 중년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잠시 쉬면서 충전을 하고 젊었을 때와는 다른 몸을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된다는 정도의 내용이라고 짐작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오히려 '중년'에 대해 생리학적으로 문화 인류 학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나는 중년을 그저 '제2의 사춘기' 정도로 인식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병, 혹은 약간의 방황기라고. 그래서 그동안 별생각 없이 지냈고,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외면해 왔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폐경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선물 혹은 축복으로 보며, 여성 해방의 관점으로 본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생식 호르몬이 반대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변화되어, 여성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여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력은 폐경기 여성의 열정에서 나온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중년에 뇌도 새롭게 변화해 가다 보니 불면증이나 우울증, 건망증 같은 혼란스러운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년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과 저자는 조금은 다르게 중년을 받아들이고 있다. 저자인 마리나 벤저민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폐경기(자궁수술로 인한)를 겪으며 중년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자신의 문제이자 모든 인류의 문제인 중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는 갑자기 다가온 중년의 자신-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존재-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반대로 눈에 띄지 않는 부류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세상 사람들 눈에 다르게 보이는 덕분에 자신 또한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자유, 누적된 통찰력과 원시안적 안목으로, 또한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꿰뚫어보는 레이저 같은 직관력으로 세상을 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학자의 융의 경우처럼 '지독한 외로움'과 '탐색의 시기'를 소중한 것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하는 몸 또한 자신의 의식의 한 형태임을 받아들이라고.

호르몬의 도움을 잠시 받은 뒤에는 부족한 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맞서야 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고.

인간은 죽어가는 존재이다. 죽음이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은 오히려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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