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2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7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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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생애를 써나기 위해서는 한가지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이들의 생애를 살펴보는 동안, 두 영웅이 이룩해놓은 업적과 세상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그들의 발자취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세하게 기록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가장 기념할 만한 부분들만을 정리하는 태도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의 공적에 대해 자세히 적지 않고 몇 가지를 빠뜨린 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허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초상화를 그리듯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영웅전, 아니 비교 열전을 쓰면서 영웅들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그리는 정성을 보인다. 영웅들이 전쟁터에서 벌이는 싸움의 현장은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칼날이 스치는 것, 피가 튀는 것, 말발굽 소리, 환호성 소리 그리고 영웅의 얼굴이 스치는 미소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위대한 업적이나 전쟁보다 오히려 우연한 사건, 사소한 말 한마디, 농담이 영웅의 성격과 성향을 잘 드러내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초상화를 그리듯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는 행동을 자세히 다루었다.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영웅들-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서로 다른 두 영웅을 비교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에서 벗어난 영웅들의 전기도 들어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에는 테미스토클레스, 카밀루스, 피로스, 카이우스 마리우스가 있었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하>에는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 포키온과 소카토가 있다. 왜 이들은 비교 열전이라는 책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따로 독립된 장으로 되어 있을까? 다른 영웅들은 잘 모르겠지만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감히 비교할만한 영웅을 찾기 어려워서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해서 플루타르코스의 날카로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전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의 편지 대화를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셨고 아버지로부터 생명을 받았지만, 그분으로부터는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을 배웠기에 친아버지와 같이 존경한다고 했던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에게 가르쳐 준 심오한 이치들을 책으로 펴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무라는 편지를 썼다.

선생님께서 친히 구전으로 가르치셔야 할 이론들을 책으로 발표한 것은 잘못하신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르침을 받은 지식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공개해 버린다면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그들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권력이나 영토로서가 아니라 지식으로서 뛰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욕심이 잔뜩 드러나는 편지다. 이런 편지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이 더욱 걸작이다.

그 지식들은 사실 발표되었다고 말할 수 없소. 왜냐하면 형이상학에 대한 이 책은 내게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읽어 보아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오.


영토와 권력 이외에도 지식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향갑판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잠자리에 들 때에도 언제나 칼과 함께 베개 밑에 두었다고 한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하>에서도 역시 내가 알고 있던 위대한 인물 키케로는 잘 모르던 인물 데모스테네스에게 한 방 먹는다.

데모스테네스의 연설에는 꾸밈말이나 우스갯소리가 전혀 없고, 주제에 대해서만 집중되어 있는 무서울 정도의 진지함이 살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피테아스가 비웃은 것과 같은 등잔 냄새가 아니라 그의 깊은 생각과 빈틈없는 기질에서 풍겨 나오는 그의 향기였다.
반면에 키케로의 연설은 농담이 너무 심해서, 자신의 품위까지 깎아내리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법정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변론할 때도 우스갯소리를 곧잘 했으며, 변론을 부탁한 사람을 위해서는 자신의 체면이 깎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플루타르코스는 키케로에 대해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겸손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한다. 단지 박수를 받고자 하는 욕심이 지나친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하며 위대한 키케로에게 심하게 펀치를 날린다.

난세에는 영웅전을 읽어야

요즘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치와 경제 부분이 더욱 그렇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을 읽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인, 경제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떤 사람이 영웅전에 나온 인물들의 십분의 일이라도 비슷하게 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읽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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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5-0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전기 가운데 나무처럼 님께서 인용해 주신 `편지 내용`을 (천병희 번역,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인상깊게 읽었더랬습니다. 더군다나 그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뿐 아니라 그리스 비극작품과 희극작품까지 `본국에서 전쟁터까지` 가져오도록 해서 탐독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구요. 왜 숱한 사람들이 그토록 알렉산드로스를 칭송하는지를 비로소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비교 열전` 형식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자세히 알고 보니 그 구성이 꽤나 복잡하더군요. `필사본`에 따라 전기에 포함되는 인물도 서로 다르고 구성도 서로 다르기까지 하더군요. 현재 많은 인쇄 출판 편집본들이 따르고 있는 방식에 의하면, `비교 열전`에 담긴 영웅들의 숫자는 정확히 50명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좀 더 자세히 알고 보면 23쌍에 대해서는 인물들을 서로 비교하는 `비교열전`이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네 쌍에 대해서는 `짝`만 지어져 있고, `비교하는 내용` 자체가 없더군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서로 `짝`을 이루는 인물들이긴 하지만 `두 사람을 비교하는 내용`은 정작 따로 없는 경우인 셈이지요.

필사본에 따른 자세한 차이점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내용을 알고 보면, 정작 일반 독자들은 너무나 복잡해서 자세히 알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그 가운데 그나마 기본적으로 알아둘 만한 대목 `두 가지`정도만 참고 삼아 여기에 `인용 형식`으로 덧붙여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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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의 시대에 가장 가까운 자료를 보자면 람프리아스의 목록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위에서 소개한 것과 순서와 목록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인물들이 모두 50명인 것은 같지만, 이들이 모두 25쌍으로 묶여 있다는 점은 다르다. 그리고 위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두 인물인 에파미논다스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람프리아스의 목록에는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갈바와 오토가 목록에서 빠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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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쌍 가운데 19번에는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의 인물(아기스, 클레메네스 / 티베리우스 그라쿠스, 가이우스 그라쿠스)이 들어 있고, 23∼26번까지는 짝을 이루지 않고 한 사람씩이므로 모두 50명이 된다. 짝을 이루는 23쌍 가운데 네 쌍(테미스토클레스-카밀루스, 퓌로-가이우스 마리우스, 알렉산드로스-율리우스 카이사르, 포키온- 小 카토)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는 두 인물을 비교하는 내용이 끝에 간략하게 덧붙어 있다.

- 플루타르코스,『두 정치연설가의 생애』, <작품 해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