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 1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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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얼핏 본 영화,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서 이 책의 주인공 패니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인물에 대해 뭐라고 말하건 공감하기 힘들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제인 오스틴은 참 매력적인 작가이다. 이야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을까? 사실 평가절하하자면 그녀의 소설들은 대부분 영국 지주 계층 젊은 남녀의 짝짓기에 얽힌 소동들이지만,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많은 것들이 담겨 있고 어쩌면 당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에 대해 그 어떤 것보다 사실적으로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작품 맨스필드 파크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돈 많은 이모부의 집에서 자라난 패니 프라이스가 자신의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으니까. 가난하고 부모 밑에서 많은 형제들과 함께 자라나던 패니는 작은 이모의 위선적인 호의로 이모부인 버트램 남작의 영지 맨스필드 파크에서 성장하게 된다. 원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의 패니에게는 낯선 이모부집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이모부는 너무 어려웠고, 큰 이모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었으며, 작은 이모는 은근히 패니를 멸시했고 에드먼드를 제외한 다른 사촌들은 패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직 에드먼드만이 위축되어 있는 어린 패니를 다정하게 위로해주었고 여러 가지로 패니의 상황을 배려해 주었다. 무엇보다, 에드먼드는 패니가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녀의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등,  어떤 면에서는 패니의 정신적인 지주였고, 자연스럽게 패니에게는 에드먼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자라났고 결국은 둘은 아름다운 한 쌍으로 맺어지게 된다. 

패니와 비교되는 인물로 거론되는 존재는 패니의 두 사촌 언니 마리아와 줄리아, 그리고 이웃집의 메리로 이들은 얼굴은 아름답지만, 그에 걸맞는 덕성을 갖추지 못한 가벼운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저 경제력이라는 외적 조건만으로 결혼한 뒤, 잘생긴 청년 헨리의 유혹에 금새 넘어가 부도덕한 관계를 맺어 집안의 수치가 된 마리아, 헨리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가 쉽게 포기하고 런던이라는 대도시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며 놀기 좋아하는 줄리아, 에드먼드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목사가 되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꺽으려 하고, 주변 사람에 대해 배려 없는 말을 늘어놓아 에드먼드를 실망시키고, 물려 받을 것이 별로 없는 에드먼드를 포기함으로써 결정적으로 패니를 도와주는 어리석은 메리! 뭐 이런 식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왜 이런 내용에 약간의 반감이 섞이게 되는 걸까? 

책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패니의 덕성이란 것이 그다지 현실성있게 다가오지 않아서였을까? 패니는 남의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아준 이모부 가족에 대해 사랑을 간직하고 있고,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고.. 흔들림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현대적인 인물이라는데, 글쎄.. 난 솔직하게.. 자기 스스로 생산활동에 종사할 필요가 없는 유한 계층들끼리 덕성 운운하는 게 많이 거슬린다고 해야 되나.. 물려받은 유산으로 놀고 먹으면서.. 자기들끼리 결혼하고.. 자신들끼리 책 읽고 음악을 즐기고 사는 그들의 삶에서 덕성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소설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기에, 그 시대의 사고방식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현재적 관점에서 이렇다 저렇다 비평하는 것이 꼭 온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제인 오스틴을 소설들을 읽다보면 늘 이런 문제와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손에 직접 물을 묻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평생 그런 삶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혈안이 된 여자들과 그녀의 가족들.. 그들끼리의 결합! 이런 게 아무래도 나의 시각에서는 불편한 듯 싶다.  

물론 남녀 사이의 탁월한 심리 묘사라든가.. 결혼을 단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거나, 외적 조건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계약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당대의 분위기랑 다르게 남녀의 영혼의 교류나 이해, 공감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탄하지만.. 그녀의 소설이 담고 있는 시대 자체가 나에게는 아무래도 불편한 시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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