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지음, 박인철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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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이미 여러차례, 영화화 된 이야기이다.
멀게는 존 말코비치.. 글렌 글로스,  미셀 파이퍼, 그리고 신인 시절의 키아누 리브스와 우마 서먼 까지 세트로 볼 수 있는 1988년의 [위험한 관계] 부터,
비슷한 시기에 [발몽]이란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 나와서.. 나름 국내에서 선전했던 [스캔들.. 남녀 상열지사] (? 제목이 이거 맞나?)
올해 초인가 개봉한.. 장동건이.. 중국 배우들과 찍은 이야기의 배경을 1900년대 초반의 상해로 옮겨 찍었다던...[위험한 관계]까지..
기타 등등..
상당히 여러번 영화화된, 그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나는 영화 보다는 소설이 훨씬 더 좋았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 간에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의 서간체 소설이다.
 
서간체 소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 정도..
영어 공부 한답시고, 영어로 된 [키다리 아저씨] 책 읽다가, 한 열 페이지인가 읽고 역시 나는 한글을 너무 사랑해 하면서 내 던졌던 기억이 난다.
고아 소녀 주디가.. 자신이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가게 되고, 그 댓가로 그 후원자에게 자신의 대학 생활과 소소한 일상을 편지로 써서 보내다가 작가가 되고,
자신이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렀던, 알고보면 어머어마한 대부호와 사랑하게 되는 흔한 로맨스 소설 같은 내용...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에 끌리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를 먹어 버린 탓에...
지금에 와서는 별 감동이 생기지 않는다.
 
그에 비해, 이 소설 [위험한 관계]는 이 소설을 처음 접한 때부터.. 벌써 십수년이 지났는데도,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따로 소개하기도 그렇지만,
줄거리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발몽 자작과 메르테유 후작부인의 대결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난공불락의 적의 성채를 공격하는 기사처럼.. 두 사람은 자신의 타고난 외모, 지성, 지위, 돈, 그리고 무엇보다 교묘한 언변을 통해, 절대 넘어올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그 뒤에는 가차 없이 그들을 상처 주고 버린다.
그리고 경쟁적으로 그것을 상대방에게 자랑한다.
삶의 모든 목적이 오직 누가 얼마나 더 어려운 상대를 농락하였는가에 달려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치열한 경쟁?

 

메르테유 후작 부인의 교묘한 부추김에 넘어가 발몽 자작은 자신이 평생 처음으로 진정으로 사랑했던 투르벨 부인을 버리게 된다.
자존심 때문에, 결국 사랑을 잃어버린 것이다.
발몽 역시 자살과 거의 다름 없는 죽음을 맞이한 후, 수도원에서 사경을 헤매던 투르벨이 마지막으로 자신이 아니라, 발몽의 죄를 용서해 달라 기도하며,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메르테유 후작 부인도
발몽 사이에 주고 받은 서신을 통해 자신의 숨겨왔던 실체가 공개되어 사교계에서 매장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메르테유 후작 부인은 거의 악의 화신.. 사람들을 교묘히 타락으로 이끄는 존재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녀는 또 그만큼.. 사람의 심리에 달통한 사람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조종할 수 있을 만큼..

 

그녀와 발몽의 대결 구도도 재미가 있지만,
메르테유 후작 부인과는 완전 정 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 아름다운 투르벨 부인에 대한 발몽의 구애 과정이 나는 더 흥미 진진했다.
무슨 연애의 교본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나, 덤으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프랑스 귀족 사회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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